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05
이름과 유명세를 갖고 있는 가구 브랜드의 쇼룸과 매장들은 밀라노 거리의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이곳에 전시, 판매되고 있는 가구들은 디자인한 디자이너나 회사이름보다는 가구와 제품 그 자체들의 소재, 아이디어, 완성도가 더 눈에 뜨이는 것들이다. 각기 다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가구들을 위한 쇼룸이지만, 그저 근사한 가구들이 들어찬 공간 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알아본 그 곳은 단순한 쇼룸이라고 말하기엔 그보다DILMOS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갖고 있는 곳 이었다.
Piazza San Marco 1번지에 위치한 DILMOS의 가구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DILMOS는 디자인으로서의 가구를 설명하기 위한 공간으로 1980년 시작되었다. Edra, Catellani&Smith, Memphis, BD ediciones de diseno, Mirabili e Tecta 와 같이 80년대의 현대성을 표현하던 업체의 가구제품과 새로운 경향의 디자인에서도 가장 상징적이라 할 수 있었던 제품들이 선보여지는 장소로 활동했다. 쇼룸을 통해 DILMOS의 디자인에 대한 예술적인 의미와 가치를 보는 시각이 디자인 업계에서 점차 인정 되면서, 디자인 업계와 가장 직접적으로 함께 움직이게 되었고 디자인 세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교류와 상호작용의 경로'로서의 역할을 하고있다. 최근에도 DILMOS가 전시하는 제품들은 Akomena, Bernni, Kundalini, Edra, Mazzei, Catellani & Smith, Le Meduse, Palluccoitalia, Poltronova, Teca 와 같이 그들만의 철학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가구 업체들과 개인적인 몇몇 디자이너들의 작업들 가운데서 추려진다. 이곳의 일층과 지하에 전시 판매 되고 있는 가구들을 보면 그것들의 일차적 기능과 함께 이미 그 자체로도 시적인 감성적 욕구를 공간에 풀어넣기에 충분한 제품들이 선택되어져 있다는 것에 공감이 간다.
Alessandro Mendini에게 헌정하는 전시회를 기획했던 1985년부터 DILMOS는 각각의 가구가 묘사하고자 하는 철학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 작가, 제품들과 디자이너의 가장 깊은 고찰에서 나오는 가구들을 주로 선택하는 경향을 가지며 가구 디자인계 사이에서 교류와 상호 작용의 경로로 자리잡았다. 고급스러운 재료를 사용한 이태리의 전형적인 화려한 가구들처럼 보이지만, 제품들 하나하나가 재료와 기능에 대한 각각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위의 사진들을 보면 화려해 보이는 거울의 테두리는 거울조각을 입체적으로 붙인 것. 원하는 부분의 등받이만을 세울 수 있는 빨간 쇼파와 검정색 술이 돋보이는 긴 가구는 책꽃이로서 흔히 플라스틱 빗자루의 털에서 볼 수 있는 그 재료이다. 책을 안고 있는 한 작품이라 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옷걸이는 항상 바닦에 서 있어야 한다? 천정에 붙어있어도 옷이 걸리면 그만이다. 클립을 그대로 연결해 놓은 아이디어가 신선함과 즐거움을 준다. 옷이 걸려 있다면 더 재밌지 않겠는가?
석기시대의 티 테이블이란 이런 모양이었을 것 같다. 다듬어지지 않은 돌을 얹어놓은것 같은 테이블과 조개껍질이 연상되는 원형테이블이 조화롭게 느껴진다.
DILMOS가 제시하는 제품들은 한 디자이너의 혹은 일정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진에서 보듯, 전부 다른 개성과 소재와 특성을 가지는 이들 제품들 사이의 디스플레이된 조화와 분위기는, 디자이너와 고객들 사이의 요즘의 기호에 따라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DILMOS의 가구에 대한 시각- 공간의 필요에 따르는 생각들이 현실적으로 한 공간에 혹은 한 집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요소들-처럼 자리잡기를 바라는 의도가 소설의 한 장을 풀어나가는 듯한 방식을 통해 그들이 쇼룸에 이루어 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DILMOS의 역할이 된다.
각각의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언어를 가지고 있고, 이런 다양성은 그들의 생각이고 몸짓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충분한 의도를 전달할 수 없다.
그곳의 독특한 가구와 제품들 못지않게 DILMOS라는 공간 자체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들만의 가구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정의와 시각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며 디자이너가 드러내고자 했던 언어와 느낌을 살아나게 하려는 의도도 구성한 공간이 고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감동이 단순한 가구 전시장이 아닌 마치 DILMOS라는 브랜드 이미지처럼 쌓여 20년 이상 가장 독특한 디자인의 가구를 보여줄 수 있었던 바탕이 되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