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09
OECD국가 중 연평균 독서량 최하위라는 통계가 보여주듯 우리나라의 문화적 수준은 경제적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 탓으로 돌릴 수만도 없는 것이 한국도서관의 1인당 장서 수는 1.42권으로 이는 일본의 3.14권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통계가 말해주듯 한국인들은 점점 책과 도서관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작은 도서관을 세워 사람들이 도서관과 좀 더 친숙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문화적 소외 지역의 아동들이 도서관에서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농어촌, 산간벽지 지역에 우선적으로 도서관을 설립한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새로운 도서관을 세울 때마다 걸리는 작은 현판이 문화의 꽃을 피우는 작은 씨앗이 되고 있다.
글 | 한정현 기자(hjh@popsign.co.kr)
사진 | 최영락 기자 (rak0703@popsign.co.kr)
기사 제공│월간 팝사인
1987년부터 도서관 보급에 앞장서온 민간단체
교육과 문화를 누리는 기회가 고르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은 평등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교육과 문화는 현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자아의 실현을 이끄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복지의 개념이 확장되어 먹고 사는 문제뿐 아니라 교육과 문화의 복지에도 점차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수평적인 보편적 복지가 고르게 확산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순수 민간의 힘으로 교육과 문화의 기회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과 계층의 사람들에게 미래의 꿈을 키워주는 작은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도서관 만들기 사업은 1987년부터 명예대표인 김수연 목사가 당시 ‘좋은책읽기가족모임’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05년 작은도서관사람들이라는 이름과 함께 본격적으로 문화적 소외지역과 계층에 도서관을 만들어주는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산간벽지에 학교마을 도서관 세워보통의 도서관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 즉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세워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이 같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물론 사람이 찾지 않는 도서관은 존재 의미가 퇴색되겠지만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가기보다는 도서관을 통해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대표적인 도서관만들기 사업인 ‘학교마을도서관만들기’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도서관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문화적 생활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변현주 사무국장은 “학교마을도서관은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시골 지역에 1면 1개 도서관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마을도서관은 잠자고 있던 학교 도서관 시설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새로운 책을 공급하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개최함으로써 도서관이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다. 27년째 이어오고 있는 학교마을도서관 건립 사업은 전국 방방곳곳에 240여개의 도서관을 개설했다.
KB국민은행 등 기업체의 ‘작은도서관’ 참여 늘어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사회공헌을 희망하는 기업들과의 의미 있는 연대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맙습니다 작은도서관’은 대표적인 기업과의 연대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 MBC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기업의 참여로 도서관이 조성된다. 지금까지 36개소가 문을 연 ‘고맙습니다 작은도서관’은 최근 KB국민은행의 참여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변현주 사무국장은 “KB국민은행에서 금전적인 지원 뿐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사회적 공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기업의 직원들이 봉사나 사회적 공헌에 직접 참여하는 등 기업체의 사회적 공헌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작은도서관’은 대개 도시지역에 설치되는데 인근에 도서관이 없거나 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지역에 설치한다.
87년도에 처음 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진행했을 때만해도 작은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책을 판매하려는 목적으로 오해받기도 했고, 직접 부탁해가면서 도서관을 개관했을 정도로 인식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도서관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변현주 사무국장은 “MBC에서 방영한 느낌표 프로그램의 기적의 도서관 코너가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면서 “기적의 도서관이 방송되면서부터 사람들이 작은 도서관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지난해 수행한 연구용역 자료를 보면 전국에는 4,000여 개소의 도서관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변 사무국장은 “많은 숫자 같지만 이 중에는 등록만 되어 있고 실제 운영은 미미한 곳도 많이 있다”면서 “아직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도서관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화 프로그램 열리는 문화교실, ‘작은도서관’
작은도서관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도서관이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점은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의 수가 적다는 점이다.
변현주 사무국장은 “고학년에만 올라가도 아이들의 시간이 부족해 도서관을 찾기 힘들어지는 실정”이라면서 “아이들이 작은도서관을 찾을 수 있도록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열어 학원이 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은 일반적인 도서관 분위기와는 달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작은 소모임이라든지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변 사무국장은 “문화 프로그램의 질이 중요하다”면서 “지역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찾아오게 만드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이와 엄마가 손잡고 함께 찾는 독특한 도서관 분위기가 작은도서관의 특징이 되고 있어 작은도서관은 아이들이 이용하기 편안한 공간 디자인과 색상이 적용되고 있다. 서가의 높이와 배치에도 신경을 쓰고 작은 모임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여유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어린이들이 친숙하고 편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한 셈이다.
변 사무국장은 “마루에서 편안하게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일반적인 도서관의 엄숙한 분위기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작은도서관 진흥법’이 제정돼 작은도서관 설립에 사회적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도서관이 필요한 곳을 선정해 도서관을 만들어주고 프로그램을 지원해주지만 실제 운영은 해당 도서관에서 맡아야 한다.
변현주 사무국장은 “도서관 개설을 요청하는 개인과 단체의 문의전화가 많이 오는데 도서관 운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도서관은 살아 움직이는 곳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도서관 운영 계획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