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03
‘21세기 국제화 도서관에 발맞추어 기능성을 갖춘 특화된 공간연출’. 이와 같은 기본 방향이 정리된 ‘설계과업지시서’라는 공문서를 통해서 설계 의뢰를 받고, 국립도서관 현장을 방문하였을 때 이 공간에는 독특한 오브제가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설계과업지시서라는 딱딱한 공문서에 반항이라도 하듯 자유롭고 역동적인 형태의 오브제를 구상하였다. 우리나라 사물놀이인 상모에서 모티브를 얻어 자유롭고 역동적인 형태와 정신이 느껴지는 진취적인 국립 도서관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350평의 넓은 공간을 오픈된 공간으로 조성하되 벽체 조성을 최소화하여 각 존(Zone)은 자연스럽게 구분되도록 하였다. 유기적 형태의 오브제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이 되기도 하며 잠시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되기도 한다. 또한 그룹별로 스터디를 할 수 있는 존의 오픈된 파티션 역할을 하며,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 이 강렬한 붉은색 오브제는 자유롭게 유영하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뻗어 나간다. 마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도서관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정된 예산과 촉박한 일정에 맞추어 기획부터 실시설계를 진행되어 아쉬움이 있지만, 도서관의 디자인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와 이해가 있어, 기존의 관공서 공간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하여 디자인할 수 있었다.(글/ 임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