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9
편리함에 익숙한 신도시의 거주자들에게 카페는 어떤 공간일까. 편리함이 가져다 준 여유로움을 공간 안에 이입시키기 위해 우리는 집안에선 발견하지 못했던 또 다른 무언가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아이와 함께해도 어색하지 않을 호기심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다면 집에서 느꼈던 아늑함과는 다른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사진 ㅣ 김주원
자료제공 l melloncolie fantastic space LITA
도시의 기반시설이 철저한 계획 하에 세워진 거대 신도시는 목적에 따라 모든 면에서 ‘편안’보다는 ‘편리’를 지향한다. 손만 뻗으면 닿는 이 편리는 빠르고 윤택한 생활 환경을 만들어줘 도리어 거주자에게는 시간적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삶의 질적인 부분을 여가의 차원에서 염두 해둔다면 신도시는 계획된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신도시 안에 너나 없이 카페거리가 등장하고 특화된 여가시설들이 들어서는 것도 늘어나는 수요를 위한 자연스런 현상이다.
신도시 안에 입점한 카페를 디자인 한다는 건 따라서 이들의 거주지와 또 다른 특별한, 어떤 ‘편안’함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수요층에 맞는 맞춤 디자인, 그들의 심적 니즈를 파악하는 건 디자인 과정에서 빠져서는 안될 숙제인 것이다.
서울과 인접한 판교신도시에 위치한 카페를 디자인한 공간 디자이너 김재화는, 따라서 이 지역의 특성을 프로젝트에 그대로 반영했다. 유년시절의 기억을 상기시키듯 따뜻한 색감을 베이스로 두고 통일감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는 공간 구석구석의 장식적인 요소 속에서 드러난다. 직접적인 드러냄 없이 적당히 숨겨진 디자인 코드는 유년시절 추억 속 낱말게임을 하듯 상상력을 일으킨다. 어디까지 연결될 지 알 수 없는 천장의 사다리, 공간 안에서 또 다른 아늑함을 주는 조형의 구조물, 지붕 일부의 형상을 연출하는 천장의 메스 등은 완성된 전체의 그림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여유롭게 숨김으로써 상상 가능한 공간을 만들었다.
공간 속 조형물들은 어른, 아이 구분 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 요소다. 코코와 브루니, 소녀와 새의 이미지를 가진 카페 브랜드의 감성코드에 맞게 소소한 유년기의 일상을 스케치하듯 그려낸 공간은 기능보단 고객의 동선에 집중해 서비스 테이블과 라운지 소파를 배치했다. 모난 곳은 쉽게 찾기 힘든 가구설계와 소재 선택은 아이와 함께 해도 무리 없을 정도로 아늑하다.
라운지 분위기로 탁 트인 내부 공간은 구조적으로 분리됐음에도 내부의 아늑함을 반복하며 끝말잇기를 하듯 자연스레 외부 테라스와 연결되어 공간의 확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