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4
일반적으로 핸드페인팅 도자기라고 하면 초벌된 기물 위에 고화도 안료로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을 말한다. 어찌 보면 단순한 작업 같기도 하지만 막상 초벌기물을 받아 들면 하얀 도화지를 받았을 때보다 더 막막함을 느끼기도 한다. 핸드페인팅 도자기의 주 재료인 초벌기물과 안료는 도화지와 물감과는 다른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 | 서석만 (제로원디자인센터 ‘컬러가 있는 도자기’ 강사)
핸드페인팅 도자기를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대개 예쁘고 멋있게 그리는 데에만 치중한다.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핸드페인팅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이해하고 재료의 성질을 파악해 응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초벌기물의 먼지를 털어내고, 안료로 채색하고, 유약을 바른 후 굽을 닦아 가마소성하기까지 그 제작 과정에 있어서 먼지 하나, 지문 하나도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디자인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핸드페인팅 도자기는 어렵기만 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방법만 안다면 도화지에 그리는 것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음은 물론, 그리는 행위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용품으로 간직할 수 있어 유용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핸드페인팅 도자기의 전문가가 되려면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할까?
나만의 초벌기 찾기
핸드페인팅 도자기는 초벌기물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생활식기나 타일, 인테리어소품 등 다양한 기성품 가운데 본인의 독특한 스타일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이고 파손율이 적은 초벌기물을 선택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전공자일 경우 본인이 디자인한 기물을 만들 수도 있으나, 스스로 디자인한 상품을 주문하여 제작할 수도 있으니 자기만의 초벌기물을 원한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tip 초벌기물 선택 시 컵의 손잡이 부분이나 접시, 그릇의 일부가 깨져 있는 경우가 간혹 있으니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좋다.
하회안료로 물감 만들기
도자기 안료는 크게 상회안료와 하회안료로 나뉜다. 상회안료는 유약을 입힌 후 혹은 재벌된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릴 때 사용되는 반면, 하회안료는 유약을 입히기 전 초벌 위에 사용한다. 도자기 핸드페인팅의 주원료로 쓰이는 하회안료는 회화적인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며, 고화도에서 소성하기 때문에 발효식품이 많은 한국인의 식 문화에 적합한 도자기 제작에 알맞다.
하회안료는 물감과 달리 소성 전과 후의 색채가 상당히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필히 시편작업을 필요로 하는데, 이것은 안료의 기본 색채와 혼합했을 때 색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미리 알아보는 작업으로 상당히 중요한 작업 가운데 하나이다. 핑크나 보라색 등 붉은색 계열의 색채는 고온에서 버티지 못하고, 색감이 변하거나 색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안료배합 비율을 조정하거나 소성온도를 적당히 조절하면 원하는 색을 얻어낼 수 있다. 이때 같은 붉은색이라도 안료를 제조하는 회사마다 같은 미묘한 색감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원하는 색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료의 번호를 외워 두는 것도 노하우이다.
초벌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안료분말을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유약과 일정비율로 혼합, 일정한 시간 동안 ‘볼밀’에 갈아 오일을 섞어 사용한다. 오일은 붓질이나 흡착력을 좋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양에 따라 색채와 유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초보자일 경우 글리세린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초보자가 쓰기 좋게 정제되어 있는 도자기물감도 있으나 본인의 독특한 색채를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tip 색채의 변화가 많은 붉은색 계열 안료는 투명유와 안료를 1 : 2 비율로 혼합해서 사용해야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으며 투명유약은 그늘에 말려 수분기가 쏙 빠진 유약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붓으로 그리고 스폰지로 찍고
핸드페인팅 도자기는 사용 도구에 따라 표현기법도 다양해지는데 가장 보편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것이 바로 붓과 스폰지다. 먼저 붓을 구매할 경우 모양과 탄력도를 고려하여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벌기물이 도화지에 비해 훨씬 많은 흡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료를 많이 머금고 있을 수 있도록 붓 살의 길이가 긴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둥근 붓과 납작한 붓, 크기가 크고 작은 붓, 탄력이 좋거나 부드러운 붓, 세필 붓, 스탠실 붓 등 붓의 종류에 따라 표현기법도 달라진다.
붓을 이용해 그림을 그릴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적인 훈련이다. 한 가지 형태를 다양한 붓으로 반복적으로 그리다 보면 붓의 성질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형태에 변화를 주게 된다. 그러다 보면 형태를 조합하거나 변형시키게 되고 초벌기물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tip 붓은 안료와 초벌기물과 같이 거친 재료에 사용되어 비교적 빨리 손상될 수 있으니 잘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핸드페인팅 도자기에서 붓 다음으로 활용도가 높은 것이 스폰지다. 정형화된 형태를 표현하고자 할 때 주로 사용하는 스폰지 기법은, 따라서 대량생산 시 유용하다. 스폰지 기법은 원하는 그림을 그린 후 스폰지에 똑같이 오려내 안료를 적신 후 초벌구이에 찍어내는 형식으로 안료와 물의 양 조절이 가장 어렵다. 안료의 양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 너무 두껍게 찍히거나 밀리는 경우가 생기게 되므로 이러한 문제는 가마소성 이후 ‘핀홀’ 발생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붓으로 표현하기 힘든 점층 효과 등 표현범위가 넓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안료사용량이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앞서 말한 방법 외에도 스폰지는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데 스폰지를 볼펜 대에 끼워 포도알맹이나 체리 알맹이 등을 표현할 때 사용하거나, 컵이나 그릇의 안쪽 부분에 색을 입힐 때, 목욕할 때 사용하는 해면 스폰지나 주방용 스폰지의 질감을 활용하여 바탕을 처리하는 등 폭넓게 사용 가능하다. 특히 잘라서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주방용 스폰지는 활용도가 높은 재료 중 하나. 그 외 라텍스나 주사위 등 우리 주위의 다양한 재료들도 모두 핸드페인팅 도자기의 재료가 될 수 있으니 핸드페인팅도자기에 관심이 생긴다면 이제부터 주위 물건에도 눈을 돌려보자.
tip 스폰지기법의 스폰지는 고탄성 스폰지를 사용하여야 하며 사용하기 전 비누나 세제로 길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핸드페인팅 도자기 완성, 유약과 가마소성
핸드페인팅 도자기의 꽃은 바로 유약 시유와 가마소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가마에서 요변은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핸드페인팅 도자기는 일반적으로 투명유를 사용하는데 이는 그림과 색채가 도드라져 보이게 하고 광택과 매끈한 유면으로 생활식기에 주로 사용되는 기본 유약이다. 그림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한 톤의 색감을 원할 경우 투명유에 안료를 적당량 혼합하여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나 이때 안료를 너무 많이 사용할 경우 그림의 색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몇 번의 가마실험을 통해서 양을 조절한다.
tip 색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당이나 아연화가 많이 함유된 투명유는 피하는 것이 좋으며 온도의 폭이 큰 유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마는 일반적으로 전기가마를 이용하는데 0.3루베 정도면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액세서리나 소품 등을 생산하고자 할 경우 0.14루베 정도만 되어도 무난하다. 가마는 조작법에 따라 지시하는 대로 작동하면 가동은 되나 문제는 여러 가지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 원인을 짐작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가열실패가 될 경우 열선이 끊어진 것은 아닌지 전력이 모자라지는 않는지를, 똑같은 안료를 사용해 그린부분이 가마재임 위치에 따라 다른 색으로 나올 경우 상하 온도의 편차가 있는지, 가마가 너무 빽빽하게 재임된 것은 아닌지를 체크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한번 도전해 볼까?
핸드페인팅 도자기는 도자기의 표면장식 기능에서 장식자체가 한 분야로 자리 잡게 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도자기에 대한 기본 지식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많이 알지 못한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막상 시작하고 경험을 쌓다 보면 머리로 아는 지식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요즘 핸드페인팅 도자기는 자기만의 브랜드를 개발하고자 하는 젊은 여성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규모의 자본으로 개인공방을 운영하거나 상품을 제작하여 온라인 판매 혹은 오프라인매장도 가능한데다 초∙중∙고등학생들의 계발활동 프로그램 혹은 회사의 연수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상품으로 활용이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