2003-06-20
월드컵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와 있는 듯 해도 그 때의 그 장면들을 TV를 통해 접할 때면 뿌듯한 감흥을 느끼며 선수들의 동작 하나 하나까지 내 몸에 옮겨보게 됩니다. 우리 두 딸의 가슴을 녹이는 그라운드의 반항아 김남일, 괴력의 白미남 송종국, 날쌘 순돌이 박지성, 화려한 테리우스 안정환, 모두 모두.....
그라운드를 찬란하게 누비던 우리 선수들 모두는 이미 우리의 스타인 것이지요. 이제 그들은 월드컵 이전의 그들이 아닌 것입니다.
스타는 무엇으로 사는가?
스타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삽니다. 따라서 팬들의 마음을 떠난 스타는 잊혀지게 마련이지요.
팬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멋진 경기 모습을 물론 원하겠지만, 보다 더 팬들이 갈망하는 것은 스타와 나와의 특별한 관계가 아닐까요?
나를 스타 앞에서 드러내고 그런 나를 그 스타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이러한 스타와 팬과의 유대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멋지게 해 낸 곳이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몇 년 전 디스플레이를 전공하는 학생들과 부산에서 페리를 타고 시모노세키를 거쳐 큐슈지방 후쿠오카의 디스플레이를 견학한 적이 있었습니다. 유명 백화점과 쇼핑타운의 윈도우 디스플레이 감상을 마치고 바다를 메워 조성한 신도시를 둘러보게 되었지요. 새로운 형태의 도심 건축물은 인간의 능력을 재삼 확인하게 하는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거대한 시멘트 조각품들이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하며, 때론 차갑고도 날카롭게 표현되어 있었지요. 시멘트는 다양한 표현이 어려운 건축 자재라는 나의 선입견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사건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도시라는 커다란 프로젝트를 어떻게 디스플레이 한 것인가?” 라는 관점에서 관찰하였습니다. DP의 차원에서 도시 전체의 테마를 어떤 색조로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도시 전체가 하나로 통일되면서도 각각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어떤 점에 착안하고 있는지? 대승적 차원의 DP를 놓치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후쿠오카의 자랑인 다이에호오크스팀의 후쿠오카 돔 구장을 보러 가게 되었지요. 지붕이 개폐식인 이 구장은 지붕을 한번 열 때마다 1억 원의 경비가 소요된다는군요. 이 대단한 유지비는 팬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필요한 돈이며, 팬들을 위한 서비스인 것이지요.
내 눈에 띈 것은 구장 주변 공간에 있는 멋진 조각품들이었습니다. 팬들의 자랑인 선수들의 악수하는 손을 주물로 떠서 누구든지 편안하게 악수할 수 있는 높이에 위치해 놓았습니다. 조각 후레임은 야구 구장인 만큼 야구 글러브 형태로 장식해 놓았습니다. 이 얼마나 멋진 서비스입니까?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힘입어 보다 좋은 경기를 보여 줄 선수들이 눈앞에 훤히 그려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홈팀 선수들의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아니 느끼게 해 주는 그런 서비스를 팬들에게 제공해 준다면 우리 두 딸을 포함한 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가 없는 구장이라도 찾아 즐기고 돌아올 것 같군요.
작은 서비스로 시작한 후쿠오카 돔 구장의 디스플레이는 그래서 성공적이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항상 거기에 있다”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