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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계명대의 리 스매더스 교수와 줄리안 도미닉 아트

2012-06-18


“사진은 자신을 가장 진실하게 대면토록 하는 것 같아요. 한국생활의 중요했던 고비마다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었어요. 고통스럽고 외로웠던 당시에 사진을 찍음으로써 극복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사제공│월간사진

리 스매더스(Lee Smathers, 1977~)는 지난 2년간 수많은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었다. ‘What makes me’(무엇이 나를 만들었는가)는 그의 수백장의 ‘자화상 시리즈’가 한 장의 자화상으로 만들어져 2년간의 생활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에 계신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은 날에는 냉장고 문을 열어놓은 채 죽은 듯한 사진을 찍었고, 임신 중이던 아내가 교통사고로 입원한 때는 혼자 큰 침대 위에서 웅크리고 사진을 찍었다.

스매더스는 지난해 2학기부터 대구 계명대학교 사진영상디자인과의 교수로 부임해왔다. 그가 올해부터 가르칠 학생 중 한명이자 같은 미국인인 줄리안 도미닉 아트(Julian Dominic ott, 1979~)는 방랑자 기질이 다분하다. 그는 7번 국도를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 감포 바닷가를 즐겨 찾는다. 하동의 차밭과 제주 바닷가도 연애하듯 아껴두고 틈틈이 찾는 곳이다. 이곳서 줄리안은 장노출로 감성적인 느낌의 풍경사진을 찍는다. “한국에 와서 제 시야나 사고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미국 고향과 대구는 기후나 계절이 놀랍도록 흡사하지만 자연의 변화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른 세상을 펼쳐놓았어요.” 줄리안은 낯선 한국의 길과 풍경이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믿는다. 가령 홍시가 무르익어가는 것을 보면서 다가올 겨울을 예감하거나 4월의 끝자락에 새순을 틔우는 우전찻잎에서 봄을 고대하는 감성은 토박이 한국인에게도 보기 어려운 감수성이다.

낯선 나라 한국에서 사진에 눈을 뜨다

스매더스 교수와 줄리안은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사진으로 새 인생을 개척하는 중이다. 살아온 과정은 달라도 이들은 한국에서 교육자와 사진가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 주 사바나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사진으로 각각 학사와 석사를 마친 스매더스 교수는 지난 2001년부터 한국에 정착했다. 한국생활 11년차인 그는 2004년부터 성남의 동서울대학과 안성의 중앙대 사진학과에서 강사로 사진교육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부터 계명대 사진영상디자인과 교수로 발령받아 흑백사진과 광고사진을 가르쳤고 새 학기에는 사진기초와 스튜디오 수업을 준비하는 중이다.

“사바나는 인구 100만명의 크지 않은 도시인데 대학을 다니며 우연찮게 한인교회와 관계를 맺게 되었어요. 그전까지 대부분의 미국인처럼 한국은 잘 모르는 나라였지만 교회를 다니며 한국 문화나 사람들에 굉장히 끌렸던 것 같아요. 결국 2000년에 3개월 동안 한국을 다녀갔고 이때 찍은 사진으로 사바나에서 전시도 가졌어요.”

줄리안은 지난 2005년 영어강사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미국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패션사진가인 형을 도와 스튜디오를 운영하여 사진이 낯설지 않았다. 다만 의뢰를 받아 찍는 상업사진만 알던 그에게 사진은 예술적인 도구가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에 온 뒤로 접한 전혀 다른 풍경과 환경은 그의 숨어있던 예술가의 혼을 깨우고 영감을 자극했다. 들뜬 사람처럼 카메라를 메고 몇일이고 7번 국도를 달렸고, 조명에 따라 시시각각 색다르게 변하는 도시 골목의 밤하늘을 찍었다.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눈이 떠졌다고 할까요. 계속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게 돼요. 바닷가 옆 도로나 작은 국도를 특히 좋아해요. 흥미로운 사진은 물론 좋은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죠. 한국에서의 매일의 삶이 예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어요.”

한국을 관찰하고 수용해서 나온 사진작업들

두 사람은 낯선 땅에서 갖는 호기심에 온몸을 열고 변화를 즐기는 듯하다. 새로운 경험과 환경에 주저함이 없다. 줄리안은 본격적으로 사진가의 길을 걷기 위해 사진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2년간 한국어 시험을 준비해 지난해에 계명대의 외국인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한국어가 정말 어려웠어요.(웃음) 아직 말이 서툴고 주변에선 ‘언제 돌아가냐’, 미국에선 ‘언제 돌아오냐’ 묻지만 자명한 건 한국이 바로 내 집이라는 사실입니다. 내 생각의 틀이 잡히도록 도움을 주고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 곁에 머무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어요.”

부모들의 어려웠던 경험도 그에겐 힘이 된다. 부모들 모두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뿌리를 내린 가족력을 지니고 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무척 고생하셨다고 들었어요. 저 역시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사진과 새로운 학교생활이 저를 더 성실하게 만들 것으로 믿습니다.”

스매더스 교수는 열정적인 사진가이자 교육자다. 한국에 온 뒤로 한국의 풍경 작업과 핀홀 시리즈, 자화상 시리즈를 촬영하며 개성 강한 시각을 드러냈다. 또한 그의 사진작업은 한국 문화를 수용해가는 관점 위에 있어 특히 흥미롭다. 그의 ‘새벽 4시’ 시리즈는 외국인의 눈에는 ‘경악할 만한’ 새벽 4시의 한국 풍경이 대비되는 2개의 사진으로 보여진다. 가락동 경매시장과 홍대앞 클럽 거리를 각각 새벽 4시에 촬영한 사진들이다. “일하거나 놀거나 약간은 극단적인 대비일 수도 있어요. 제가 보기엔 한국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여유 없이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운 것을 재빨리 받아들이는 면도 있지만 반대로 너무 쉽게 과거를 잊는 것 같아요.”

과제로 악명 높은 교수와 늦깎이 사진 대학생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사진에서도 빠른 속도로 디지털이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방식과 기기가 퇴물로 여겨지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미술대학에서 공통으로 듣는 암실수업이 있는데, 미술대학의 타 학과 학생들이 더 신기해하고 좋아해요. 물론 입시학원에서 이미 배워서 시들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사진이 시작됐던 초창기의 방식과 정신은 꼭 가르치고 싶고 제가 항상 강조하는 기본이에요. 왜냐면 배우는 학생들이잖아요.”

스매더스 교수는 학생들에게 암실작업과 함께 중대형 카메라도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과정으로 강조한다.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오래 걸리는 촬영시간만큼 사진과 피사체에 관해 더 생각하고 천천히 찍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면에서 자화상도 사진을 통해 내면을 응시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매 학기마다 빠뜨리지 않고 내는 과제 중 하나가 저마다의 셀프 사진 찍기다. “진지하게 사진과 자신을 응대하고 성숙할 수 있기를 바래요. 이럴 때 사진이 자신에게 가져올 변화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스매더스 교수는 슬럼프를 극복하고 열정을 되찾는 학생들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비록 자신은 과제를 많이 내주는 악명(?) 높은 교수로 찍혔어도 말이다.

한국사진의 중심부로 향하는 사진 이방인들

줄리안은 지난 1월초, 늦은 시간에 동대구로 향하는 서울발 KTX에 몸을 실었다. 2주에 한번씩 거르지 않는 서울행이다. 보고 싶은 전시의 목록을 정해놓았다가 2주에 한번 서울을 다녀온다. 이번에는 덕수궁미술관의 임응식 회고전과 서울시립미술관의 한국 추상미술 전시를 둘러보았다. 매번 급하게 오가느라 몸은 피곤해도 이번 역시 마음은 풍성해져서 내려간다. “한국의 옛날 사진을 보면서 과거 한국 문화를 알게 됐고, 부모님에게 2차 세계대전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사진 속 상황에 더 깊이 빠져들었어요. 이런 게 사진만이 갖는 힘이 아닐까요. 그러나 100여년 전의 기록사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운 마음이 컸어요.”

스매더스 교수와 줄리안은 한국의 사진을, 한국의 풍경을 사랑하는 이방인들이다. 그리고 한창 그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고 수용하는 중이다. 그 배움과 수용의 과정이 진지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들의 진정성 때문이다. 어느덧 이들이 우리 한 가운데로 들어왔을 때 우리 역시 진정성 있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다면 한국 사진과 사진교육은 좀더 순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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