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26
강(江:물 강)을 끼고 있는 좋은(華:빛날 화) 고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섬이 있다. 이름의 뜻처럼 이 곳이 살기는 좋을지도 몰라도 사진 찍는 사람들 중에는 이 섬이 그저 낙조정도밖에 찍을게 없는 그저 그런 곳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곳에는 남산타워나 63빌딩 같이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건물도 없고 금강산이나 설악산같이 웅장하거나 신비로운 절경도 없고 섬이라고 하나 다리로 연결이 되어있어 제주도처럼 육지와는 다른 풍토를 가지고 있지도 않아 딱히 육지와 다른 모습도 발견하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서울의 서쪽에 위치한 이 섬은 다른 섬들과는 뭔가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단군시절부터 시작해서 강화천도, 팔만대장경, 정묘호란,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강화도조약까지 우리 역사의 고비마다 개근상을 받고 싶은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섬. 이 작지만 큰 섬인 강화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무엇인가가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점이 대체 무엇일까? 그건 바로 강화도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는 점이다. 고려왕조가 이곳에서 39년 동안 몽고에 개길 수(유식한 말로 항쟁)있었던 것도 조선왕조의 인조가 피신처로 선택했던 것도 강화도의 지리적 위치와 더불어 그 크기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별 생각 없이 시외버스 타고 손쉽게 갔다가는 생각보다 너무 넓어서 자고 와야 하는 그곳이 바로 강화도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섬에 고작 해 떨어지는 것 밖에 찍을 것이 없는 것일까? 정답은 당연히 ‘아니다‘ 이다. 앞을 보면 갯벌과 바다, 뒤를 보면 산과 들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사람이 어울려 사는 그곳, 갯벌과 바다, 그리고 산과 들이 한 몸으로 뒤섞여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풍광을 가진 섬 강화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글, 사진 I 월간DC 객원기자 박승훈 (towa0401@naver.com)
강화도는 많은 문화재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성격이 짖었던 관계로 다른 지역들보다 전적지가 매우 많고 이에 대한 복원과 보존이 잘 되어있는 편이다.
강화도의 남동해안에 주로 위치한 전적지들은 해안을 따라 설치되어있으며 북쪽의 광성보, 남쪽의 초지진 중간의 덕진진 등이 있다. 각 진에는 포를 쏘던 돈대들이 있고 강화도 현지인이 진들 중 최고로 꼽는 진은 광성보로 '종합 돈대 세트'를 보여준다. 전망 좋은 역사공원으로 광성돈대와 화두돈대, 오두돈대를 포함하고 있다. 광성보에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광성돈대가 복원돼 있으며, 내부에는 조선시대의 주포였던 홍이포를 포함한 다양한 포들이 전시돼 있으며 신미양요 때 순국한 용사를 기리는 신미순의총과 미군이 촬영한 처참한 조선군의 시체 사진들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고려궁지는 몽골의 침입을 피해 강화도로 피란할 당시 고려왕조가 기거하던 궁궐. 현재 궁지 내에는 강화지역을 다스렸던 유수부 동헌과 이방청, 외규장각이 남아 있다.
강화역사관은 구석기시대부터 근대까지 강화도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전시해 놓은 내실 있는 역사관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강화도의 유적과 유물을 토대로 2층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구한말 프랑스와 미국의 현대적인 군대를 맞서 싸웠던 처절한 투쟁의 역사는 관람객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드는데 그중에서 역사관의 중앙 층계 벽에 걸려있는 수자기라는 거대한 깃발이 있다. 수자기는 신미양요때 조선군 사령관의 장수기로 격전끝에 조선이 패함으로써 수자기를 빼앗겼고 그 기는 현재 미국 애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있는 것을 복제한 것이다.
남동해안의 전적지 역사기행에서 중요한 점은 덕진진, 광성보, 초지진, 고려궁지, 강화역사관을 합쳐서 5개 전적지라고 하는 데 각 관람권을 따로 구입할 필요없이 일괄권을 구입해서 저렴하게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강화 남동쪽 끝인 초지대교에서 남서쪽 끝에 있는 장화리까지는 멋진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이 해안도로 곳곳에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숨겨져 있으니 해안도로를 따라가다가 봄소풍때 숨은 보물찾기 하듯 자신만의 느낌을 찾아서 사진을 찍어보기 바란다. 앞으로는 푸른 바닷물이 빠져나간 은빛 갯벌이 뒤로는 넓디넓은 바디와는 반대로 녹음이 펼쳐진 산과 들이 있다. 물론 시간대에 따라서는 서해여행의 백미인 찰랑거리는 바닷물과 저물어가는 붉은 태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중에서 무엇을 찍을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하지만 일몰은 언제든 어디서든 찍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강화 갯벌은 썰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4km 이상 밀려나가며 웅장한 자연의 힘을 보여주는 쉽게 접하기 힘든 갯벌이다. 가끔은 남들 다 찍는 것 말고 자신만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소재를 찾아서 꼭 한번 찍어보도록 하자.
풍경 사진은 가족사진 다음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찍는 사진이다. 그러나 풍경사진은 다루기가 까다롭고 그러다보니 새로운 소재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재를 찾아 사진을 찍게 되면 새로운 소재가 아니면 사진 찍을 것이 없어 자꾸 새로운 소재를 찾아 전국 각지로 나아가서는 해외로 사진여행을 다니게 되는데 소재주의 사진은 사진의 깊이도 없고 10년을 해도 좋은 작가는 되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에 맞는 소재를 찾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늘 새로운 소재만 찾아 헤매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자신만의 소재를 찾는 시도와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번 추천출사지인 강화도는 강하게 눈을 이끄는 그런 소재는 없지만 자신만의 소재와 주제의식 그리고 느낌을 찾는데 분명 도움을 주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