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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해외 기획전 어떻게 준비되나

2011-07-27


지난 12월 중순 프랑스 드골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는 유럽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과 유로피안 미술관, 감마 에이전시 등이 소장한 유명 사진가의 작품들이 실렸고, 기내에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전시기획자이자 출판인인 로베르 델피르와 10년 넘게 같이 일한 마이크 데레스(Mike Derez)가 함께 탑승해 한국을 찾았다.

글 | 월간사진

통관절차를 마친 작품은 무진동 차량에 실려 곧장 <델피르와 친구들> (12.17~2.27)전이 열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에 도착한 미술품 화물상자는 곧장 개봉하지 않고 수장고로 들어가 하루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 마이크 데레스와 한국 전시 관계자들이 입회한 가운데 상자가 개봉되고 작품 리스트를 보며 일일이 확인절차를 거친 뒤 전시장으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한국 관객을 만나기 위한 설치에 들어갔다.

크레이트(Crate)라고 불리는 국제운송용 미술품 운반 목상자는 작품 크기나 또는 디아섹, 액자, 인화지 등 다양한 사진작품의 형태에 맞게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한 상자에 적당 수의 작품을 넣는다. 그리고 방온, 방습과 충격에도 견디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개당 제작비는 보통 백만원이 넘는다. 크레이트에 넣어져 무진동 차량에 실려 전시장에 도착했어도 금방 개봉하지 않고 하루 정도 컨디션 체크시간을 갖는 이유는 갑작스러운 온도와 습도 변화에 작품이 수축 또는 팽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극빈 대우를 받으며 한국을 찾은 사진작품은 브레송과 쿠델카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대가의 빈티지 작품, 즉 작가가 가장 왕성히 사진활동을 하던 시기에 직접 프린트한 사진들로 대가의 손길과 의도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 중의 작품이다.



<사진으로 보는 <델피르와 친구들> 작품 운송과 설치, 개막까지>


각양각색 형태로 한국 찾아, 몸값도 제각각

해외 사진가의 국내 사진전이 늘면서 한국을 찾는 유명 사진작품이 늘고 있다. 전시기획과 출판으로 유명 사진가를 발굴한 ‘사진계의 마이더스 손’ 델피르에게 그의 사진가 친구들이 헌정하는 전시인 <델피르와 친구들> 에선 모두 200점이 넘는 전시작품 중 빈티지 프린트만 65점이 전시된다. 전시작품의 전체 가격만 25억원에 달하다보니 전시예산 중 작품 렌탈비와 작품 운송 및 보험료로 40퍼센트가 들어갔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 코엑스 1층에서 전시 중인 <체 게바라와 쿠바, 코르다 사진전> (11.24~3.1)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복제된 체 게바라의 사진인 ‘게릴레로 에로이코’를 찍은 쿠바 사진가 코르다의 전시다. 이곳에선 200여점 전시작품 중 코르다의 원판 특별 에디션이 일부 전시되는 중이다. 티셔츠 사진으로 유명한 체의 사진은 원래는 나무와 다른 인물이 함께 찍혔으나 체의 상반신만 나오게 코르다가 필름을 편집한 것이다. 워낙 순식간에 찍어 구도가 완벽하지 못한 사진을 작가가 나중에 편집한 것으로, 원판은 1986년에 코르다의 조수이자 동료인 호세 피게로아에 의해 처음 인화되었다. 코엑스 전시에선 원판을 인화한 특별 에디션이 처음 전시된다. 특별 에디션 작품은 고인이 된 코르다의 딸이자 코르다재단을 이끌고 있는 장녀 디아나 디아스와 이번 전시의 쿠바 큐레이터 크리스티나 비베스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밖의 코르다 전시작품은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져 국내에서 재프린트된 것으로, 국내와 쿠바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고 입회한 가운데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프린트되었다. 여기에는 쿠바혁명과 쿠바인, 패션과 광고에 걸쳐 폭넓게 사진작업을 하던 코르다의 사진스튜디오가 1968년에 쿠바 정부에 의해 압류당하면서 모든 원본필름이 압수되어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에 부득이 빈티지 프린트와 남은 원본필름을 재프린트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사진작품은 대여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 국내서 재프린트되어 전시된다. 은염이든 디지털 프린트든 근래에 재프린트된 작품은 통칭해 모던 프린트라고 불린다. 모던 프린트의 경우 얼마나 원본과 작가를 이해하는 사람이 했느냐가 신뢰를 좌우한다. 3월6일까지 열리는 동강사진박물관의 런던박물관 사진소장품 전시인 <런던의 초상> 은 런던박물관의 사진담당 큐레이터가 프린트 책임을 맡았고, 지난해 화제 속에 막을 내린 한미사진미술관의 <워커 에반스> 전도 워커 에반스와 동시대에 사진을 가르쳤고 예일대 사진대학원 학장을 지낸 존 T. 힐이 프린트를 감독했다. 워커 에반스 전시에 이어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 오노데라 유키 전시는 작가가 직접 프린트했고, 미술관 소장품 3점도 일본 현지업체에 보내 마운팅을 해왔다. 간혹 대형 전시를 표방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전시는 대부분 이러한 프린트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과도하게 확대 프린트해 노이즈가 보이거나 원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색감으로 프린트해 관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작품 해석과 전시장 구성, 기획자 능력이 판가름

전시작품이 준비되면 전시장 구성이 남았다. 순회전이 아닌 해외 작가의 기획전인 경우 특히 전시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작가나 작품의 섭외, 계약, 전시작 선정, 운송, 전시장 구성과 작품 설치, 홍보 등 전담팀이 꾸려지기 전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기획자의 몫이다. 무엇보다 짧은 시간에 새로운 해석과 독창성이 돋보이게 전시 내용을 생산하고 전시장을 배열하는 일은 기획자의 능력을 판가름한다. 보통 대관 전시장인 경우 작품 설치에 주는 시간은 대부분 일주일 정도다. 벽면에 페인트를 칠하고 마르기를 기다리는 데만 3~4일을 빼앗겨 실제 설치는 3일 안에 마쳐야 한다. 사전에 도면을 그려 수십번을 수정해도 막상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고 작품이 호흡하는 공간으로 바꾸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작품에 따라 3차원 공간을 해석하고, 여기에 관객의 동선이나 관람시간까지 고려해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은 4차원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또한 요즘 전시장은 멀티미디어는 필수이며, 갈수록 전시 규모도 커져 3~4개 이상의 섹션으로 전시작이 나뉜다.

낯선 쿠바라는 나라와 코르다라는 작가를 처음 국내에 소개하는 코르다 전시는 그의 알려진 체 게바라 사진을 홍보용으로 내세우며 전시장에선 코르다 사진의 폭넓은 미학을 펼쳤다. 작가의 낮은 인지도, 체 게바라 사진의 유명세와 정치적인 색채 등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쿠바의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찍은 작가라는 콘셉트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임은신 큐레이터는 “유명한 체의 사진을 만든 작가의 역량과 우리에게 멀고 모르는 나라지만 쿠바에 대한 따뜻한 시각과 사랑, 아름다움은 어디서든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한국 관객에겐 다소 생소한 델피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와 관계되는 사진작품과 사진책, 영상을 소개한 <델피르와 친구들> 은 원래 프랑스 아를르에서 열렸던 델피르의 회고전을 본 기획자가 2년을 준비해 한국전을 성사시켰다. 선구자적인 혜안을 가진 델피르라는 인물이 사진 다방면에서 이룬 업적과 그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사진의 역사는 멀게만 느껴지던 사진역사와 사진의 대중화가 무엇인지 눈앞의 현실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전은 일러스트레이션과 동화책까지 방대한 델피르의 업적을 소개한 회고전을 사진 위주로 재구성하고 회고전에서 빠진 중요 사진과 책을 유럽의 미술관과 재단은 물론 일본의 개인 컬렉터까지 찾아가 섭외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재구성된 델피르 전시는 한국전 내용을 그대로 순회전시하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연하 큐레이터는 “관객의 눈높이를 조금씩 높여가는 게 전시기획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워커 에반스와 오노데라 유키 두 전시를 기획한 한미사진미술관의 이계영 큐레이터는 “결국 전시는 관람자를 기획의도에 공감하게 만드는 일종의 설득”이라며 “성공적인 설득을 위해서는 전시작품뿐만 아니라 전시장 연출 등에서 다각적이고 타당한 방법이 시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가세 내는 사진, 보험 작품가격은 낮게 산정

우리나라의 경우 회화, 조각 등 미술품은 통관시 관세나 부가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진은 아직 미술품으로 취급되지 않아 관세는 면제되나 감정가의 10퍼센트를 부가세로 내야 한다. 전시가 끝난 후 다시 외국으로 반환되는 경우 보증금이나 보증보험을 이용해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고 수입 통관을 마칠 수 있으나 작품이 반환되지 않는 판매용 전시는 부가세를 내야 통관이 이뤄진다. 작품 훼손이나 분실 등을 대비한 보험가입은 해외 전시의 필수다. 국제운송과 이동, 설치 중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진은 재프린트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회화 등 다른 미술품에 비해 보험사가 산정하는 작품가격이 낮다. 보통 해외에서 운송해와 3개월 전시를 한다면 보험요율은 통상 작품가의 0.3~0.35퍼센트 수준. 예를 들어 전체 작품 가격이 10억원인 전시라면 보험금은 3백만원에서 3백5십만원 정도를 낸다. 또한 미술품 보험은 운송, 설치보험 등으로 나뉘며 운송구간, 전시기간과 장소에 따라 요율에 차이가 난다.



*본 기사는 <월간사진> 2011년 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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