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31
몇 블록, 아니 몇 걸음마다 보이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이제 평범함을 넘어?! 심심하기까지 하다. 길에 차이는 게 커피전문점이니 이제는 지겨울 만도 하다. 사람들은 이제 가게마다 맛이 다른 커피처럼, 가게마다 다른 분위기를 찾는다. 삼청동, 가로수길, 이태원에 개인이 운영하는 독특한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기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사람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커피, 동일한 공간이라는 익숙함으로 소비자에게 여전히 어필 중. 하지만 분명히 예전만큼 힘을 못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 다른 프랜차이즈들과 차별화를 선언한 커피전문점이 있다. 가게만 봐서는 프랜차이즈라 생각할 수 없다. 12개의 매장이 모두 다른 콘셉트로 꾸며졌기 때문이다. 변함없는 커피맛과 변화무쌍한 분위기로 최근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코코브루니를 지금 만나보자.
글•사진 | 최영락 기자 (rak0703@popsign.co.kr)
매장 안에 그 지역의 문화와 특징을 반영
대부분의 프랜차이점 커피숍은 동일한 디자인으로 공간을 구성한다. 반면 코코브루니는 매장이 위치한 지역적 특징과 문화를 반영하여 각 매장마다 다른 콘셉트로 디자인되었다. 특히 삼청점은 지역적 특징과 문화가 제대로 반영된 곳으로 꼽을 수 있다. 삼청동은 전통적인 세월의 흔적이 많은 곳으로써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오는 곳이다. 이에 코코브루니는 하나의 세대에 치우치기 보다는 옛것과 새것의 조화와 융합으로 지역적 특징을 살리는 것에 주안점을 둬 매장을 디자인하였다. 게다가 삼청점은 1,2,3층이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흥미롭다. 1층은 기존에 있던 오래된 한옥을 그대로 살려 본 건물과 결합하였다. 옛것의 정취를 그대로 살려,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한지와 돌이 가진 재료의 물성을 그대로 살려서 소재로 사용하여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2층과 3층은 사면이 큰 창으로 이루어져 기와집, 갤러리, 고궁 등 삼청동 고유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2층 본 건물에서 바라보는 한옥들은 소박한 멋이 있다. 일층에서 이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은 영자신문을 활용하여 디자인하였으며 매장 곳곳에는 다양한 모양의 새장이 비치되어 현대적 감각과 함께 코코브루니의 고유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주변에 대학교가 밀집되어 있는 홍대점은 보다 젊은 분위기다. 매장 안은 보행자의 시점보다 매장의 레벨이 높은 핸디캡을 역이용하여, 천장에 다양한 새장을 배치하여 시선을 집중하였다. 너무 넓은 공간이 주는 단조로움을 깨기 위해 다양한 입면을 활용해 보는 즐거움을 준다. 그밖에도 서랍장 모양으로 꾸며 다양한 소품들을 놓고 따뜻한 조명을 사용해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코코브루니 디자인팀 담당자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임에 따라 개방적 구조로 디자인 하였으며 트렌드한 위치를 고려한 소재의 직설적 표현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사당점은 도시와 자연이 결합된 분위기가 특징이다. 따뜻한 느낌과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컬러이자, 숲을 상징하는 GREEN을 정돈된 디자인 안에서 표현하여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나무, 벽돌, 노출 콘크리트 등의 소재를 가공 없이 사용하여 내추럴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또한 세 개의 층으로 나누어진 공간은 마감재를 층마다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통일성과 연계성을 주었다. 사당역 주변에는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비교적 직장인이 많다. 바쁜 일상의 현대인들이 코코브루니에 들른다면 잠시라도 자연을 느끼며 편안하고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남점은 다른 매장에 비해 굉장히 모던한 것이 특징이다. 블랙, 블루, 화이트, 이 세 가지 색상을 기본으로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멋이 있다. 코코브루니의 상징인 ‘새를 탄 소녀’의 모습을 구조물로 표현하거나, 집에 집이 들어가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색다른 시도가 눈에 띈다.
cocobruni samchung
코코브루니 삼청점은 본건물과 한옥체를 결합한 구조로 현대와 전통이 공존한다. 옛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삼청동 거리풍경을 창을 통해 바라볼 수 있다.
cocobruni hongik
서랍장 모양으로 꾸며진 벽면에 아기자기한 소품을 진열하여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영자신문을 활용하여 디자인한 벽은 대학가 주변의 느낌을 더욱 살려준다. 보행자의 시점보다 매장의 레벨이 높은 점을 역이용하여 천장에 다양한 새장을 배치하였다.
cocobruni sadang
나무, 벽돌, 노출 콘크리트 등의 소재를 사용하여 내추럴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손글씨를 적용한 사인들이 잔잔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cocobruni hannam
공간속에 집과 집이 들어가 있는 구조물을 설치하여 색다른 느낌을 준다. 화이트, 블루, 블랙 세가지 색의 조화로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코코브루니의 상징인 ‘새를 탄 소녀’의 모습을 나무 구조물로 표현하였다.
새로운 BI와 로고로 새 단장하다.
올해 3월 2일날 오픈한 목동점은 코코브루니가 최근 바뀐 BI와 로고를 매장 디자인에 적용한 첫 번째 매장이다. 코코브루니가 새롭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BI와 더불어 코코브루니의 상징인 ‘새를 탄 소녀’ 로고와 패키지 상품의 디자인 또한 변화를 주었다. BI는 이전 보다 좀 더 정돈되어 깔끔한 느낌을 주며 ‘새를 탄 소녀’의 로고는 소녀가 바라보는 방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바뀌면서 안정감을 더 느낄 수 있다. 패키지 상품의 디자인은 화이트&블랙의 심플한 이미지에서 체크 패턴으로 바뀌게 되면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기존의 디자인을 응용하여 탄생된 BI와 로고 등은 목동점을 비롯해서 그 뒤로 오픈한 대치, 무교점까지 확대 되었다. 목동점의 디자인 모티브는 BI가 가지는 코코브루니의 상징인 몰딩에서 유추되었으며, 이런 몰딩의 어플리케이션은 바의 단면 및 입면 형태, 메인 사인의 형태, 도어의 형태 및 메뉴 보드에도 녹아져 있다. 목동점의 공간을 채우는 기본 개념은 투영과 반영으로 진행되었다. 파사드의 실재 몰딩 도어와 나란히 서있는 몰딩 그래픽 유리창 들은 투영과 반영의 개념을 공간의 내외부에 걸쳐 보여준다. 거울에 투영된 이미지, 실재로 존재하는 이미지, 거울에 그려진 그래픽 이미지 등 한 공간에서 다양한 측면으로 확장이 이루어진다. 거울에 그려진 새장을 통해 코코브루니의 상징인 ‘새를 탄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코코브루니 각 매장별 디자인 콘셉트는 이렇듯 차별화를 두었으나 BI와 로고 등의 브랜드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상징물들은 통일감을 주고 있다. 차별화 콘셉트로 특별하게 고객과 만나고 있는 코코브루니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코코브루니는 작년 말 각 매장별로 방문하고 도장을 찍는 프로모션을 했을 때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고, 새로운 매장이 오픈할 때마다 기대하는 마니아층이 있어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획일화된 콘셉트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즐비한 곳에서 각 지역별 특성에 맞게 차별화 콘셉트로 고객과 만나는 코코브루니의 경쟁력은 단연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