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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와 함께한 캠퍼 매장 리뉴얼 프로젝트

2012-12-03


홈리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집 없는 사람 혹은 노숙자를 떠올리며 불쌍하다거나 한심한 사람쯤으로 치부한다. 홈리스에 대한 차가운 시선 보다는 집이라는 어쩌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안락한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은 이들의 삶이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인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 (cosmosstar00@naver.com)

스페인의 신발브랜드인 캠퍼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캠퍼 매장 리뉴얼을 홈리스들이 직접 참여한 것이다. 홈리스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숙자쯤으로 쉽게 치부해 버린다. 사전적 의미에서 볼 때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대의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홈리스란 주거형태가 불안정한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는 말로 보아야 한다.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지는 현상가운데 기회의 균등한 분배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홈리스들은 편견 어린 시선까지 감당 해야 한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건 부정적인 시선이나 단발적인 도움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 즉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

디자이너 쿠로 클라렛의 아이디어로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는 알레스라는 바르셀로나 인근의 홈리스 그룹과 함께 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클라렛은 전체적인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였고 거기에 필요한 소품들은 알레스그룹이 만들었다. 알레스그룹은 바르셀로나 곳곳을 돌아다니며 재활용품을 수집했다. 버려진 오래된 가구나 사인보드, 가죽, 신발끈 등 다양한 수집품들을 활용해 선반과 의자 그리고 벽장식 등의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었다. 버려진 물건을 모으고 그 속에서 새로운 쓸모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홈리스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으로 보인다. 사실 알레스그룹은 이런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도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서 생활하고 있었다.


완성된 매장은 알록달록하면서도 재미있는 장소가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디자이너 클라렛은 그들의 가치에 영감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홈리스들이 가진 잠재력을 활용해서 얼마든지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게 도와 주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클라렛은 생각한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지식인들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거리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한끼 식사로 배를 채워주는 것만이 도움이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그들을 진정으로 도울 방법이 어떤 것인지 찾아야 한다.


15세부터 거리에서 생활했다는 미구엘은 구걸하는 대신 그림을 그렸고 그가 바라본 세상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때로는 주변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지만 그는 거리에서 있을 때 세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느낀다. 거친 선으로 완성된 그의 일러스트들은 그만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엿보인다. 자유로운 그의 삶의 흔적은 몇 권의 책으로도 완성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미구엘은 알레스그룹이 작업중인 모습을 그려서 벽을 장식했다. 진지하게 작업에 몰두하는 알레스그룹의 모습이 미구엘의 자연스러운 선으로 표현되었다.


이 곳은 이들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다른 평범한 신발가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는 이 가계는 희망의 빛으로 몇 배쯤 밝아 보인다.

누군가를 먼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보다는 진실을 바라보는 눈이 밝아졌으면 한다. 노력하지 않아서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모두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요즘 노력만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고, 빅이슈코리아 같은 홈리스 자활을 위한 잡지가 판매 되면서 홈리스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 이다. 더불어 잘 사는 사회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캠퍼의 홈리스 참여 매장 리뉴얼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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