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2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을 담기 위해 노력한 작가였다. 그가 말한 ‘결정적 순간’이란 “시간을 초월한 형태와 표정과 내용의 조화에 도달한 절정의 순간”이다. 사진이란 매체가 갖고 있는 리얼리티와 미학을 보여준 이 말은
<퓰리처상 사진전>
을 보는 내내 떠오른 말이기도 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역사를 기록하는 한편, 그 속에 담겨 있는 희망, 혹은 고통들은 사진이 아니면 담아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오는 9월 14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는
<퓰리처상 사진전>
에서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역사적 순간과 삶의 중요한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에디터 | 정은주(
ejjung@jungle.co.kr)
퓰리처상>
퓰리처상>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버지의 깃발’은 미 해병대의 이오지마 점령 사건을 담고 있다. 이 영화의 시작이 되기도 한 조 로렌탈의 사진 한 장은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처절한 전투 중 하나의 장면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이오지마 섬의 스리바치 산을 점령한 미 해병대가 일장기를 내리고 성조기를 꽂는 과정을 그린 이 사진은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와 전우애 등을 보여주면서 수많은 기념 포스터와 우표 등으로 재생산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었다.
‘베트콩 사형 집행’은 베트남 전쟁 당시 일어난 길거리 사형집행을 그려낸다. 인도적인 행위를 거치지 않고 전쟁이라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상대편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인권 등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거리와 묘지에 넘쳐나는 시체들 사이에서도 전쟁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슬픔 역시 반복된다. 시리아 내전 중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의 슬픔을 포착한 AP통신의 사진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반복되는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한다.
전시는 1940년대부터 2014년에 이르는 퓰리처상 수상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배열했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사적 사건의 흐름과 함께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사진가들의 열정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의 포착해낸 순간이 바로 역사가 되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역사를 기록하고 있었다”
-마이클 매커
사진가들은 전쟁터에서 수십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작업을 하기 위해 게릴라 토벌단에 잠입하는 등 어떠한 위험도 감수한다. 그리고 이러한 퓰리처 정신은 꼭 사진가의 손을 거치지 않더라도, 순간을 기록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만들어낸다. 이제까지의 수상작품을 되돌아봤을 때 아마추어 사진가가 사진 기자나 사진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구나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사건, 사고들을 관찰하고 이를 작품으로 만들어낸 사진가의 시선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2010년에 이어 4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그러나 지난 전시와는 달리 전시 작품 구성과 기획 등의 요소에 차별화를 뒀다. 전시 작품 수도 145점에서 234점까지 작품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기획 면에서도 한국 전쟁 특별전 등을 통해 퓰리처상과 한국 관객들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전시를 통해 역사의 순간을 경험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