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0
취재 김용삼, 명선아 기자 | 사진 김재윤, 최정복
디자인 오정석 / 디자인-상(02-511-8820 designsang@naver.com) 디자인팀 김영일 • 신치영 • 주부춘 • 심미라 • 김민선 위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34-69 크라운 호텔 지하 면적 1,250.2m2 설계기간 2007.11 시공기간 2007.12 ~ 2008.2 바닥 우드플로링, 씨블랙, 에폭시, 서스, 은경강화, LED 벽 패브릭, 흑경, 서스, 유리, 은경, V.P 도장, 타일, 바리솔, LED 천장 V.P 도장, 은경, 서스, 흑경, LED
클럽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통해 더욱 공간의 빛을 발한다. 다소 고단한 세월의 흐름을 못이긴 채 기능이 축소된 듯한 이태원의 한적한 호텔. 사람들의 발자취가 뜸해질 무렵 새로운 공간색으로 중무장한 클럽 볼륨이 등장하며 강력한 흡입력으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호텔 한쪽 지하에 자리한 클럽 볼륨은 이제껏 최고를 지향하는 여느 클럽과 확연한 색채를 보여줌으로써 탄력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수직적 매스의 디지털 영상에 뿜어져 나오는 볼륨의 열기는 입구에서부터 강렬한 느낌으로 시작된다. 그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려는 듯 디지털 타이포그라피의 LED영상이 계단실의 벽과 천장, 바닥면을 타고 안쪽으로 동선을 유도한다. 마치 타이포의 순차적인 움직임이 신비로운 클럽으로의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입구에서 시작하여 홀까지 연속되어 연결되는 60m의 LED 디렉션은 방문객의 걸음 속도를 이어주며 거대한 블랙홀로 인식되는 중심 스테이지로 흐름을 이어준다.
언뜻 보기에 방문한 고객들은 자신이 이동하는 속도감에 휩쓸려 블랙홀의 공간에 떠다니는 디지털 입자로 자신을 착각하는 허상을 느끼게 된다. 그 부유하는 듯한 공간의 흐름은 마치 은하계 중심에 자리한 블랙홀처럼 중앙의 둥근 고리를 통해 더욱 강조되며 벽면 곳곳에서 쏘아져 나오는 레이저빔을 통해 또 하나의 떠있는 이중공간을 만들어낸다.
빛의 속성을 활용한 다이나믹한 클럽공간
빛의 괘적을 통해 공간의 다이나믹함을 연출하는 동시에 부유하는 듯한 층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클럽 볼륨에서 보여지는 주요 디자인 개념이다. 디지털 영상과 시각적 강렬함을 통해 공간의 입체감을 유도하려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질주하는 듯한 빠른 디지털 영상과 벽면에서 뚫어져라 쏘아져 나오는 빛을 통해 잠잠히 사그러져 있던 공간의 열정은 진한 율동의 본능적임을 이끌어낸다. 전체적인 공간의 핵심 축으로 작용하는 스테이지와 이를 둘러싼 공간구성은 다분히 해체적 속성을 드러낸다. 흡사 파도의 움직임을 통해 해변의 형상이 불규칙하게 바뀌듯 빛의 충돌을 통해 발생된 공간은 평면의 다이나믹함을 이끌어내고 이는 다시 바와 홀, 부스와 VIP룸의 영역으로 퍼져나간다.
중2층으로 나누어진 공간은 덩그러니 드러난 기존 기둥을 가리고자 생성된 변화무쌍한 붉은 색채 기둥을 따라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그 빛의 기둥을 포근히 감싸려는 듯 원형의 고리는 잘게 맞추어진 둥근 은경의 집합으로 그 힘을 발한다. 거대한 은경 고리는 주변에서 퍼져 나오는 레이저 빔을 통해 조심스레 그 생명력을 발하는 듯 하다. 레이저시스템은 독일에서 최초로 개발된 라이팅 방식으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백색을 비롯한 천연 컬러 레이저의 황홀함을 경험하게 만든다. 마치 세상의 모든 빛을 빨아들인다는 거대한 은하계의 블랙홀처럼 빛을 통해 고리는 드디어 동력을 얻게 되고 열정과 환희의 색채로 인도하게 된다.
둥둥 떠다니는 듯한 빛의 환영은 한껏 개방되어 있는 라운지 부스, 버블부스, 프리라운지, VIP룸, 스탠딩 바로 힘을 옮겨다 준다. LED 조명의 자유로움을 표현한 투명한 유리 파티션은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부스와 부스사이, 테이블 면에 빛의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거울의 반사 각도를 통해 실제와 허상의 디지털에 의한 공간 확장을 꾀한 거울방은 그 자체가 환상적인 분위기로 다가온다.
랜덤하면서도 경사지게 조합된 거울면을 통해 공간의 경계는 허물어지게 되고 고객들은 전혀 다른 세계로 인도된다. 거울 라운지는 스테이지홀에서 연출된 빛의 연장감을 유도한 곳으로 빛의 반사성과 레이저를 통해 허공에 얕은 층을 연출하게 된다. 지하 2층에 마련된 VIP 존 역시 원형의 반복을 통한 개방된 파티션과 유기적 구성을 보여주는 소파가 특색있게 다가온다.
클럽 볼륨에서는 새롭게 적용되는 첨단 시스템이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메인 스테이지에 인접한 바와 월에는 사람이나 사물의 동작에 따라 다이나믹한 영상과 이미지가 연출되는 첨단 영상시스템이 적용된다.
음향 시스템과 비주얼 시스템 역시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 21우퍼 6개와 2 way 스피커 12개를 갖추고 현존하는 PA스피커 중에서 소리 왜곡이 가장 적고 빔과 같이 예리한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Function-one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비주얼 스크린시스템으로 오토 4분할 제어방식을 과감히 도입하여 12가지 패턴으로 분할하여 출력시키는 기존 방송 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살아있는 듯한 최고의 영상을 구현한다. 16m의 디지털영상, 8mm 칩의 LED 스크린 기둥, 60m의 LED라인 역시 가히 일렉트로닉 댄스클럽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클러버들을 모으는 디자인의 힘
“디지털 공간이지만 여기서 표현되어지는 전체적 디지털은 2%의 아날로그를 표현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지요. 공간의 막 그 건너편에 서 있는 나의 그림자는 역으로 그 곳이 우리가 있던 공간임을 확인시키기 위함입니다.”
디지털은 공간을 확장시키고 그 속에 있는 우리 자신은 전자적 흐름의 디지털 입자인 셈이라고 디자이너는 공간 콘셉트를 밝힌다. 디자이너의 말처럼 입구 카운터 홀과 라운지 곳곳에 매력적인 여성의 율동을 담은 음영들이 파티션으로 잔잔하게 투영된다. 그 음영의 솔직함은 공간 곳곳에서 쏘아지는 빛의 시선을 적절히 걸러주며 야릇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으스름한 밤이 되면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탈주를 꿈꾸는 클러버들이 파티의 장소로 몰려든다. 그리고 강력한 일렉트릭 사운드와 환상적인 조명으로 무장된 볼륨의 공간은 여느 공간에서 보기 쉽지 않은 이색적인 소리와 떨림을 제공하게 된다. 여기에 슈퍼스타 DJ들의 열정적인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우게 되고 빼곡히 공간을 채우는 클러버들에 의해 볼륨은 다시금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무수한 움직임 속에 넌지시 한 명의 클러버가 포착된다. 안면으로 클로즈업된 화면에는 공간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의 미소가 넌지시 담겨진다. M
오정석(디자인-상)
샴페인과 같은 공간이라고 할까. 이태원에 자리한 클럽 볼륨은 오랜시간동안 클럽을 즐겨온 클러버로써 그에게는 늘 즐겨마시던 샴페인처럼 익숙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 공간 속에 그동안 그가 느껴온 수많은 느낌 중 일부를 담고자 하였다.
디자이너 오정석은 서울 예술대학 실내디자인학과와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실내건축설계 박사과정에 있다. 희훈 인테리어와 전어쏘시에이트에서 실무를 쌓은 뒤 현재 디자인-상의 소장으로 있다. 2XL, 방배동대림3차, 남경희스타일, 보미-리즌빌, 우희, 신한 콘서트홀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