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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co della Musica

2010-11-09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06년 현재 4,367명이다. 또한 기대수명 연장 및 출산율 감소로 2005년 9.1%에서 2018년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으며 2026년 20.8%로 본격적인 초고령 사회에 도달해서, 2050년에는 38%로 전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 9~24세 청소년 인구는 10,494천명으로 총인구의 21.6%를 차지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500만 명 선 이하로 현재로 절반 수준보다 낮다고 한다. 고령인구와 저출산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들이 나오고 있으나 장래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청소년에 대한 정책은 미흡한 편이며, 그러다보니 이들을 위한 공간이 교외의 청소년수련시설을 제외하면 오락실, PC방, 만화방, 노래방 등과 같은 곳으로 한정되어 청소년들이 그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고 건전한 교우관계를 맺으면서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장소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학업스트레스로 최근 5년간 청소년 자살률이 35.6%로 크게 증가하여 하루 평균 1.8명의 청소년이 자살하고 있으며, 강박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학생의 수도 58%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 통계를 볼 때, 이들의 스트레스를 약화시키거나 순화시켜줄 수 있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본다. 이태리의 경우도 우리나라와 같이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데, 2006년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구성비 중 20.9%에 도달하면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그래서 도시맥락에서 모두가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세대간 복합 공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한 예가 로마에 있는 Parco della Musica이다.

글│ 윤혜경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편집위원

이태리 출신의 건축가 렌조피아노가 디자인한 로마의 새로운 뮤직파크인 Parco della Musica는 2002년 12월 21일에 개관하였다. 위치는 로마의 북쪽의 Viale Pietro de Coubertin 15에 있으며 이곳은 1960년 올림픽경기 때 사용되었던 곳이다. 세 개의 뮤직홀이 각각 지어졌으며 이 사이에 제 4의 뮤직홀로 불리는 반원형 야외콘서트홀이 있다. 뮤직홀의 전면 건물에는 렌조 피아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고 있는 유리로 덮인 아케이드가 있어 신구의 조화를 느끼게 해 주고 있으며 이곳에는 레스토랑, 서점, 그리고 기념품상점이 있다. 오픈시간이 정해져 낮에는 여는 내부의 로비와 전시실, 어린이 옥상놀이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부는 납성분의 재료로 만들어진 딱정벌레껍질 이미지의 거대한 지붕과 전통적인 로마식 붉은색 벽돌벽으로 로마제국의 강한 힘을 나타내고 있으며 내부는 미국산 체리우드패널의 천정과 붉은색 의자로 이루어져 뮤직홀의 장엄함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자연음향효과를 위해 뮤지홀 내부의 3개의 벽면은 벽돌을 일부러 약간 고르지 않게 함으로써 소리흡수와 반사를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 이유는 렌조는 음악 그 자체가 규칙이라고 생각고 각각의 음파는 고유의 주파와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뮤직파크를 ‘음악 도시(City of Music)’를 완성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도시 맥락적 차원에서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는 도시인들이 고되고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을 통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도록 Villa Glori에서 시작되어 뮤지파크, 그리고 플래미노 스타디움과 스포츠 팔라체를 지나 티지아노 도로로 연결된 역사와 문화적으로 로마인들에게 중요한 장소인 이곳을 선택하였다. 즉 레이아웃에서도 이들의 단순히 같은 평지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빌딩의 규모도 각각 다르게 하여 악보의 음표들처럼 다양한 높이와 크기로 리듬을 지니고 있으며 렌조는 그것을 자연지형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디자인하여 뮤직파크 자체가 음악성을 갖도록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렌조의 천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렌조는 인공적인 건축물에 의해 도시가 갖고 있는 본연의 아름다움이 파괴되어진 것을 고쳐(healing) urban tissue를 회복시키려고 하였다. 동쪽의 Villa Glori, 서쪽의 Flaminio 지역, 남쪽의 Parioli 지역 북쪽의 Villaggio Olimpico와 연결된 중심에 위치하게 하여 로마의 메트로폴리탄으로서의 위상과 지역적 위상을 함께 업그레이드 시켜, 각 지역이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또한 통합된 하나로 도시에 커다란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뮤직파크라는 건축은 음악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듣건 듣지 않건 상관없이 이곳을 생활 속에서 만남의 장소, 교류의 장소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주출입구에는 지상주차시설과 지하주차시설이 있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배려한 계획도 관가할 수 없는 도시맥락차원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렌조는 오디토리움 디자인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개념은 ‘음악’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 이었다고 했다. 따라서 뮤직파크의 실외와 실내는 음악연주의 특성에 맞추어 계획되었다. 오디토리움은 3개의 콘서트홀과 연극스튜디오, 그리고 일반 스튜디오 3개, 로비(foyer)와 그리스식 반원형 공연장(Cavea)으로 기능별로 나뉘어져 있다.

산타 세실리카 홀(Santa Cecilia Hall)
2800석 규모의 이 홀은 주로 교향악연주를 위하여 계획되었는데 기술적으로 잔향시간이 2.2초가 되는 우수한 기능으로 인해 연주를 음의 깊이를 느끼면서 감상하기 좋은 홀이다. 규모가 30,000m2로 세 개의 홀 중 가장 크며 음향효과를 위하여 매달린 천정(suspended ceiling)으로 대형 의 표면적 180m2 크기의 26개의 shell-vault(glue-laminate wood)로 지지되고 있으며, 무대는 어디서든 잘 보이도록 균등하게 높아지는 ‘vineyards'식으로 디자인되었다. 또한 오케스트라석과 벽면은 음의 반사를 좋게 하려고 패널형으로 나뉘어져 있어 연주와 곡의 특성에 따라 반사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있다.

시노폴리 홀(Sinopoli Hall)
1200석 규모의 이 홀은 베니스 출신의 유명한 컨템퍼러리 음악가 쥬세페 시노폴리(Giuseppe Sinopoli)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의 이름을 홀의 명칭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 홀은 합장단이 없는 교향악 연주나 실내악 연주, 때론 간단한 발레 공연에도 사용되는 곳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무대의 크기를 연주자의 수에 맞추어 바꿀 수 있고 관객용 객석도 의자를 옮겨 크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페트라씨 홀(Petrassi Hall)
700석 규모의 가장 작은 이 홀은 로마출신의 모던 음악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고프레도 페트라씨(Goffredo Petrassi)를 기념하기 위하여 이름 붙여졌다. 가장 작지만 가장 음악홀 다운 곳으로 이곳의 특징은 무대의 뒷면이 이태리 커튼식으로 디자인되어 90?로 회전하게 되어있으며 공연에 맞게 무대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콘서트 오페라, 바로크 뮤직과 실내음악 또는 각 악기의 독주연회회에 적합한 곳이다.

로비(Foyer)
3곳이 뮤직홀을 연결해 주는 큰 규모의 로비는 만남이나 기다리는 장소이긴 하지만 이런 목적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공연과 무관하게 전시공간으로 사용되는 복합공간인 “Risonanze"와 유적박물관으로 연결된다. 로비에서 홀로 이동하는 거리를 재미있게 하기 위하여 20개의 네온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있는데-이태리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로 쓰여져 있음-이것은 피렌체 출신의 마우리찌오 난누찌(Maurizio Nannucci)의 작품이며, 이 작품은 영구 전시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마우리찌오는 1960년대부터 예술, 언어, 그리고 멀티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형성의 복합관계를 표현하려고한 작가로 멀티미디어도구로 사용된 것은 사진, 비디오, 음향, 작가의 글, 책이다. 또한 그는 오페라/건축/도시조경 사이의 관계를 통합한 예술을 표현하고자 환경, 언어, 칼라, 빛을 통사용하였다. 그래서 Renzo Piano와 작업을 하게 되었으며 외에도 Massimiliano Fuksas, Mario Botta, Nicholas Grimshaw, Stephan Braunfels과 같은 건축가와도 작업하였다. 로비에 전시되 작품은 10개의 blue neon과 10개의 red neon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blue는 그의 예술과제인 미술, 음악, 건축, 언어의 관계성을 추구하는 표현이고 red는 단지 유명한 음악가, 작가, 시인, 철학자의 이름(예: Plato, Hayden, Strawinsky, Borges, Russolo, Kandinsky, Berio, Lennon 등)을 인용하여 음악적 언어의 지각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또 ”Polifonia"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다양한 예술의 장르와 학문사이의 연계를 이루고자 탐구하고 있는 예술가이다. 또한 로비에는 유명한 이태리 조각가 버리(Burri)의 Cellotex 조각이 설치되어 있다.

야외공연장 카베아(Cavea)
Cavea는 작곡가 Luciano Berio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는데 이 공연장은 야외 공연장과 마남의 장소로 사용되어지고 있지만 Renzo는 이 장소를 중심에 배치함으로써 3개의 홀을 배경으로 하는 제 4의 뮤직홀이 만들어지고, 이는 또한 이곳을 도시라고 볼 때 도시 주변환경을 연출하는 효과를 부여하고자 한 것이었다. 시민들에게는 이곳이 뮤직홀이라기보다 도시생활속에서 만남을 갖을 수 있는 광장(square)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면서 점차 음악이라는 예술과 일상생활이 가깝게 되도록 하고 있다.

옥상놀이터(Hanging Park)
38,000m2 면적의 어린이 놀이터는 나무로 놀이기구를 만들어 오디토리움이 어른들의 공간이 아닌 연령이 다른 세대과 함께 공유하는 공간으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고대유적박물관
공사를 하는 중, 1995년에 우연히 유적지가 발굴되어 오디토리움 안쪽에 박물관을 만들어 유적지와 발굴된 유물들을 모두 관람할 수 있다. 이 유적지의 연대는 BC 6세기 중반부터 3세기까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으로 매우 뜻 깊은 곳이라고 한다. 특히 로마에는 공공건물은 현재까지 남아있으나 개인주택의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그 가치가 높다고 한다.

작년 여름에 이곳을 방문하고 렌조의 분명하고 단순한 디자인에서 나오는 모든 사람의 삶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디자인에 감명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발굴된 유적지와 유물들을 다른 장소로 옮겨가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고대인(선조)의 일상생활을 감상하고 되돌아보도록 박물관으로 디자인한 것이 문화콘텐츠가 풍부하도록 하는 그들의 방식이 아닌가 생각했다. 음악이라는 예술에 건축과 미술이 접목되어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창조하듯이 미래의 공간과 환경디자인계획은 사회의 모두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또 Parco della Musica가 음악공연을 보러오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라는 일상생활에 융합되어 있어 그 곳을 가게 만들고 가서 음악을 자연스럽게 듣게 만드는 즉 음악이 주인공인 아니라 ‘인간’이 주인공인 디자인이 우리의 청소년을 위하여 필요한 콘셉트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청소년들이 언제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오늘 공연은 무엇이지?“ 할 수 있도록 청소년을 배려한 공간들이 계획되어 여가생활을 통하여 삶의 질이 풍요롭게 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기다려본다. 렌조 피아노가 이곳이 도시민에게 음악과 노래와 엔터테인먼트를 통하여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영적 에너지를 경험하도록 한 것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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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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