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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지구를 위한 너와 나의 약속 - 양지윤의 Greening

2009-03-03


국제 디자인 공모전 ‘Green Earth’의 1등상을 한국의 양지윤이 차지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그녀가 이번 공모전에서 선보인 ‘그리닝(Greening)’은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약속을 담은 팝업 입체 카드다. 그린디자인과 에코디자인, 리디자인 등 지구 환경에 대한 디자이너의 다양한 고민을 담아내는 sustainable design(지속 가능한 디자인) 코너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개인의 환경보호 실천을 이끌어내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한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지난해, 디자인붐과 일본디자인협회(DA)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 ‘Green Earth’가 열렸었다. 환경을 주제로 열린 이번 공모전은 모집 분야를 Green과 Earth로 나누어 각각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 작품, 크리스마스를 모티프로 한 친환경적인 그래픽디자인 작품을 공모했다. 전세계 디자이너들의 활발한 참여로 기발하고 완성도 높은 응모작이 다수 모집되었는데, 그 가운데 1등의 영예를 한국의 양지윤이 차지해 화제가 되었다. 50만 엔(한화로 약 76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수상작은 일본 토부 백화점의 에코 쇼핑백 및 기타 홍보 캠페인에 이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닝(Greening)’은 사실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한 팝업 입체 카드다. 사용자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낱장의 종이일 수도 있다. 손바닥만한 작은 크기의 직사각형 종이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 한 그루가 그려져 있고, 상단에 “나 [ ]은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겠습니다”, “나 [ ]은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을 뿐. 사용자가 빈칸에 제 이름을 적고, 녹색 지장을 찍어 가지만 앙상한 나무에 푸른 잎사귀를 달아주고, 이를 반듯하게 접었다 펼쳐 형태를 만들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듯 그리닝은 결과보다는 그것이 만들어지는 더욱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빈칸에 또박또박 이름을 적는 행위, 녹색 지장을 꾹꾹 눌러 찍는 행위 등 일련의 행동을 통해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나의 실천이 나무를 아끼고 지구를 보호하는 일임을 재확인한다. 환경보호에 대한 개인의 적극적인 실천과 참여 의지를 쉽고 기분 좋게 이끌어낸다. 물론 장식적인 기능도 담당한다.


“환경운동은 종종 실천하기에 너무 어렵거나 거창한 일처럼 보여요. 하지만 실제로 그 시작은 사람들의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카드에 지문을 찍는 행위는, 곧 카드에 적힌 문구를 직접 실천하겠다는 약속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실천을 이끌어내고 싶었어요. 어쩌면 초록빛 지문은 마음속에 찍히는 건지도 몰라요.” ‘그리닝 수첩’도 새롭게 제작해 시판 중이다. 이 수첩 역시 녹색 지장으로 완성되는 나무가 그려져 있고 뒷면에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을 적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그린디자인그룹 농장의 ‘-1’ 전시를 통해 공개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대형 판넬을 이용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녹색 지장을 찍어 나무를 완성할 수 있도록 꾸몄는데, 그들이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나무를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양지윤은 인주를 닦아내는 헝겊 천도 따로 마련해 두어 전시가 끝난 뒤 이를 이용해 캔버스 가방을 만들기도 했다. 헝겊에 미리 북극곰 모양으로 테이프를 붙여 놓아서, 녹색 지장이 마치 무늬처럼 아름답게 찍혀있는 북극곰 가방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 디자이너이자 한 사람의 지구인으로서 그녀의 생활 역시 환경을 생각하는 기분 좋은 아이디어와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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