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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신화가 아닌 인간 로버트 카파를 만나다!

2013-08-02


“포토저널리즘의 신화라는 명성에 가려져 있던 사진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로버트 카파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사진가이자 사진기획사 DtoC(Dare to Compare)의 대표인 박덕수(39)는 3년 전부터 일본의 후지미술관을 찾았다. 후지미술관은 뉴욕의 국제사진센터(ICP)와 더불어 로버트 카파(Robert Capa, 1913.10.22~1954.5.25)의 대표작 컬렉션 937점을 모두 소장한 곳이다. 2013년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로버트 카파의 국내 전시를 준비하던 박대표는 일본에서 돌연 미국으로 발길을 돌려 카파의 공식 재단인 ICP의 문을 두드렸다.

글│이종화 기자
기사제공│월간사진

“전쟁 사진가가 되기까지 카파가 살았던 시대와 교류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의 사진이 어떤 맥락에서 찍혔는지를 알게 되면 한발짝 더 카파의 사진에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974년에 설립되어 카파의 사진을 보관, 연구해오며 그의 정신을 기려온 공식 재단에 제의하게 됐고, 다행히 전시 취지에 공감해주었어요.” ICP는 로버트 카파의 동생이자 매그넘 소속 사진가인 코넬 카파(Cornell Capa, 1918~2008)에 의해 설립되어, 로버트 카파의 연구는 물론 포토저널리즘을 교육하고 다큐멘터리 사진가를 지원하는 국제적인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곳이다. 박대표는 로버트 카파에 관해 가장 방대한 자료를 소장한 ICP와 함께 (아래 로버트 카파 100주년전)을 준비하는 중이다. 로버트 카파 100주년전은 오는 8월1일부터 10월2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경향신문과 DtoC의 주최와 주관으로 열리며, 한국의 조대연(광주대 교수)이 아트디렉터를 맡고 미국 ICP가 작품을 구성하는 등 공동으로 기획하게 된다.

평생 전쟁터를 떠날 수 없었던 남자
로버트 카파 100주년전은 전설적인 종군 포토저널리스트로 알려진 카파의 일대기와 전쟁사진을 통해 카파가 말하려던 메시지를 재조명하는 전시로 자리매김한다. 로버트 카파는 1913년 헝가리의 가난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스페인내전부터 1, 2차 세계대전과 중일전쟁 그리고 지뢰를 밟고 사망한 인도차이나 전쟁까지 모두 5개의 전쟁을 취재했다. 스페인내전의 ‘어느 병사의 죽음’과 2차 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사진은 그를 스타 사진가로 만든 대표작이지만, 사실 카파의 사진에는 전쟁터의 스펙터클한 장면보다 전쟁포로나 피난민, 어린이들이 주로 등장한다. 박대표는 “전쟁의 와중에 태어나 전쟁을 겪으며 성장한 카파는 전쟁 사진가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았다. 전쟁을 혐오하면서 늘 전쟁터로 향했던 그가 포착하려 한 것은 전쟁의 참혹함과 휴머니즘이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전쟁을 미화하거나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고 객관적인 기록자의 입장을 취함으로써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전한다”고 말한다.

로버트 카파 100주년전에선 1932년 연설하는 트로츠키를 촬영한 초기작부터 사망하기 바로 직전에 촬영한 인도차이나 전쟁사진까지 카파의 전 생애를 대표하는 사진 160여점이 선별되어 소개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카파의 사진이 어떻게 변해왔는지와 20세기 현대사의 현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로버트 카파는 스페인내전이 발발하면서 반파시스트 연합에 동조해 스페인으로 떠났다. 이곳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어윈 쇼 등 여러 작가들과 함께 전장을 누볐으며, 나중에는 피카소와 마티스 등과도 만나 예술적 교감을 나누었다. 이때의 경험은 사진가로서 그를 숙련시키는 한편 연인을 잃는 아픔은 그로 하여금 전쟁을 저주하면서도 평생을 전쟁에서 못 벗어나게 했다. 카파를 스페인내전으로 이끈 제르다 타로(Gerda Taro, 1910~1937)는 카파와 같은 사진가이면서 그의 정신적인 지주였으나 스페인내전을 취재하던 도중에 탱크에 치여 숨을 거두었다. 첫사랑 제르다 타로를 잊지 못한 카파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의 청혼을 뿌리치는 등 숱은 염문에도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은 채 홀연히 전쟁터로 떠나곤 했다.

또한 전시에선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Robert Capa : Love in war’가 상영되어 카파의 삶의 흔적을 좇아가며, 일본과 미국에서 들여온 카파의 유품은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살아있는 로버트 카파를 만나게 한다.

160점 오리지널 프린트와 멕시칸 슈트케이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코넬 카파가 직접 프린트하고 액자까지 만들어 ICP가 소장한 로버트 카파의 오리지널 프린트가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박대표는 “높은 비용과 국내에 오리지널 프린트를 전시할 수 있는 항온항습 전시공간이 몇 안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시 관객의 높아진 미학적인 수준을 고려했다”면서 “공식 재단이 공식 셀렉트한 오리지널 작품으로, 전시의 퀄리티를 높이고 사진전 관람층도 넓힐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전시작에는 70년만에 발견되어 화제가 됐던 일명 ‘멕시칸 슈트케이스’의 작품도 일부 포함되어 관심을 끈다. 멕시칸 슈트케이스는 로버트 카파와 제르다 타로, 데이비드 세이무어 세 사람이 스페인내전을 기록했던 필름을 담은 3개의 상자를 가리킨다. 유태인이던 카파는 나치의 파리 진격을 앞두고 피신하면서 필름 상자를 암실책임자에게 맡겼으나 이후 몇 사람을 거치며 상자는 행방을 감춘다. 코넬 카파의 오랜 수소문에도 불구하고 자취를 감췄던 필름 상자는 1995년 극적으로 멕시코에서 발견되었고, 2007년에야 ICP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010년 ICP 전시로 세상에 처음 공개된 필름은 잃어버린 퍼즐 조각처럼 비어있던 카파의 흔적을 채우는 한편 사진가로서 제르다 타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에선 20점 가까운, 많지 않은 멕시칸 슈트케이스 사진이 공개될 예정이지만 드라마틱한 멕시칸 슈트케이스의 여정은 로버트 카파의 삶과 대비되어 상징성을 갖는다. ‘카파이즘’이란 용어를 만들며 포토저널리즘의 신화로 불리는 로버트 카파이지만 사진가로서 그가 겪었던 시대상황과 시대에 맞선 용기, 한 인간으로서의 사랑과 방황은 좀체 조명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로버트 카파 100주년전은 신화 속 인물이 아닌 누구보다 현실과 역사에 솔직하려 했던 인간 로버트 카파를 만나는 자리로 기대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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