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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끝없이 펼쳐진 소금사막에 눈이 부시다

2011-06-22


흔들리는 버스에 시달려 한잠을 못잔 채 눈을 떠보니 바깥은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얗게 회칠을 한 듯하다. 드디어 우유니에 오긴 온 것인가 보다. 버스에 내리니 미리 예약한 여행사 직원이 이름표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있다. 먼 이국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들고 서있는 느낌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우유니의 아침은 쌀쌀했다.

글, 사진 | 사진가 신미식



차를 타고 1시간 이상을 달려야 소금사막의 끝이 드러난다고 한다. 남미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우유니 여행을 남미의 꽃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여행자들이 꼭 들러야 하는 중요한 코스인 셈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면서 1억년 전 이곳이 바다였다는 말이 비로소 실감이 난다. 바다였던 이곳은 안데스 산맥과 함께 몇 천 미터를 융기하여 해발 3천미터가 넘는 고원지대의 소금사막이 되었다. 사람의 상상력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대자연의 신비스러움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소금 채취 현장을 지나면 광활한 소금밭에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곳이 유명한 소금호텔이다. 소금으로 집을 짓고 실내의 침대나 테이블도 소금으로 만들었다. 소금호텔을 떠나온 지프는 1시간 만에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이슬라데 뻬스까도 섬(Isla de pescado)에 도착했다. 이 섬에는 사람 키의 두세 배나 되는 선인장들이 온 섬을 가득 채우고 있다. 1년에 1센티미터밖에 자라지 않는다는 이곳의 선인장이 이처럼 거대해지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지 상상해본다. 지대가 높지는 않지만 정상에 오르면 광활한 소금사막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눈이 시리도록 하얀 세상은 여행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고도 남을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롭다. 섬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면 함께 온 요리사가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식탁을 차리고 요리를 내놓는다. 우유니 여행의 첫 번째 식사다. 소금 바닥 위에서 먹는 식사의 감격은 맛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식사를 마치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금이 아닌 비포장 길로 접어든다. 우유니 사막여행이 3박4일 동안 하얀 소금사막만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착각했다. 소금사막은 첫날만 보이고 나머지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여정이라고 한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다보면 이곳이 얼마나 척박한 지역인지를 알게 된다. 풀 한포기 나지 않는 이곳이 그토록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후 5시가 넘어 첫 번째 밤을 지낼 산후안 마을에 도착했다. 황량한 벌판 위에 흙으로 어설프게 지어진 집들이 몇 가구 모여 있는 마을. 숙소는 제대로 시설과 난방이 갖춰져 있지 않아 샤워를 하기도 힘들고 밤에는 추위에 떨어야 할 만큼 온도가 내려간다. 하루 종일 달려온 고단함 때문인지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산후안 마을을 출발한 지프는 길이 아닌 오프로드코스를 달려 나간다. 베테랑 운전자가 아니면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을 가다보면 듬성듬성 난 작은 풀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부드러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면 바늘처럼 날카롭고 딱딱하다. 척박한 환경 때문에 그나마 자라는 풀들이 선인장 같은 느낌이다.

전체가 사막지대인 우유니는 남쪽으로 내려가면 소금사막, 자갈밭 사막, 모래사막 등 다양한 사막이 순서대로 펼쳐진다. 해발 5,865미터의 활화산 오야구에(Ollague)를 지나쳐 도착한 곳은 푸른 빛깔의 라구나 까나빠(Laguna Canapa) 호수다. 마치 병풍에 둘러싸인 듯한 호수는 거대한 소금띠를 형성하고 있다. 오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것이 이곳에 서식한다는 플라밍고 무리였다.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 플라밍고가 살아간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대감을 안고 찾아온 내 눈앞에 보이는 플라밍고 무리의 유유자적함이란.



눈앞에 펼쳐진 플라밍고 무리와 소리는 분명 나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플라밍고 무리가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았다. 한참을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운전사가 오더니 나를 보고 웃는다. 왜냐며 어깨를 들썩이니 이곳은 플라밍고가 많은 곳이 아니며 다음에 가는 호수가 진짜 제대로 된 플라밍고 서식지라는 것이다.

다음 행선지를 향해 달리는 차창 밖으로 몇 개의 호수들이 마치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곳의 호수 색깔은 광물이 다량 함유된 물속에 사는 플랑크톤 때문이라고 한다. 물 속의 플랑크톤이 햇빛의 강도에 따라 파란색, 연두색, 적색 등 다양한 색으로 호수를 변화시킨다. 또한 플랑크톤은 플라밍고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해가 떨어질 즈음 도착한 숙소가 있는 라구나 꼴로라다(Laguna Colorada)는 붉은색이 주류를 이루면서 그외에 무지개색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호수다. 눈앞에 펼쳐진 믿기지 않는 광경은 마치 천국에 온 것처럼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눈물이 앞을 가려 도저히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메모를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적어 내려간 내용은 ‘감동이 오기 전에 셔터를 누르지 마라’였다.

이곳에서 난 스스로 행복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주체하기 힘들만큼 아름다운 우유니의 대자연은 척박함 속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주는 곳이다. 아름다움만이 남아 여행자를 기다리는 곳, 우유니 여행은 그렇게 낯선 여행자에게 최고로 멋진 선물을 안겨 주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났다. 오늘 가는 곳이 화산지역이라 일찍 출발해야 한단다.





새벽 다섯시,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시간에 일행은 부랴부랴 짐을 챙겨 출발했다. 추운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도착한 곳은 솔 데 마냐나(Sol de Man~ana).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얀 연기를 수직으로 뿜어내는 유황가스다. 해발 4,870미터에 위치해 날씨는 춥지만 화산지역이라 바닥은 따뜻하다. 땅위에 솟아오르는 하얀 연기는 지하 깊은 곳에서 올라온 고온의 지하수나 수증기가 얕은 곳의 지하수가 혼합되면서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아침의 찬 공기 덕분에 피어오르는 연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왜 아침부터 서둘러 이곳에 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화산지역을 나와 들린 호수는 하얀 소금띠와 잔잔한 물결이 아침햇살에 반짝거리며 빛나는 라구나 베르데다. 마치 두개의 산을 겹쳐 놓은 듯한 반영이 아름다운 곳이다. 물의 색깔은 지금껏 보아왔던 것과는 다르게 옥색이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우유니의 여행은 끝나간다. 처음 출발장소로 돌아가기 위해 1박을 더하면 3박4일의 우유니 여행은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3박4일의 특별한 시간은 나를 다시 돌아보기에 충분하다. 왜 남미가 여행의 꽃이 되어야 하는지 알 것 같다. 단지 우유니만을 보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심정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눈물과 감동이 있는 우유니 여행은 내게 크나큰 행운이었다.



* 본 기사는 <월간사진> 2009년 6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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