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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두마리 토끼를 잡아드립니다. 2RABBIT, 박소영

2006-07-11


도산 공원 옆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고릴라 인더키친. 배용준이 투자한 레스토랑이라는 입소문에 한일 양국의 톡톡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이다. 건강에 좋은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단번에 불식시키며 맛과 건강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고릴라 인더키친은 인테리어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흐르는 음악에서부터 종업원들의 옷, 음식이 담기는 접시 모두 한 곳에서 기획해 그만의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다 하는데, 솔직 담백한 스타일의 고릴라 인더키친을 기획한 2RABBIT이 궁금했다. 빗방울이 도산공원의 푸른 나뭇잎을 더욱 생기있게 만들던 어느 날. 수화기 넘어 들리는 낭랑한 그녀의 목소리. ‘5시에 세컨호텔에서 뵙지요.’ 2RABBIT의 박소영 실장을 찾았건만 세컨호텔이라니…

취재 | 호수진 객원에디터 (lake-jin@hanmail.net)


회사 이름답게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그녀는 인테리어 사무실 외에 세컨호텔이라는 리빙숍을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2RABBIT속에는 세컨호텔 운영과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열정 모두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개인적 꿈도 담겨 있지만, 그녀를 찾아오는 클라이언트들에게 어떠한 것도 포기하지 않고 두마리 토끼를 잡아주겠다는 중의적 의미도 담겨있다.
인테리어를 시작한지 벌써 15년이 넘어간단다.

B&A와 전 디자인 어소시에이트를 거쳐 98년 홀로서기를 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녀이지만, 그림보다 이야기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그녀. 3년간 몸담았던 전디자인 어소시에이트에서 디자인 외의 것들을 많이 배웠다. 다양한 공간 디자인은 물론, 홍보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통합하는 기술까지. 그녀를 많이 깨닫게 한 두 사람. 스승의 날 찾게 되는 두 분의 스승이 모두 그곳에서 만난 분들이라고.

홀로 선다는 것은 외롭고 무서운 여행이다. 누군가에 의해 컨트롤되었던 과거와 달리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그래서일까? 그녀는 신중해졌다. 2002년 월드컵때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홍명보가 그랬다지 않는가. ‘이번 골을 넣지 못하면 나는 이민을 가야할지도 모른다.’……조국을 등지고 안 지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는 것은 그만큼 선 하나도 신중하게 긋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는 예술가가 아니기 때문에 돈과 힘의 조절을 잘 해야만 한다. 좋은 공간을 하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일을 하다가는 그 좋아하는 일을 다시는 못하게 되는 불행이 찾아 올 수 있기 때문에 돈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이상의 공간을 꿈꾸며 현실을 볼 줄 아는 현명한 디자이너였다.

2006년 4월. 세컨호텔을 오픈함으로 본격적으로 두 마리 토끼잡기에 나섰다. 계속되는 아이디어 충전이 필요한 그녀에게 세컨호텔은 한없이 즐거운 놀이터. 지친 몸과 마음을 세컨호텔에서 달래본다. 때로는 클라이언트가 없는 것이 더욱 즐거울 수도 있다고 말하는 엉뚱함 속에 그녀의 모습이 베어 나왔다.
어찌보면 세컨호텔은 클라이언트, 기획자, 제품디자이너, 제품셀렉터, 인테리어 디자이너, 디스플레이어, 판매자가 모두 동일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최고의 프로젝트였단다. 인테리어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인 이곳에 호텔 시스템을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것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공간이었다.

막연히 공간 디자이너를 꿈꿨다. 그녀의 아이디어의 힘은 이야기 만들기. 어렸을 적부터 상상하는 것이 특기라면 특기였다. 잠자리에 누워 머릿속에 그녀만의 세상이 만들어지면 그 세상이 너무나도 재미있어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고. 그래서인지 머릿속을 굴리는 연습이 30년 넘게 숙련되어 일하는 게 즐겁다.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어김없이 그녀는 숙련된 머리 굴리기를 시작한다. 일상 생활 내내 머릿속에서 잊지 않고 쉼 없이 굴려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해법의 중심이 떠오르면 실타래를 풀 듯 문제를 풀어나간다. 물론, 굴려도 나오지 않을 때는 책상 앞에 앉는 수밖에.

박소영 그녀의 공간은 그녀만의 색이 확실하다. 유독 그녀에게만 자유를 허락하신 부모님 덕분인가? 자유로운 성장 배경속에 더많은 상상,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단다.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 느낄 수 있듯, 그녀의 디자인 역시 솔직 담백하다. 시끄러운 공간은 디자이너의 두려움 때문이라 믿는 그녀의 공간은 소란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그녀가 잘 하는 것은 하나만을 위한 하나. 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안경을 골라줄 수 있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것. 색이나 형태보다는 소재들을 솔직하게 표현할 때 디자인은 힘을 갖는다.

공간은 특히 사람과 함께 담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공간에 들어섰을 때 공간의 주체가 되는 인간이 오감으로 공간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하지 않은 공간, 그저 장식뿐인 공간은 지루하고 실증 나기 쉽다.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게 될 것인가를 파악하는 일. 공간에 사람이 더해져 완벽하게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전시를 기획하는 일이 가장 재미있다. 감성적이고 이야기가 있는 전시가 그녀의 마음을 당긴다. 그래서인지 99년 일민 미술관에 쌈지 워크샵 전시 기획을 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패션쇼와 제품을 함께 전시하는 일이었는데, 예산이 많이 부족했다. 재미난 일이었기 때문에 내린 그녀의 결단은 ‘몸으로 때우자.’ 쌈지의 분위기를 살려 원단으로 벽 바닥에 구조를 세우고, 실과 바늘 그리고 네온으로 공간을 장식한 결과는 몸은 고됐지만 만족스러웠다.

지금 무엇보다 그녀가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따뜻한 남쪽 나라 바닷가에 한가로이 누워 바닷바람을 맞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이다. 물론, 시원한 맥주 한병은 잊어서는 안 되는 품목. 술을 좋아하기 때문인가. 아님,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인가. 그녀는 유난히 잔치 벌리는 것을 좋아한단다. 잔치 벌리기 외에 그녀가 좋아하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는 배영하면서 하늘보기.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물속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순간 그녀가 동화속 주인공으로 보인다.

하고 싶은 것은 꼭 하게 된다는 그녀의 믿음이 지금의 박소영을 만들었다. 그러하기에 욕심뿐이 아닌 늘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사회는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달라도 많이 다르다. 물론, 이 말은 학생들 모두 귀에 박히게 들어 알고는 있을 테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는 순간 당황하기 마련. 그러나 차근차근 사회 속에서 본인이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잘하는지 테스트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니, 찾아내야만 한다. 본인의 장단점을 알면 그 인생이 풍요로워질 테니 말이다.
2RABBIT 사옥 이전으로 정신 없이 바쁘다는 그녀. 2RABBIT의 컨셉트는 재밌게도…혹은 슬프게도 ‘시한부 인생’이다. 2년 후 헐려야 하는 건물의 운명을 위로하고자 잡은 그녀의 컨셉는 공간을 보기도 전에 설레이게한다. 흔한 이름과 달리 개성이 있어 다시 한번 되뇌이게 되는 이름 박소영. 앞으로 그녀의 개성있는 공간 연출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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