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30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지에서 예술적인 아우라를 넓히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 부산의 갤러리 미고(MIGO)에 모이고 있다. 이들은 'Young Artist Project'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신진작가를 찾아 그들을 지원하는 전시다. 차례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11월 14일에 '박용선 展'을 시작으로, 두 번째 전시를 앞두고 있다. 12월 5일 시작될 박상호의 ‘포촘킨의 도시’ 전시다.
에디터 l 이안나(anlee@jungle.co.kr), 사진제공 | 갤러리 미고
러시아의 18세가 후반,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겨진 우울한 현실을 지우기 위해 그레고리 포촘킨은 거대한 연막을 만든다. 거대한 나무 벽으로 폐허를 가리고, 그 위에 전쟁에 승리하고 병사들이 꿈꿨을 집을 그린 것이다. 시민들의 눈을 가린 연막은 ‘포촘킨 파사드’라는 이름을 단 채 최초의 가상현실로 기록된다.
오늘날의 젊은 예술가들은 눈으로 본 것을 믿지 말라고 말한다. 갤러리 미고의 연이은 전시를 보더라도 젊은 작가들은 ‘눈의 감각’이 믿을만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2009년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기획된 Young Artist Project의 첫 번째 전시
<박용선 展>
을 떠올려봐도 그렇다. 전시장은 세탁기에서 막 내놓은 듯 축축한 빨랫감이 가득했고, 비누내음이 진동했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데, 사실은 작가가 비누로 빨랫감을 조각해 놓은 것이었다. 벽면에 걸린 스웨터는 종이 위 펜으로 그려진 정밀묘사화로 스웨터의 손뜨개된 고리와 보풀마저 종이 위에 재현되어있었다.
12월 5일부터 시작하는 두 번째 전시의 작가는 박상호다. 박상호는 포촘킨의 도시(Die Potemkinsche Stadt)라는 주제로 이미지가 실재를 위협하는 현대사회의 증후들을 감지해 이를 뭉근하게 비틀어서 드러내는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한층 낮아진 예술의 문턱은 예술사진과 현대회화를 구분 짓기 모호한 지점까지 내려오게 만들었고, 박상호는 사진 혹은 회화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미 대학시절부터 ‘시각의 혼란'을 주목한 작가는 결국 거대한 포촘킨 파사다를 만들어낸다. 작업의 시작이었던 시각의 혼란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과 영상이라는 도구를 만나 '사진을 그리는 행위'로 이어진 것이다.
<박상호 展>
은 작가가 동아대학교를 졸업하고 8년간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여는 첫 번재 개인전이다. 작가는 눈속임의 대명사로 쓰이는 포촘킨으로 이상적인 도시풍경을 그려 넣어 거짓으로 가득 찬 허망한 도시를 말하고자 한다. 이미지가 실재를 대신하는 혹은 실재와 가상공간이 혼재하는 오늘날의 시각환경을 떠올려 보면 포촘킨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박상호>
박용선>
개선문을 중심으로 달리는 차들과 사람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개선문을 받치고 있는 철근 구조물들은 사실은 작가가 사진 위에 그린 그림일 뿐이다. 실재장면을 촬영한 다음 개선문을 마치 무대세트처럼 처리함으로써 사진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과 사물들의 맥락을 흔들어 놓고 있다. 또한 루이비통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들도 잘 연출된 사진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독일의 갤러리스트인 스태판 슐러가 작가의 작업을 영화 ‘트루면 쇼’에 비유한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기 보다는 어떤 권력의 영향하에서 수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존재'와 '인식'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는 작가의 작업은 현대사회가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예술사진과 현대회화의 경계를 오가며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이 전시 외에도 권부문, 김중만과 함께 박여숙화랑을 통해 청담미술제에 참여할 예정이며, Korea Tomorrow(SETEC. 서울), Decentered(아르코미술관.서울) 등의 전시에 초대되어 그 예술적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