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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夢無恐 김 동 진

2004-06-08

디자이너 김 동진과의 만남.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그 얘기에 폭 빠져들었다.
머리 속을 계속해서 떠나지 않던 느낌.
인간적인.
그 인간적인 느낌을 어찌 풀어 써야 할는지.
COMmercial Planning ASSociation의 김 동진 대표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회사 compass planning은 철저히 계획되고 준비된 회사였다.

인터뷰 | 호재희 정글에디터 (lake-jin@hanmail.net)


1992년 1월 문을 연 COMPASS PLANNING. 벌써 13년째다.
옴니 디자인에서 4년. 에스콰이어 디자인실에서 1년.
에스콰이어 디자인 실에서 직장 생활을 마무리 한 터라 디자이너 김동진은 패션샵 프로젝트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게 되었다.
패션샵은 시즌별로 테마를 바꿔줘야 하기 때문에 많게는 한 달에 40~50개의 프로젝트를 맡아 해내던 때도 있을 만큼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패션샵은 분야의 특성상 트랜드에 가장 발빠르고 민감해 변화하는 디자인의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매력적인 일임에 틀림없지만, 6년을 그렇게 몰아치듯 해내고 나니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불어 닥친 IMF한파에 경기에 민감한 패션쪽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하던 COMPASS PLANNING 또한 온전할 수 없었다.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고, 그러한 어려움 끝에 재기에 성공한 COMPASS PLANNING은 보다 더 탄탄한 회사로 도약할 수 있었다.
잠시의 휴지기 동안 디자이너 김 동진은 많은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그가 배운 것은 건축.
사회에서 그가 얻은 것은 건축 내부의 공간 대한 노하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되 그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어떠한 어려움에도 쓰러지지 않을 무엇이 필요했다.
보다 효율적인 구성원의 결합, 보다 효율적인 프로젝트의 수주로 보다 탄탄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설계 사무실, 건설 회사와 파트너 쉽을 가지고 형성한 컨소시움 형태의 회사.
각각은 전문적·전략적 구성, 유기적 시스템으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생하면서 건축 관련 프로젝트 의뢰인에게 one stop service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인테리어를 담는 건축을 새로운 사업 모델로 구상한 디자이너 김동진은 건축에 있어 그 공간감보다 물성·재질과 같은 표면에 보다 집중했다. 그것이 그간 인테리어를 해 온 그에게 있어 경쟁력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실험 정신으로 특이 소재의 마감을 건축과 접목시켜 계속해서 남들과 ‘다른’ 디자인을 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7명의 직원과 함께하는 COMPASS PLANNING.
많은 돈을 벌고 싶은 것도 크나큰 명예를 얻고 싶은 것도 아닌 그는 계속해서 가족적인 분위기의 회사를 꾸려 나가는 것이 그의 작지만 큰 꿈이다.
디자이너 김동진은 디자인을 할 때 많은 생각, 많은 고민을 배제한다고 한다. 순간적인 무언가가 머리 속을 지나 갈 때 그것을 잡아내어 디자인에 즉흥적으로 반영한다.

금속이나 유리와 같은 소재로 모던하고 심플하게.
단순화를 위한 끊임없는 덜어내기와 비워내기.
이것이 디자이너 김동진의 디자인 방법이다.

그것은 비단 재료나 디자인 성향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작업 공정 때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버리고 버려서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시공한다.
그는 진부하고 보편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단다. 보편적이지만 특수하게 보일 수 있는 것, 싸구려 소재라도 고급스러워 보일 수 있는 것, 무언가 다른 것을 추구한다.
그야말로 끊임없이 노력 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디자인에 대한 ‘감’ 또는 ‘느낌’이며 이러한 것들은 타고 나기도 하지만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스스로의 오감을 자극해 감각을 키워나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모르는 사이 그것이 내 안에 들어와 나의 것으로써 다시 표현된다.

가능하면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경험 속에 살아가길 기대한다.
똑같은 사건이라도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얼마든지 다른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남들과 같기를 거부한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유학이라는 것도 학업의 일환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경험이다. 순수 국내파 디자이너 김동진은 유학이라는 것은 그 경험을 얼마만큼 내 것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지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 김동진은 디자이너로써의 삶. 그 장면 장면을 사랑한다.
즐기지 않고는 해낼 수 없는 일이지만 한 순간도 디자이너로써의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적은 없었을 만큼 하늘이 주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어느 디자이너나 말하는 바 이지만,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의 화려한 디자이너만을 생각하면 안된다.
일에 대한 확신, 자부심 그리고 즐길 수 있는 자세.
이 세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디자이너에 한걸음 다가가는 것이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매력.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것만 같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안해주는 컨설턴트로써 자신의 아이디어를 팔아 의뢰인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디자인 해주는 것. 그것이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매력이라고 그는 감히 말한다.
이러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굳이 힘든 점을 찾으라 하면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고. 이 세상 모든 일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지만, 의뢰인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이 좌지우지되고, 디자이너의 기본 철학마저 흔들려버리면 정말 크나큰 회의가 밀려온다.
그렇기 때문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그 공간 해결에 대한 만족보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전문가인 디자이너를 믿고 맡겨준 의뢰인과의 일이다.
‘빨리’ ’싸게’ ’좋게’
단 세 가지 만을 조건으로 내거는 일반적인 의뢰인과 달리 디자이너를 믿고 맡겨줄 때 보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멋진 공간 해결이 된다고.


無夢無恐.
COMPASS PLANNING이라는 회사 이름과 함께 명함 위에 쓰여진 네 글자.
명함을 받는 순간 뜬금없다 생각 했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더 이상 헛된 꿈 꾸지않고,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는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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