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사진 | 2015-03-31
관광지도 아닌데, 마을 구경을 간다? 부산 감천마을과 경북 영천의 별별 미술마을, 그리고 서귀포의 유토피아로가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 곳곳이 예술을 통해 새로워지고 있다. 그곳에 가면 입장료나 관람료 없이 절로 눈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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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예술을 입다
부산에서 해운대에 버금가는 관광명소를 꼽자면, 감천마을이 있다. 주말이면 중국 관광객들까지 몰려들어 산비탈 좁은 골목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삭막하고 열악한 산동네였던 부산 감천마을이 아름다운 예술마을로, 볼거리 많은 관광명소로 거듭난 것이다. 퍽퍽한 삶에 예술이란 색이 입혀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방문객들에겐 ‘살고 싶은 마을’로 기억되고, 주민들에게는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되며, 예술 활동을 지역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 역할을 하는 등 부가적인 효과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일상 공간을 예술적으로 구성하는 공공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2009년 처음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7년째다. 매년 마을미술프로젝트위원회가 지자체와 함께 마을을 선정하고, 작가들의 공모를 통해 '예술 마을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진행한다. 그 사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생활공간들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골목골목 거친 시멘트 벽들에 알록달록 예쁜 그림이 그려지면서 마을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곳곳에 생겨나는 예술적인 조형물들은 보는 이들에게 행복한 미소를 선사한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뿌듯함을 느끼고, 그것을 보기 위해 방문객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지역사회에 활기가 넘친다.
서귀포 유토피아로를 따라가면 눈이 즐겁다
'제주' 하면 올레길, 유채꽃, 그리고 바다가 떠오른다. 하지만 서귀포에 며칠만 머무르면, 그 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2010년 새롭게 조성된 '유토피아로' 덕분이다. 왜 서귀포가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도시가 되었는지, 그리고 왜 또다시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는지 그 해답이기도 하다. '작가의 산책길'로도 불리는 유토피아로는 이중섭미술관에서 소암기념관에 이르는 4.9km의 길을 말한다. 이중섭미술관을 시작으로 해서 한적한 칠십리시 공원을 걷다 보면, 해외 및 국내 작가들이 완성한 다채로운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쁜 타일로 완성된 '혼자 즐기는 의자'(최미경 작)를 비롯해 마치 유토피아로 향하는 다리처럼 연못 위에 설치된 '경계선 사이에서'(전종철 작)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거닐다 보면 독특한 형태의 유토피아 갤러리와 천지연 폭포가 보이고, 어느새 시원한 바다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 향기를 맡으며 해안가 조형물을 감상하는 사이, 아기자기한 골목길(천지연로)로 들어선다. 해녀 그림과 조가비로 장식된 마을의 다채로운 담 풍경들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코스(4시간), 2코스(2시간 20분), 3코스(1시간 40분)으로 나누어져 있어 일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작가의 산책길 내 미술관(전시관)마다 매번 매표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통합입장권(성인 1천3백원)도 판매한다.
담양, 그리고 예술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은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대표적인 여행지다. 죽녹원 인근에 위치한 향교리는 2014년 예술마을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곳 특산물인 대나무를 시각화한 다양한 작품들이 마을 곳곳에 자리하면서 마을의 개성이 한껏 살아났다. 오랜 시간 흉물로 방치되었던 폐가가 관광객을 위한 전시장 겸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세련되게 탈바꿈하기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대나무와 LED를 조화시킨 작품이다. 밤이 되면 LED 불빛이 켜지면서 마을회관 주변도 덩달아 밝아졌다. 그리고 아트 타일을 활용해서 완성한 마을 지도가 향교리를 특색 있는 마을로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죽녹원을 다녀가는 관광객들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미술마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외에도 전국 방방곡곡에 개성 넘치는 마을들이 있으니, 올봄 가족 또는 친구들과 마을투어를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 놓치면 아까운 전국 방방곡곡 미술마을들
강원도 영월 고씨놀이동산
산업폐기물로 완성된 조형물들이 설치된 독특한 형태의 아트 미로가 인상적
경상북도 영천 별별 미술마을
다섯 개의 길을 따라 골목골목 다양한 예술작품을 찾는 재미가 있는 곳
경상북도 안동시 신세동 길섶미술로
스토리가 있는 벽화, 아기자기한 조형물로 장식된 예쁜 마을
경상북도 상주시 함창예고을
함창 특산물인 ‘비단’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