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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빈티지 컬렉션 천국

2012-04-10


아트(Art), 아키텍쳐(Architecture), 얼라이브(Alive)의 뜻을 담은 소문자 ‘a’와 최고의 가치로 불변하는 고유명사적인 대문자 ‘A’가 합쳐진 이름인 aA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은 국내 최초의 가구 박물관이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전성기에 내놓은 대표작부터 거리의 조그마한 빈티지 소품 하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컬렉션을 가진 공간으로,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부터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주부까지 알 만한 사람은 이미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 어디라도 가고 싶은 봄날, 오리지널 빈티지 기운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홍대 앞 문화명소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에디터 | 이은정 객원기자 (chunglyang1@naver.com)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8-11
건축주 김명한
면적 2407㎡
규모 지상2층, 지하5층
건축설계 및 시공 아르스
인테리어 실시설계 aA Design Museum
조명 납품 Tom Dixon


새로운 낡은 공간

4년 전 홍대 앞에 혜성처럼 등장한 aA 디자인 뮤지엄은 유럽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톰 딕슨(Tom Dixon), 찰스&레이 임스 (Charles&Ray Eames), 하이메 아욘 (Jaime Hayon) 등의 작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빈티지 가구 갤러리 겸 카페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오리지널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는 가구 전시장이기도 하다. 약 5m 높이의 천장고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벽이 거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안의 내용물만큼은 따스하기 그지없다. 낡고 오래된 웨어 하우스(ware house)를 컨셉으로 1900년대 오리지널 오브제들의 총집합을 이끌어낸 이곳은 홍대 앞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지오’의 ‘김명한’ 사장 개인의 컬렉션에서 시작되었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유럽의 작가, 앤티크 에이전트(antique agent)와 친분을 쌓았고 가구에 매료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문화공간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의 컬렉션은 비단 가구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에서 드러난다.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건물 일부가 개보수 작업에 착수하여 더블린의 300년 된 펍(pub)의 퀸스헤드(queen's head)에서 분해된 건물 소재들을 컨테이너에 실었다. 그렇게 모은 의자, 캐비넷, 장, 가로등, 문짝, 그림 등 소장품이 모두 1천여 점이 넘는다. 지하 2층에서 지상 5층 구조로 이뤄진 이 건물은 모든 층이 복층 구조이며 1층에 까페aA가 위치하고 지하는 전시와 판매 공간인 디자인 뮤지엄 숍(shop)으로 구성되어있다.


18세기 산업혁명 당시, 기계를 통해 대량으로 물건을 생산하면서부터 시작된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제품들이 전시 및 판매되는 지하에서는 골동품이 된 가구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방문객들이 보다 가까이 마주할 수 있다. 지금의 대량생산제품과는 달리, 공예와 예술 분야에 기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양질의 조형적인 제품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던 노력의 산물이기에 개성적인 조형미를 갖추었음은 물론이다. 비록 새로운 제품 특유의 반짝임은 없지만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손때가 묻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가구들은 모두 오리지널 제품이므로 전 세계에 단 하나씩 밖에 없어 그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옛 것을 수입만 해오면 동시대의 현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aA 퍼니쳐(furniture) 라인을 런칭,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핸드메이드 가구 브랜드를 출시했다. 별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원자재는 직접 수입한 뒤 직영 공장에서 만들어 가격 거품을 뺐다. 소속 디자이너들이 새롭게 디자인해 제품화한 가구는 수시로 업데이트되니 고정돼 있는 컬렉션이 지겨울 걱정일랑 접어두고 간간이 들러서 구경하기 딱이다. 매장에 오는 손님들이 탐내는 제품으로는 책상, 테이블, 의자, 벤치, 소파, 캐비닛 등이다. 소재, 디자인 대비 가격대가 괜찮은 편이다.


공유하고 공감하는 20세기 유럽디자인

1층 까페는 대형 라운지 형태로 온갖 건축 오브제들과 가구를 일상에서 즐기는 분위기다. 사실20여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모아 온 빈티지 컬렉션을 고스란히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조금 놀랍기도 한 일이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 전설적인 디자이너 부부 찰스&레이 임스, 덴마크 디자인의 아버지라 칭송되는 핀율, 최근 416억 낙찰가로 세계를 놀라게 한 여류 디자이너 에일린 그레이의 작품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홀을 장악하고 있는 의자들은 모두 1920년대부터 2008년에 이르기까지 화려했던 시대와 역사를 아우르는 것들이다. 의자 저마다에는 이름과 작가 등 그 기원을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 ‘전설’ 위에 편히 앉아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19~20세기의 전설적인 가구들을 보는 매력뿐 아니라 건물 자체도 볼거리다.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디자이너 톰 딕슨(Tom Dixon)의 미러볼(Mirror Ball)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창문은 1900년대 영국 공장의 창문으로 되어 있다. 1850년대 프랑스 프로방스 왕족 성의 연회실 바닥 타일을 깐 바닥, 1850년대 영국의 철제문을 단 출입문, 1900년대 나무로 만든 영국 최초의 냉장고, 1930년대 영국 캐비닛 등이 어우러져 시대를 왔다 갔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적마저 다른 작가들 작품의 어우러짐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어느 하나 각자의 자리에서 의미 없는 물건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체성이 뚜렷한 공간

어느 한 시대나 사조에 구애 받지 않고 대중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디자인 작품들의 오리지널 에디션 및 가치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 구성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공간 aA 디자인 뮤지엄. 시간을 초월한 수집가의 수집품들의 빈티지한 느낌을 공간에 자연스럽게 살리기 위해 건물의 바닥과 벽체는 모르타르 위 투명 에폭시로 마감되고, 천장은 노출콘크리트로 처리되었다. 조명 역시 다소 차가운 느낌을 덜어주기 위해 따뜻한 태양광의 느낌을 제공하는 램프와 조명기구를 택하여 조화를 꾀한 섬세함이 엿보인다. 또한 실내의 측면마다 1930년대 마쯔다와 필립스가 개발한 네덜란드의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펜던트를 설치해 낮에는 자연채광과 어우러지면서 전반조도를 확보하게 했다. 마치 집안에 들어온 듯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그만이다. 이렇듯 전체적인 공간이 오래되고 낡은 가구를 안고 있기에 외관에서부터 조명에 이르기까지 보조를 맞춰가며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데에 주력한다.

아르데코, 바우하우스, 모더니즘, 스칸디나비아 등 각종 디자인 양식과 장르가 혼합된 이곳은 일상이 켜켜이 쌓여 오래된 것으로 잘 묵힌 역사적인 오브제의 가치를 재미난 얼굴로 나타내고 있다. 소소한 작은 오브제에서 출발해 명성 있는 디자이너의 작품까지 한 데 모아놓은 것 같지만 각각의 이야기를 아우르고 있는 가구 박물관. 마치 비빔밥처럼 갖가지 재료가 한데 모여 있으면서도 명확한 정체성을 갖고 그 맛에 있어서는 시너지를 뿜어내는 공간 aA 디자인 뮤지엄. 만약 당신의 시야와 시각이 다중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한 시기의 한 가지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는 대신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그 시기의 문화를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현재에서 과거를 조우하고 온몸으로 일상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이름 그대로 살아있는 최고의 가치 aA디자인 박물관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http://www.aadesign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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