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길영화 기자
사진 | 스튜디오 이탈로 로타 & 파트너스 제공

이탈로 로타(Italo Rota)는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신진 건축가이자 가장 창의적인 건축가 중 한 사람이다. 로타의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디자인은 혼성적, 절충적 등과 같은 단어들로 설명이 되어지기도 하지만, 사실 그의 디자인은 어떠한 이론이나 도덕적 관념에 구애 받지 않고 각 대상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접근법을 펼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내부공간을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기존의 건물이나 주변요소에 대한 굴레에 속박되지 않는 그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는 이것을 외부공간과 차이를 확고히 한 내부공간의 자율성이라 이야기한다.

최근 그의 작품인 저스트 카발리 부티크(Just Cavalli Boutique)는 패션디자이너 로베르토 카발리(Roberto Cavalli)의 낮은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저스트 카발리의 매장이다. 현재 밀라노, 상하이, 모스크바, 뉴욕, 마이애미 등지에 문을 연 이 부티크는 패션과 건축의 만남을 모토로 각 지역마다 그 공간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로타의 스타일을 잘 나타내고 있다. 저스트 카발리 프로젝트는 현재 파리, 멕시코시티, 두바이 등지로 확대 추진 중이다. 본지에서는 밀라노의 위치한 부티크를 중심으로 마이애미 지점을 함께 소개한다.

이와 함께 스위스 루가노시 중심부에 위치한 이전 영화관 건물을 카지노로 리모델링한 뉴타운 갬블링 하우스를 조명한다. 다양한 재료와 형태를 사용함으로써 혼성적 분위기를 창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이 프로젝트는 현재 로타의 창의성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로타가 수 년간 파리에서 활동한 경험을 밑바탕으로 1990년대 후반 밀라노에 세운 스튜디오 이탈로 로타 앤 파트너스(Studio Italo Rota & Partners)는 장르와 성격, 목적과 규모 면에서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는 집단으로, 건축, 인테리어, 무대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로 구성되어있다.

밀라노 비아 델라 스피가(Via della Spiga) 거리에 있는 저스트 카발리 부티크(Just Cavalli Boutique)는 건축과 패션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기묘하고, 때론 신기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이탈로 로타가 설계한 이 부티크는 단순한 패션 매장을 넘어선 바와 레스토랑을 갖춘 하나의 흥미로운 쇼케이스로서 우아한 질서와 모든 로베르토 카발리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고전적 요소의 과감한 재해석을 통해 탄생했다.

주로 유리, 거울, 강철 및 가죽으로 구성된 공간은 세 개의 층으로 매장, 바, 레스토랑으로 분리된다. 매장은 수백 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뱀의 형태가 장식하는 수족관으로 벽면을 구성하여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선형적이고 기하학적인 구조의 판매용 콜렉션이 카운터의 곡선미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각 공간은 다양한 조명효과와 색채표현으로 서로 독특한 스타일로 차별화되고 있는데, 이는 보는 이의 시선을 분산시켜 일부 공간의 협소함을 완화시키려는 디자이너의 의도이기도 하다. 각각의 공간으로의 전환은 기묘한 디자인의 계단, 엘리베이터 등으로 다이내믹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투명한 외면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균일한 느낌으로 빛을 반사하며 매장의 축 역할을 하는 계단은 이 부티크 프로젝트의 콘셉트를 가장 뚜렷이 부각시키고 있다.

스위스의 루가노(Lugano) 지역은 남 알프스의 관광 중심지로 기후가 온화하고 경치가 아름다워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뉴타운 갬블링 하우스는 이곳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카지노다. 공간은 휴양지의 특성에 걸맞게 자연환경적 안락함을 기본적인 콘셉트로 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먼저 현란하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가지게 된다. 색조, 조명, 테이블, 계단 등 공간 요소 하나하나가 현란하게 펼쳐져 있다. 자연적 요소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공간은 조금만 지나면 자연적 요소의 형태 변화인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에스컬레이터 강철 벽면에는 다양한 색조의 꽃잎들과 빛을 발하는 광섬유 꽃봉오리를 가진 꽃들로 가득 차 있고, 벽을 에워싸며 붙어있는 긴 소파 뒤에 담쟁이 덩굴처럼 벽을 타고 올라가는 쿠션은 특별한 디자인의 램프와 조화를 이루며 양식화된 식물의 모티브를 연출한다.

고객들이 휴양지인 주변환경에서 얻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카지노 내에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이를 흥겨움으로 표현하고 있다. 카지노는 조용한 공간이 아니다. 매혹적이며, 즐거움이 있고, 소비가 있는 공간이다. 조용했던 자연의 이미지는 공간 내에서 흥겨운 이미지로 탈바꿈하여 즐거운 안락함을 선사한다.


이탈로 로타 Italo Rota 이탈로 로타는 1953년 밀라노에서 태어났다. 1980 ~ 90년대 주로 프랑스에서 작업활동을 해온 그는 90년대 후반 밀라노로 돌아와 스튜디오를 설립하였다. 그의 최근 프로젝트로는 ‘Municipal Media Museum for the City of Anzola’, ‘City Mediateque of San Sisto’ ‘Giardini Foro Italico’, ’New Town Gambling House of Lugano’ 등이 있다. 또한 로베르토 카발리의 ‘Just Cavalli’ 브랜드 매장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으며,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무대 및 주변 카스텔로 광장 시설물, 2008년 세계 엑스포를 위한 파빌리온 ‘Aruay Ciudad’ 등 전시회나 무대 디자인에서도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