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04
디자인 임광식/ 비논리디자인(주) 디자인 담당 이종원, 심영옥
건축주 김인성 시공 비논리디자인(주)/ 심영옥, 이주성 02-554-1298 / www.bnolee.com 위치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6-1 용도 위락시설 면적 1000평
설계기간 2002.1~2 시공기간 2003.2~5 바닥 폴리싱타일, 대리석, 카펫, 모자이크타일
벽 대리석, 흑경, 스테인, 테라코타 타일, 그린투명강화유리, 방염벽지, 필름지 천정 Extenzo, V.P
Designer Yim Kwang-sik/ B·NOLEE Design Design Team Lee Jong-won, Sim Young-ok Client Kim In-seong Builder B·NOLEE Design Location 6-1, Jamwon-dong, Seocho-gu, Seoul
Size 3,305.8㎡ Flooring Polishing Tile, Marble, Carpet, Mosaic Tile Internal Wall Marble, Dark Mirror, Stainless, Terracotta Tile, Transparent Tempered Glass, Ceiling EXTENZO, V.P
일상성을 탈피한 노마딕한 공간, MOOL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노마딕 젊은이들의 사랑법을 발 빠르게 적용한 한 휴대폰회사의 광고카피에 나오는 말이다. 그 속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정해진 구속을 거부하며 무언가 새로움 속에는 자유로움을 찾고 나름대로의 가치체계와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유목주의 즉, 노마딕한(Nomadic) 경향이 사회의 행동양식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노트북과 휴대폰으로 대변되는 디지털세대는 빠르게 변화해가는 정보체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일정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행동한다. 굳이 정해진 가치체계나 특정문화의 형식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하며 자유롭게 이동하며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코드를 양산해 나간다. 그리고 이를 가리켜 사회에선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신조어로 이해하려고 한다.
현대판 노마드족들을 위한 배출구. 잠원동의 나이트클럽 MOOL의 공간은 이러한 노마드적 흐름에서부터 디자인 키워드를 갖고 출발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임광식(비논리 디자인)은 “우리 사회의 빠른 변화속도 만큼 다급해지는 현대생활 속에서 쌓이는 진부한 의미의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비상구, 탈출구로서 클럽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단지 마시고 즐긴다는 일차적인 개념이외에 지나간 과거의 기억들을 묻고 새롭게 태어나는 내일을 믿기에 노마디언들의 부활과 비상을 준비하는 공간을 계획하고자 한 것이다.
사멸 뒤에 또 다른 생에 대한 믿음으로 지어졌던 강서대묘의 벽화를 찾아가듯 MOOL의 세계로의 여행은 지하로 떨어지는 장엄한 계단을 통해 시작된다. 시퀀스의 초입에 빛나는 부활과 재생의 시점으로서의 누에알들이 보석처럼 빛나며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마치 내부로 들어서기 전 거치는 탄생의 신비로움을 만끽하라는 듯이 30개의 낮은 조명등이 로비 중앙에 매달려있다. 누에알들은 어두운 벽면에 반사되어 공간의 확장을 꾀하고 높은 층고의 로비상부는 화이트함으로 한껏 개방감을 강조한다.
4.5m 가량의 육중한 출입문을 열고 마주하는 홀 가운데에는 누에를 연상케 하는 매스가 떡하니 빛을 받으며 버티고 있다. 네트워크세상을 통해 빠르게 이동하는 노매디언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넌지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일까. 알-묘-의자-삼유-잠노-홍잠-용-아-견의 누에 일생을 이야기하듯 곳곳에는 누에의 오브제들이 공간에 숨쉬고 있다.
홀의 대형공간을 둘로 가르는 누에는 12개의 발을 달고 있으며 생명을 정화하는 분수와 한줄기 빛으로 떠받쳐져 있다. 홀 벽면 곳곳에는 누에의 잠사를 은유하는 조명들이 매달려 있다. 클럽의 특성상 어두운 실내분위기는 홀 천장의 익스텐조(Extenzo) 마감으로 더욱 반사효과를 유발하고 음의 진동에 따라 공간의 역동성을 한층 유발한다.
누에의 이미지는 여자 화장실에서도 연속된다. 나비로 다시 태어나기위해 한껏 움츠려 있는 듯 누에고치를 형상화한 스틸형 화장실기기는 무대에서 여과 없이 보여 지는 동시에 조명을 받아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안쪽 무대로의 진입은 레벨을 낮게 처리함으로써 아늑함마저 갖게 한다. 홀과 무대의 경계는 흡사 “말 달리자”를 연상케 하듯 4마리의 말과 분수가 공간의 흥을 돋우어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삶을 긴장시키는 숱한 기억의 파편들을 묻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는 클럽의 공간은 태어나고 자라고 비상하는 누에의 일생을 살포시 이야기한다. 갓 태어난 귀엽고 자그마한 누에의 알들, 나비로 태어나기 위해 힘차게 몸짓하는 누에들과 변형을 위해 매달리는 누에고치들을 공간에 담고자 한 것이다. 그 속에는 디자이너의 발전적 소멸과 생성이란 메시지가 그윽하게 담겨져 있다. 마치 이동·탈주·창조를 반복하는 질 들뢰즈식 노마디즘처럼 디자이너는 물의 공간이 기존 가치와 삶의 방식을 맹종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그곳에 더욱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노마디안들의 휴식처가 되기를 바란 것이다.
미래를 향해 힘찬 날개 짓을 하며 스테이지 위에서 비상하는 노마디안들은 다시 그에게 되묻는다. “인간인 우리가 나비가 되어 나는 꿈을 꾸는 것인가, 나비인 우리가 인간이 되어 이곳에서 흔들리고 있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디자이너는 조용히 읊조린다.
문밖에 함박눈 길이 막히고/한 시절 애끓던 사랑도 재가 되었다/뉘라서 이런 밤 잠 들 수 있으랴/홀로 등불 가에서 먹을 가노니/내 그리워한 모든 이름들 진한 눈물 끝에 매화로 피어난다.
- 최치원의 매화삼경-
기사제공: MARU Interior Des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