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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일상의 사소함을 담은 가게

2012-07-05


대상에 대한 애호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사람사이의 관계도 사소함에서 시작된 공감이 서로를 이해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의도하지 않게 들어선 작은 길에서 예쁜 가게를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듯, 우리 삶의 곳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사소한 작은 행복이 팍팍한 삶을 지탱하는 재미가 되기도 한다.

이수역 큰 길을 벗어나 작은 골목 안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는 일상다반사는 사소한 즐거움을 모티브로 꾸며진 공간이다. 일상다반사는 인터넷에서 전화번호도 찾을 수 없고, 그 흔한 광고하나 하지 않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찾아내는 것에 만족하는 작은 카페다.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아주 사소한 일을 의미하는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를 카페 이름으로 내건 주인장이 궁금했다.

“가게 이름은 꽤 오래전에 지어 놨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언젠가 내 가게를 만들게 되면 가게 이름은 일상다반사로 하자고 마음에 담아 뒀었죠.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들러 차를 마시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는데, 그런 저의 의도와 일상다반사는 꼭 들어맞는 단어였어요.”

상업구역과는 한 발짝 물러선 주거지역을 배경으로 가게가 들어서 있다. 애초의 의도에 맞게 주변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자주 가게에 들러 차를 마시고, 손님 대부분이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가게 주인과 손님이 아주 사소한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는 영화의 장면이 오버랩 된다.

글 | 한정현 기자 (hjh@popsign.co.kr),
사진 | 최영락 기자 (rak0703@popsign.co.kr)

동네 이웃들과 소통하는 카페 ‘일상다반사’

일상다반사를 꾸려가고 있는 박경민 사장은 토목설계 분야에서 8년간 일했다. 주말도 없이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달려온 직장생활이었다고 한다.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보니 더 늦기 전에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키워왔던 카페 오픈 계획에 돌입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하기도 한 박경민 사장은 그곳에서 점원으로 일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경험을 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여서 손님이 정말 많았어요. 애초에는 프랜차이즈의 매뉴얼을 보고 배우기 위해 들어갔는데 일을 하면서 손님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거죠.” 수많은 사람을 손님으로 상대하면서 손님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 쉽지는 않을 듯한데, 박 사장은 그곳에서 단골손님과 인사를 나누며 사람과 소통하는 재미를 깨닫게 됐다고. 일을 그만둘 때는 단골손님과 일일이 작별인사를 나누기까지 했다.

카페가 단순히 차를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곳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그러한 일에 재미를 느끼고 흥미로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돼 카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한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터를 잡고 동네사람들과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다반사도 그렇게 사람을 매개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박 사장은 가게에서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 동네 이웃들이 곧 손님들인 셈이다.

소통의 디자인 콘셉트를 그려내다

일상다반사의 디자인과 공사는 ‘멜랑콜리 판타스틱 스페이스 리타’에서 맡아 진행했다. 리타는 공간과 사람의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작업에 관심이 크고, 재료의 물성을 살린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회사다. 그렇게 때문에 사람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경민 사장과 리타 김재화 실장과는 소통이 잘 됐다.

“외관디자인과 원하는 콘셉트와 색상, 그리고 책장과 선반, 바의 집기 등이 어떻게 들어갔으면 하는지 따위의 제가 오랫동안 가져왔던 가게에 대한 느낌들을 작성해서 리타에 넘겨줬는데, 저의 의도를 잘 반영해 디자인해줬어요.”

색상을 스칸디나비아 블루를 정한 것은 박 사장의 뜻이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카메모식당> 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영화에서처럼 박경민 사장은 손님들과 소통하며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재미있다. 박경민 사장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는데, 이는 차를 파는 데만 목적을 두고 싶지 않은 소신 때문이다.

“혼자서 근무하다 보니 저는 손님과 동료처럼 이야기를 나누게 되죠. 가게가 작아서 불편할 때도 있지만 대형 카페가 이해할 수 없는 저희만의 편안함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음료를 파는 것에만 목적을 두면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겠어요. 저는 몸이 피곤한건 싫거든요.(웃음)”

주거지역의 특성을 담은 작고 편안한 공간 ‘일상다반사’

작은 가게들이 프랜차이즈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기 가게만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박경민 사장은 “지역의 특성을 살린 개성 있는 가게들이 필요한데, 여기는 거주지역이니까 그에 맞게 손님들이 편안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박 사장은 때로는 일부러 소음을 만들기도 한다고. 이런 배려는 한 손님과의 에피소드 때문이다. “일하다 보면 어느 날은 왁자지껄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테이블이 꽉 찼는데도 조용할 때가 있어요. 그날도 왠지 손님이 꽉 찼는데도 적막이 흐르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명랑하게 생기신 손님이 귓속말 하듯이 ‘저... 여기서 말해도 되나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얼마나 웃었는지 지금도 가끔 일하면서 당시 일이 생각나 웃게 돼요.”

손님들이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지만 사실 일상다반사는 박경민 사장이 자신에게 준 선물 같은 곳이다.

“제가 가장 오래 있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우선은 제가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8년간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준 선물이죠. 그래서인지 가게에 더 애정이 큰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손님들도 마음에 들어 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소소한 작은 일상의 재미를 간판에 담아내다

영어로 된 간판을 달고 싶지 않았다는 박 대표는 한글로 ‘일상다반사’를 적기로 하고, 리타 김재화 실장과 간판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과정에서 ‘The little thing that happen everyday’라는 문장을 한글과 같이 병기하기로 했다. 디자인적인 요소로 선택한 결정인데, 일상다반사의 의미를 영어로 잘 풀어내 박 대표는 간판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

일상다반사 간판을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내걸었으니, 이제 6개월 남짓 지났다. 겨울과 봄을 지낸 일상다반사에 여름과 가을은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박 대표는 하루하루가 흥미롭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보내는 일상 속에서 생겨나는 작은 일들이 곧 삶이라고 생각하니, 사소하고 작은 것의 가치가 새삼스럽다. 오늘 하루는 어떤 작은 일들이 생겨나 삶의 한 부분을 그려나갈지, “당신이 보낸 오늘 하루의 ‘The little things’는 어땠나요?”라고 일상다반사 카페의 간판이 묻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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