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아트 | 리뷰

징글징글한 욕망을 보다

월간사진 | 2015-08-24


“먹고 마시고 입고 쓰고 버려지는 그 모든 물성의 세계는 우리 인간들이 뛰노는 장이며, 결국 우리 욕구의 거짓 없는 밑바닥이다. 이번 작업은 그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다.” - 현홍

기계적인 현대시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모습을 담아온 현홍 사진가가 네 번째 시리즈로 돌아왔다. 소비를 향한 인간의 욕구를 상상한 <모던 타임즈_징글징글>.

기사제공 | 월간사진
 

긴 직장생활의 끝, ‘모던 타임즈’를 마주하다

강의실 의자를 가득 메운 학생들, 고층 아파트를 빼곡하게 채운 사람들,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들…. 왠지 모르게 갑갑하지만 너무도 익숙한 현대의풍경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 풍경 속에서 특정 사물을 연상하는 이가 있다. 2007년부터 ‘모던 타임즈’를 통해 딥틱 형식으로 문명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고자 했던 현홍 사진가가 첫 번째 ‘모던 타임즈’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모던 타임즈_징글징글’로 돌아왔다. 그가 지속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현대와 개체의 관계, 그 시작에는 10년 넘게 해온 직장생활이 있었다. 그는 “방송국 조명 일을 하면서 내 몸이 더 이상 내 몸이 아니라는것을 느꼈다. 자의가 아닌, 그 무엇인가에 의해 꼭두각시로 살고 있다는 회의가 들었다.”고 작업의 시작을 밝혔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한 의구심으로 자연스럽게 사회, 철학, 역사 등 인문학 책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점차 ‘현대’라는 환경으로 시야가 넓어졌고 ‘모던 타임즈’의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그는 오랜 시간 몸 담아왔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으로의 유학길에 오르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징글징글한 소비에서 발견한 인간의 욕망

이번 시리즈는 2011년 설치 형태의 ‘모던 타임즈 3_우울한 리듬’ 등 전작들과 확연하게 다른 스타일을 갖는다. 형식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컬러’다. 소비를 향한 ‘징글징글’한 인간의 욕망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싶었기에 피사체 역시 신중하게 정했다. 그리고 전작의 규칙적이고 단조로웠던 일직선의 형식을 탈피했다.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현대의 징글징글한 소비 형태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수직, 일직선의 획일적인 구조를 벗어나야만 했던 것. 이를 위해서 각각 촬영된 이미지들은 수도 없이 재배치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마치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상상의 이미지들은 어떻게 완성되었을까? 주변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의 사물들, 가장 흔하게 소비되는 것을 모았다. 일회용 커피잔, 콜라병, 쓰레기봉투, 못, 하이힐 등 작업의 재료가 되는 피사체는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구성을 드로잉으로 옮긴 다음, 같은 피사체를 여러각도에서, 때로는 3천 컷이 넘도록 다양하게 촬영했다. 포토샵으로 촬영된 각각의 이미지들을 한 프레임에 배치했다. 구성과 프린트 과정에서 컬러를 세심하게 체크하는 등 한 컷을 완성시키는 데에도 ‘징글징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

흔들리는 종이컵 속 커피의 이미지를 만들 때였다. 누군가 커피가 담긴 컵을 수도 없이 흔들어 주어야 했기에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바닥에 쏟아지는 커피를 일일이 치울 수 없어 어린이용 대형 풀을 스튜디오에 두고 그 안에서 컵을 흔들면서 촬영했다. 박스 채로 종이컵을 구비해두고 삼사 일에 걸쳐 약 2천 5백 컷을 촬영했는데, 결국 도와주었던 지인의 손목에 무리가 생겼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콜라병을 흔들어 따는 행동을 반복해야 했던 촬영에서도 지인의 손목은 온전치 못했다. 대략 1년 정도에 걸쳐 완성된 이번 작업의 과정은 복잡한 현대 사회만큼이나 다사다난했다. 익숙한 사물로 가득한 이미지 중 유독 다른 한 컷이 있다. 흰 비옷을 입은 사람들의 뒷모습이 그것이다. 그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 현홍 사진가는 “‘모던 타임즈 4_징글징글’ 작업 모두를 아우르는 결과물이다. 결국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이 비슷한 소비 형태를 가지는 무색무취의 사물과도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답한다. 예술은 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는 장이라고 말하는 현홍. 그의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계획안에 근거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작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작업은 그 누구도 이해시킬 수 없으며 예술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던 타임즈’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군더더기 없이 잘 반영하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네 번째 모던 타임즈는 6월 30일까지 키미아트에서 전시되었다. 일상에서 보잘 것 없던 소재를 과감히 주인공으로 등극시킨 그의 작업을 통해 지금의 사회와 스스로의 관계를 한번쯤 고민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facebook twitter

#사진 

월간사진
새롭게 떠오르고 있거나,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진가가 월간사진을 통해 매달 소개되고 있습니다. 월간사진은 사진애호가와 사진가 모두의 입장에서 한발 앞서 작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심도 깊은 사진가 인터뷰와 꼼꼼한 작품 고새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 사진잡지입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