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5
디자인 윤리 건설 Geomang 클라이언트 한섬 Tom Greyhound 위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50-14 면적 280㎡ 마감재 Plaster board, white corian, porcelain, wood, paint, taxidermy 건축 기간 2008. 1. ~ 2008. 3. 사진 염승훈 에디터 문근이
옛날에 ‘머리카락을 늘어뜨린다’는 말은 여인네가 매일 저녁 머리핀을 뽑는 행위를 가리켰다. 오늘날 이말은 자유분방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끼의 경관으로 에워싸인 이 지하공간은 ‘앨리스가 굴러 떨어진 도시 속의 토끼굴’로 표현됐다. 쌓아 올린 ‘앨리스의 찻잔’이 ‘이상한 나라의 거대한 대리석 바’를 기초처럼 떠받치고 있다. 초현실적으로 서있는 ‘이솝의 집’이 공간 내의 표면을 흑과 백으로 나눈다. 마치 부드러운 은하수처럼 자연광이 지상으로부터 흘러든다.
동화에서 가져온 허구적 요소들이 그려져 있다. 현실 세계로 돌아오고 싶을 때에는 ‘잭과 콩나무’ 사다리를 타고 입구 근처의 천창으로 올라오면 된다. 운이 좋으면 나오는 길에 길 잃은 ‘밤비’와 마주칠지도 모른다. “라푼첼, 머리칼을 늘어뜨려 줘. 그 뒤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쇼핑할 수 있을 거야.”
서울 도산공원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패션이 라이프스타일의 선언이 되는 곳으로, 여러가지 패션용품을 파는 멀티 숍으로 계획되었다. 수납이나 사무실 등 소매점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은 공간 내의 ‘집’처럼 꾸민 상부 로프트 층 안에 배치했다. 여러가지 요소를 공간 내에 설계해 넣어 동화 속의 이상한 나라 같은 성격을 연출한다. 이끼로 뒤덮인 건물 자체의 초현실적 형태에 착안했다.
에르메스를 비롯한 패션 숍들이 속속 완성되고 있는 요즘 도산공원 앞, 건축가 조민석씨가 설계한 한섬의 앤드밀미스터(ANN DEMEULEMEESTER)빌딩 지하에 아티스트 윤 리(Yoon Lee)가 디자인한 패션 숍 ‘Tom Greyhound’가 지난 26일 문을 열었다.
뉴욕 MATTER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윤 리는 한국에서도 남대문 시장을 비롯한 곳곳을 직접 뛰어다니며 공간을 완성해냈다. 건축가이지만 지금은 독일에서 순수미술가로 활동중인 그녀의 이번 프로젝트는 하나의 스토리를 가진 그녀의 설치 작품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도 ‘let your hair down’, ‘alice, bearing the load’, ‘deer thorn for golden silence’, ‘lssiah, 29palms’를 비롯한 그의 작품들이 공간 내에 설치 되었다. 공간만큼이나 독특한 매력을 가진 아티스트 윤 리, 그녀의 최근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자! 글 : 문근이 기자
윤리
윤 리(한국명, 이상윤)는 다양한 시각 매체를 동원하고 다루는 미술가로, 원래는 건축을 공부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그녀가 직접 제작한 작품이 다수 포함된다. 그녀의 작업은 미술과 건축 사이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녀의 인테리어디자인 / 설치 작업은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