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16
시간의 본질과 기억을 이야기하는 두 사진가가 있다. 바늘이 사라진 시계 풍경을 보여주는 이원철과 겹겹이 쌓인 순간의 이미지를 전하는 이재용. 그들의 교집합 속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기사제공 ㅣ 월간사진
‘시간’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라는 설명을 읽게 된다. 다시 ‘시각’을 찾는다. ‘시간의 어느 한 시점’이란 설명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시간을 정의 내리는 것이 모호해짐을 깨닫는다. 시간을 어떤 명쾌한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의 편의대로 시간을 시, 분, 초로 나눴고, 쉽게 시계 바늘의 움직임과 시간을 동일시하곤 한다.
'TIME'에서 시계 바늘의 존재를 지움으로 시계 속 시간의 존재를 끄집어내며 시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원철과 'Memories of the Gaze'에서 흐르는 시간의 순간들을 포착해 하나의 이미지로 중첩시키며 지나간 시선의 기억을 모으는 이재용. 그들과 작업과 시간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월간사진 : 두 분은 각각 'TIME'과 'Memories of the Gaze' 시리즈를 통해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작업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이원철 :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한 건 2011년이었지만 구상은 2004년부터 해오고 있었습니다. 앞선 작업들이 모두 야경 장면인데, 보통 밤에 작업하다 보니 노출 문제로 촬영시간이 길어져 밤을 새우기 일쑤였죠. 일반적인 사진은 1/125초로 찍는 데 비해 노출 때문에 몇 시간씩 촬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무덤이 등장하는 앞선 시리즈 'Starlight'과 'Circle of Being'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시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이 생기기도 했어요.
이재용 : 한창 직접 꿨던 꿈을 똑같이 재현하는 작업을 하다가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마들렌 과자를 먹으면서 옛 기억을 회상하는 내용이 나와요. 어떤 대상을 매개로 지난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죠. 저는 마들렌 과자 대신 어린 시절 봤던 꽃을 키우며 기억을 떠올리는 실험을 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진으로 지나가는 시간의 순간을 잡아내기로 했고, 그 첫 작업이 꽃을 촬영했던 'Memories of the Gaze-초충도'였죠.
월간사진 : 촬영 시간이 궁금해집니다.
이원철 : 보통 하나의 이미지를 촬영할 때 두 시간 정도 걸려요. 최소 한 시간 이상은 촬영해야 시계에서 시침과 분침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죠.
이재용 : 제 작업의 일차적인 목적은 명쾌한 기억의 이미지에요. 이것들이 중첩됐을 땐 명료하게 다가오지 않지만 한 장 한 장은 명백한 한 순간이죠. 하나의 완결된 이미지에 들어간 시간으로 보면 'Memories of the Gaze-Cityscape'의 경우 짧은 것이 3년인데, 최근 작업인 'Memories of the Gaze-정미소'의 경우는 5분 만에 촬영한 적도 있어요. 이 시리즈는 시간의 흐름 뿐 아니라 공간의 변화가 함께 수반되기 때문에 좀 더 다변화된 이야기를 하는 작업이죠. 정미소를 중심축으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촬영하는 방식이에요.
월간사진 : 작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요?
이재용 : 기억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싶다는 것이 작업의 이유에요. 지난 순간을 모아 현실에서 과거의 기억을 재생시키는 것이죠. 그 속에서 시간에 대한 요소를 찾을 수 있어요.
이원철 : 시계 속에서 시간의 개념을 빼내고 싶었어요. 시계 속엔 사실 시간이 없잖아요. 그건 그저 기계일 뿐이죠. 시(hour)나 연(year)이라는 단위는 자연의 변화를 물리적으로 나눠 놓은 것이지 그 자체가 시간의 개념을 설명하지는 못해요. 이런 인위적 기준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무한함이 시간에 있어요. 이것을 사라진 시계 바늘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공간의 변화를 통해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월간사진 : 서로의 작업에서 비슷하거나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원철 : 저는 움직이지 않아요. 주변이 움직이죠. 하지만 이재용 작가는 (정미소 작업에서) 대상은 가만히 있는데, 촬영자가 움직인다는 것이 다르죠.
이재용 : 이원철 작가의 작업은 정해진 시간의 수치가 사라지면서 주변 공간의 시간성이 확장되는 것 같아요. 제 정미소 작업도 완성된 하나의 이미지에서는 시간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 비슷한 점이 아닐까요.
월간사진 : 최근엔 어떤 작업을 진행하고 있나요?
이재용 :
이원철 : 지금까지
이원철 (Lee WonChul)은 서울예술대학과 호주 RMIT University에서 사진을,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잔인을 전공했다. 2004년 'The Starlight'(갤러리 룩스, 서울)을 시작으로 2005년 '교차하는 시선(2인전)'(대림미술관, 서울), 2008년 'The Starlight-경주'(수화랑, 대구), 2009년 'Industrial Starlight'(갤러리 진선, 서울), 2012년 'TIME'(SpaceCAN, 북경)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소마미술관, Kiyosato Museum,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이재용 (Rhee JaeYong)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1998년 개인전 '아버지의 어머니' (올리브 갤러리, 서울) 이후 상업사진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여고괴담 2’, ‘비열한 거리’, ‘봄날은 간다’ 등 다수의 영화 포스터를 촬영했다. 2009년 이후 다시 개인 작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개인전으로 2010년 '이재용'(디 초코렛 갤러리, 서울), 2012년 '시선의 기억'(갤러리 엠, 서울)을 가졌다. 2000년
<한국 젊은 사진가전>
(한림미술관, 대전), 2010년 '최원석 & 이재용'(갤러리 엠, 서울), 2012년 '오래된 미래'(문화역서울 284, 서울)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