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1
집은 집주인의 품성을 닮아간다고 한다. 자연을 존중하고 벗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집짓는 사람의 순수성이 주변과의 조화로움을 반영하게 되고 그 속에 자신의 끼와 성품을 고스란히 담고자 하기 때문이다.
기사제공 ㅣ 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처음 집 지을 대지를 정하고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에 대한 숱한 고민의 과정 속에 그가 살아온 삶의 오롯한 여정이 그대로 녹아들게 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순리일 것이다.
양평 수입리의 자연 한 자락에 묵묵히 자리한 까사누아는 모던함 속에 숨 쉬고 있는 앤티크함이라는 공간언어를 머금고 흑색의 정갈한 빛깔로 그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겉으로 언뜻 본다면 미니멀한 컨테이너 박스 두동이 무심하게 놓여있는 듯 하지만 안쪽에 담고 있는 부드러운 속살은 감성적 색채를 듬뿍 머금고 있다. 진입로에서 비춰지는 논과 밭, 한적한 마을, 주변을 에워싸는 산등성이의 주변 풍경에 위압감을 주지 않으면서 단순함을 통해 감각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 싶은 디자이너의 의도가 전해진다.
번잡스러운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전원 속에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집주인의 소박한 생각은 양평 까사누아의 공간으로 오래 전부터 서서히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애초 공간디자인을 본업으로 하는 직업 특성상 양평을 자주 찾게 된 디자이너 신구철 대표는 수입리 부근에 자신이 거주할 집 지을 곳을 물색하게 된다. 그가 택한 수입리는 서울에서 차로 약 25~30분 거리로 그리 멀지 않았고 눈에 거슬리는 높다란 아파트도 없었다. 동네 어귀에는 드문드문 카페와 펜션이 형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차량통행도 적고 적절히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외롭지 않게 자연의 향기를 만끽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이러한 풍경 좋은 곳에 자신이 그동안 평생 본업으로 행해온 열정을 집약시켜 그 자신의 집짓기에 녹여내고 그 과정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무르익어 가게 된다. 우선 신 대표는 동네 분위기를 읽히고자 강가 한 켠에 집을 얻어 8년을 거쳐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행보를 옮겨가게 된다.
처음 집의 계획은 유럽에서 만날 것 같은 수더분한 옛날 집 같은 분위기에서 출발하였다. 그동안 오랜 세월 유럽풍 클래식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있는 디자이너이기에 그 자신을 위한 집 역시 같은 맥락으로 계획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계획을 마치고 허가 과정 속에서 영주의 저택을 개념으로 한 매너하우스(Manor House)는 농가주택으로서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분분하였고 신축 비용상으로도 과도하게 지출이 발생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득 신 대표는 “재미로 집을 짓다가 병들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에 디자이너는 경비절감 측면과 주변 마을과 조화로울 수 있는 방식을 가미하여 집의 개념을 모던한 형태로 다시 계획하기에 이른다. 거기에 초기에는 친구와 두 집을 나누어 짓고 살려고 하였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혼자 신 대표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되었다. 결국 “내 집을 짓는 김에 하나 더 짓자!“ 심정으로 동시에 두 채를 계획하였고 나란히 놓인 두 집을 블랙 앤 화이트(Black & White)로 디자인하였다. ”집을 짓는 과정 중에 집의 특이한 형태를 보고 동네 주민들이 요양원이 들어선다고 오해를 하기도 하였다”는 신 대표의 말처럼 비슷한 형태의 두 집은 단순한 박스형태의 외관에 서로 강렬한 대비 색상을 추구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 칠만 한 건물의 까만색 동에 공사도중 크랙이 가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외관을 현재의 징크패널로 덮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두 집은 까만 집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고 비로소 검은색 투톤으로 마감된 두채의 닮은꼴 집, 까사누아(Casanoir)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현재 까사누아의 한 채는 디자이너 신구철 대표의 주말주택으로 활용되고 있고, 다른 한 채는 파티플레이스와 웨딩하우스 등 다목적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추후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넓혀두고 필요에 따라서는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까사누아의 공간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이 신 대표의 까사누아에 대한 생각이다.
마을에서 구불구불 휘어진 길을 따라 들어서면 예기치 않게 마주치는 탄성이라고나 할까? 까사누아로의 진입방식은 마을이 형성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흐름이며 까사누아로의 흐름을 더욱 극적으로 이끌고 있다. 대지 앞과 주변으로는 한적한 논과 밭의 전원 풍경이 솔직담백하게 그려져 있고, 멀찌감치 높다란 산세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으며 그 앞으로는 계곡이 마을을 감싸 안듯 흐르고 있다.
이러한 풍경 있는 곳에 디자이너 신구철은 색다른 배치방식과 단순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감각적이면서 이색적인 까사누아의 공간을 디자인하였다. 정해진 흐름에서 두 채의 집을 앉히면서 서로 어긋나게 틀어 앉히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 두 동의 배치는 서로 정렬되어 있는 듯 하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본다면 진입로와 북서측을 향해 한 동이 틀어져 있다. 그 틀어진 배치를 통해 이내 집의 모습은 더욱 표정이 살아나고 주변풍경과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중심축에서 어느 정도 틀어진 배치를 통해 마을에서 진입시 집의 전경은 더욱 입체감을 느끼게 해주고 집과 집 사이의 비워진 공간은 더욱 풍성해진다. 두 동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마당은 이 틀어진 배치를 통해 맞은편 계곡과 산을 향해 더욱 열린 자세를 취하고, 전체 산세 풍경을 향해 보다 넓게 날개 짓하는 여유로움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각각의 동은 적당한 거리로 서로 떨어져 있으며 나름대로 서로에게 놓인 자연을 적절히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 집 사이의 마당 상부에는 두 집을 정답게 연결해 주는 철재 브리지가 설치되어 있어 높은 곳에서 계곡의 풍경을 보다 넓게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맡게 된다.
진입시 바라보이는 북측 입면은 사뭇 간결한 매스로 다가온다. 논과 밭의 전원을 풍경삼아 두 개의 직방형 매스가 부유하는 듯 살포시 들어 올려져있다. 지층과 상층의 재료를 달리하고 상층부를 최대한 단순화시키고 돌출시킴으로써 멀리서 볼 때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 위함이다. 흑연색 징그패널의 외장 마감은 투톤으로 한 동은 진하게 다른 한 동은 연하게 마감되어 닮을 꼴이지만 집의 다른 표정과 집주인의 성향을 넌지시 보여준다. 까사누아의 또 다른 특징적인 면은 콘크리트 매스를 기단삼아 지층의 일부는 겉으로 드러나 있지만 일부는 땅 속에 묻혀 있다는 점이다. 건물의 배치시 진입로 북측과 계곡과 면한 남측의 지형 레벨차를 이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외형상으로 볼 때는 1층 건물이지만 2층 규모의 집이 형성된 셈이다.
다소 필요한 부분만 열어주고 폐쇄적인 방식을 추구하려는 북측면과 달리 계곡의 풍경을 향한 남측면은 마치 자연을 품에 넣으려는 듯 한껏 열려져 있다. ㄷ자형으로 건물을 구획하고 그 가운데 수공간과 데크가 자리한다. 자연히 남측 공간은 중정과 마당의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집 내부공간의 프라이버시가 유지되며 마당을 통해 좀 더 여유로운 각자의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중정은 까사누아에 머무는 방문객들의 바라봄을 위한 건축 장치이다. 계곡 건너편 마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정적인 풍경이 한적한 전원생활의 묘미를 제공해준다. 더불어 병풍같이 둘러쳐져 있지만 그다지 위압감으로 다가오지 않는 건너편 산세의 아름다운 풍경을 있는 그대로 넌지시 바라보고 북측 면과의 매끄러운 시각적 트임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집 남측에 마련된 2개의 수공간은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활용되는 에너지 효율화 장치이며 여름철 아이들의 물놀이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붕 상부에서 수공간으로 굵게 떨어지는 물소리는 우기가 아닐 때에도 자동으로 펌핑함으로써 한적한 자연의 소리와 더불어 까사누아의 정감어린 소리의 울림을 더한다. 우기시에는 슬로프 처리된 지붕의 물홈통을 통해 빗물이 모아지고 다시 아래 수공간으로 물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수변공간의 장치를 통해 까사누아의 공간은 필요에 따라 물소리와 시각적 청량감을 가미해주며 한적한 전원생활에 의외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디자이너 자신의 활발한 성격과 맞아떨어지며 개방적인 성격을 지향하는 B동의 사용방식과도 접목된다. 뜨거운 한낮에는 수공간의 물을 펌핑하여 지붕 열기를 식혀주고 잔디와 유기농정원에 스프링클러를 통해 물을 흩뿌려주게 된다.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가급적 열손실을 줄이고자 지붕을 낮추었고 경사진 지붕을 십분 활용하는 디자이너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다.
계곡과 인접해 있기에 다소 경사진 레벨차는 디자이너의 남다른 혜안이 살포시 덧대어 지면서 효과적으로 극복되고 있다. 집과 계곡과의 경사면은 우선 집을 살짝 위로 들어 올림으로써 위계를 형성하고 그 아래 돌 계단과 석축, 데크, 너른 잔디마당, 유기농정원, 계곡의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순차적이며 단계적 흐름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지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계곡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해법으로 인식되며 대지 아래편 영역인 비닐하우스에도 적용된다. 묵직한 석축을 기단부로 삼아 날렵하고 투명한 비닐하우스 한 동이 살포시 있는 듯 없는 듯 올려져있다. 철재 각 프레임을 골조로 형성하고 박공형태의 지붕으로 꾸며진 비닐하우스는 창과 문으로 개방과 개폐가 가능하며 그 자체가 온실이 되는 동시에 까사누아를 찾는 방문객들을 위한 바비큐 장으로도 활용된다. 비닐하우스는 디자인과 기능성을 두루 함유하고 있으며 파손시 낱장으로 손쉽게 교체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까사누아의 아래 레벨영역이 되는 비닐하우스와 유기농정원에서 집으로 오르는 길은 큼지막한 돌계단과 자갈길, 꽃나무 등으로 조경 처리되어 자연적임을 더한다. 그 돌계단의 조경흐름은 고재로 마감된 문을 열고 이어지는 계곡으로 연속되기도 한다. 계곡과의 경계를 의미하는 담장은 얼기설기 엮어져 자연스러움을 뿜어내며 대지 끝자락에 설치된 원두막까지 이어진다. 비닐하우스 옆 돌계단 끝자락에는 원두막을 만들고 버려진 나무를 활용하여 만든 담장의 고재문에서 학자이며 건축가인 곽데오도르 문화원장(뉴칼레도니아 문화원장, 르몽드레죠 건축가)이 디자이너 신구철 대표를 ‘목수 같은 디자이너’라는 평이 걸맞다는 끄덕거림의 응수로 전해진다. 아래영역에서 집으로 향한 경사면의 돌계단은 이내 Y자 두 길로 나뉘고 이어 경사면 상부에 평평한 잔디마당이 매끄럽게 형성된다. 잔디마당을 가로 질러 이어지는 길 바닥면은 송판패널을 이용해서 만든 나무의 길로 잔디마당과 조화로움을 추구한다.
자연적인 재료를 통해 디자이너 특유의 장인같은 손맛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디자인 언어 이외에 까사누아의 공간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전통 공간의 방식을 슬그머니 공간 속으로 끌어들여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내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ㄷ자 공간 배치 방식과 전통언어가 공간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지붕면은 다소 길게 확장되어 있어 한낮의 태양빛을 적절히 걸러주는 역할을 하고 이로 인해 내부공간에는 적당히 빛이 들어온다. 처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확장된 지붕 아래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바닥에는 넓게 제작된 평상이 거실과 면한 데크에 놓여있다. 이 평상은 상부를 원목으로 덮고 아래에 바퀴를 달은 이동형 쉼터로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쉽게 옮겨 다닐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평상을 잔디마당으로 옮겨가 휴식과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사진 지붕은 내부공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거실과 주방, 침실에도 경사지붕이 그대로 적용되어 마당과 수공간으로 좁혀진다. 다소 높다란 지붕의 상부는 북측에 면해 있으며 마치 갤러리처럼 벽면에는 디자이너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걸려있다.
까사누아의 공간 곳곳에는 그동안 오랜 연륜으로 다양한 공간 작업을 선보인 디자이너의 섬세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언어가 두루 적용되어 있다. 거실에는 수평으로 긴 띠창이 길게 나있어 주방에서 일하는 도중에 마을 진입로의 동정을 살필 수 있다. 1층은 3개의 방과 거실, 주방이 자리하며 모든 실은 남측에 접한 마당을 향해 한껏 열려있다. 1층 주인침실과 아이방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서로 떨어져 있고 거실을 지나야 건너편 자녀방(혹은 손님방)으로 갈 수 있다. 거실과 면한 손님방은 한실로 꾸며져 있어 이색적인 공간체험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실은 단을 높이하고 입구에 툇마루를 더하여 운치를 더한다. 주방 상부는 원형 톱라이트가 설치되어 있어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으며 주방내로 은은한 자연광을 끌어들이고 있다. 주방은 아일랜드형으로 화이트한 하이그로시 마감으로 내부공간에 윤기를 더한다. 그 옆에 마련된 식탁 역시 같은 톤으로 바닥에 바퀴를 달은 것이 특징적이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이동형으로 편리하게 옮길 수도 있게 한 디자이너의 배려가 돋보인다. 주방 한쪽 벽면은 냉장고와 주방용품을 정리할 수 있도록 수납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으며 주방벽면을 슬라이딩도어로 처리하여 내부공간의 정갈함으로 추구한다. 욕실에는 고창이 길게 나있어 외부의 시선을 적절히 차단시켜주고 자연의 풍경을 걸러서 전해준다. 거실은 계단실과 여닫이문으로 사용자에 의해 열고 닫을 수 있고 현관에서 지하층으로 직접 내려갈 수 있는 계단실이 마련되어 있다. 자연스레 거실과 독립적인 동선을 취함으로써 개별적인 방문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계단실 역시 깔끔한 화이트 마감에 그림이 걸려있어 흡사 갤러리에 온 듯한 분위기를 이어가며 천장에는 사각의 톱라이트가 설치되어 계단실로의 채광을 돕는다.
계단실을 따라 아래층으로 들어서면 바로 음악실(노래방을 겸한)이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편의를 돕는다. 모던한 내부 분위기와 달리 음악실은 클래식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어 차별화된 공간색을 추구한다. 노래방 한쪽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디자이너 주말주택(A동) 작업실과 직접 연결되는 벽돌마감의 비밀통로가 있다. 이 비밀통로는 외부를 거치지 않고 A동 내부에서 직접 B동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이며 지하층의 서늘한 온도를 활용하여 와인저장고로 이용되고 있다. 지하층은 2개의 방과 거실로 구성되며 거실 한쪽으로는 선큰 가든으로 시각적으로 열려있다. 또한 중정이자 1층 데크면에 깔려져 있는 지하광천정용 강화유리가 지하로의 은은한 채광을 이끌기 때문에 지하공간이지만 밝은 조도를 유지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까사누아의 내부공간의 벽면과 천장은 백색의 페인트 마감에 순수성을 추구하고 바닥 마감은 원목질감을 느낄 수 있는 우드패널로 처리되어 자연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까사누아의 A동과 B동은 서로 동일한 개념과 판박이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평면 구성은 물론 재료와 색감 역시 서로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단지 A동에 지하에 디자이너 자신의 작업실이 있다면 B동은 노래방과 임대가 가능한 실들로 꾸며져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집 아래의 농지를 어떻게 할까?”하는 신대표의 고민은 화계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경사진 대지의 특성상 화단의 형태가 관리도 쉽고 비교적 영농을 쉽게 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자연스럽게 까사누아의 유기농 정원이 앞마당에 넓게 조성되게 된다. 화계 형태로 꾸며진 유기농 정원에는 고추, 상추, 가지, 오이, 블루베리 등 갖가지 채소들의 싱그러움으로 넘쳐난다. 무엇보다 화단 방식으로 조성되어 있기에 잡초가 잘 자라지 않고 유기농 농법을 통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벌레가 없이 잘 자라는 것이 특징적이라는 것이 신구철 대표는 강조한다. “정원 못지않게 채소 가꾸기가 의외로 키우는 재미가 있다”는 그의 말처럼 기름진 토양이 건강하고 윤기 나는 유기농 채소를 만들어 낸 것이다. “요즘에는 완전히 농사꾼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며 마냥 웃고 있는 디자이너의 여유로운 삶 속에 자연과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삶의 여운이 물씬 전해진다.
까사누아의 두 집은 한 대지를 공유하며 정답게 계곡을 바라보며 놓여 있다. 두 집 사이는 서로 경계를 구분 짓는 이렇다 할 담장의 장치도 없다. 서로 마당을 공유하고 집 앞의 유기농 정원과 비닐하우스도 그 앞의 계곡과 산 등의 풍경도 공유하게 된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되 서로 네 것 내 것을 나누지 않고 함께 누리고자 한 넉넉한 배려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 집 사이 앞마당에 골프장처럼 경계 핀을 세워져 있다. 이유인즉, 신 대표가 골프 실력을 쌓는 경험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경계 핀은 두 집이 서로 함께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혼자 있고 싶을 때에는 이웃을 배려하고 예의를 지킨다는 암묵적인 의도의 장치인 셈이다. 예를 들어 빨간 핀은 혼자 있고 싶을 때이며, 흰색 핀은 넘어와도 된다는 의사표시인 것이다.
“생명이 있다는 것은 무언가 필요성이 있기에 오래 가고 좋은 것은 서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겨울 건물공사를 마무리하고 올 3월부터 조성하고 가꾸기 시작한 조경과 집 앞의 유기농정원은 이내 풍성함으로 가득하며 까사누아의 공간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고 있다. 까사누아 잔디밭에는 자동차 폐품을 이용하여 만든 환경조형물과 여러 가지 조각들이 설치되어 흡사 야외 갤러리 같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흐름은 내부 공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며 디자이너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사 모은 각종 진귀한 소품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다. 처음에는 흰 바탕의 갤러리처럼 비워두고자 하였지만 창고에 있던 것을 주섬주섬 갔다 놓다보니 모던함 속에 앤티크와 클래식함이 더해지게 되었다는 디자이너 신구철 대표의 넉살좋은 말처럼 까사누아의 공간은 시간이 흐르면서 거주자의 성품을 점차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집주인이자 디자이너는 앞으로 10년을 까사누아에서 여한 없이 즐기고 앞으로 남은 삶은 오토 캠핑카를 몰고 곳곳을 여행하고 다닐 구상으로 부풀어 있다. 노후 여정의 출발점이 되는 까사누아에서 이제 디자이너는 차분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고 유기농 정원을 가꾸며 웰빙할 수 있는 건강한 삶의 가치를 묵묵히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