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0
아이슬란드에서 마다가스카르까지, 현대문명에 물들지 않은 지역을 찾아 독특한 시각실험을 이어오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의 젊은 사진가 스칼렛 호프트 그라플랜드(Scarlett Hooft Graafland)의 오묘한 작품세계를 들여다본다.
기사제공 ㅣ 월간사진
스칼렛 호프트 그라플랜드는 2004년부터 서양 문명과 동떨어져 고유한 문화와 생활이 오랜 시간 간직돼 온 지역들을 배경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슬란드, 볼리비아,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 수 개월간 머물며 그곳 사람들과의 생활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는 설치, 조각 혹은 퍼포먼스의 형태를 거쳐 사진으로 완성된다. 마치 현실을 벗어난 듯 재현된 장면은 오직 그 지역을 통해서 의미를 갖게 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환경문제나 사라져가는 전통에 대한 안타까움이 드러나고 볼리비아 소금사막에서는 환상적인 풍광이 극대화된다. 볼리비아에서 촬영한
초기엔 설치와 비디오 작업을 선보이다가 이후 사진 매체를 통해 소통하게 된 이유는?
뉴욕 파슨스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조각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까닭에 사진은 그저 작업을 기록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2004년 아이슬란드에서 중형카메라로 촬영을 한 이후 사진을 최종 결과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조각가적 태도를 가진 사진가’이다. 작품의 아이디어는 조각으로 시작되고 결과물은 사진으로 마무리된다.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중형카메라로 촬영하고 네거티브필름에서 바로 인화한다. 이런 오래된 방식이 좋다. 촬영할 때는 그 상황에 맞게 어떤 재료를 이용할 수 있는지 혹은 날씨에 맞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원하는 환경이 될 때까지 같은 장소에서 며칠을 기다린 적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효과들이 때때로 속임수를 쓴 듯 초현실적으로 보여진다.
그간 선보인 시리즈를 보면 집이나 지붕 위의 사람, 구의 형태 등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이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집은 마지막 안식처를 의미한다. 나체로 지붕 위에 누워있는 사람은 광활한 자연에 비해 너무나 작은 존재인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구 형태의 풍선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시각적인 그래픽 효과를 노린 동시에 보편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다.
언제나 광활한 자연이나 목가적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이유는?
가까운 곳보다는 먼 지역에 매력을 느낀다. 멀리 떨어진, 문명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서는 자연의 놀라운 힘을 경험하곤 한다. 볼리비아의 소금사막에서 만난 그 넓고도 끝이 없는 수평선은 마법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인간은 자연에 비해 너무나 작은 약한 존재이다. 이런 개념을 나의 사진작업에 담으려 노력해왔다.
작업을 통해 무엇을 전하려고 하나?
내 사진에는 초현실적인 요소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매력적인 이유는 ‘탈출구’가 되기 때문이다. 전하려는 이야기는 환경문제처럼 자칫 무거울 수 있지만 이런 환상적이거나 유머러스한 요소 덕분에 작품 속에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존재할 수 있다.
한국 관람객들에게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소감과 향후 계획은?
나의 작업이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으로부터 왔지만, 한국인들과도 어떤 연결지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만간 아이슬란드에서의 촬영을 위해 떠난다. 그곳에서의 새로운 이야기가 기대된다.
스칼렛 호프트 그라플랜드(Scarlett Hooft Graafland)
네덜란드 Royal Academy of Fine Arts, 뉴욕 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조각을 공부했다.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