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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영험(靈驗)하기로는 우리나라 1등! ‘팔공산 갓바위 불상’

2007-01-09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입시, 이 달에는 시험을 앞 둔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또한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염원과 정성을 담아볼 수 있는 출사지를 소개할까 한다. 영험하기로는 한국 제일이라는 ‘팔공산 갓바위’ 로 떠나보자.

글, 사진 | 유호종

수천 명 기도객들 매일 줄지어 참배

팔공산 갓바위 부처는 이적을 행한다는 수많은 조상 가운데서도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기도처다. 갓바위 부처는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만큼은 꼭 들어준다고 한다. 이런 갓바위 부처의 영험함을 믿고 대구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하루에 이천명에서 오천명이 이 갓바위 부처를 찾는다고 하며, 수만 명이 몰려오는 날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한다는 정객(政客)이나 기업가 치고 한번쯤 이 갓바위를 찾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고 한다.
갓바위 부처(관봉석조여래좌상, 보물 제 431호)는 대구의 진산인 팔공산(1,193m) 남동릉 허리께에 솟은 갓바위(850m) 정상에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의현대사가 조성했다고 전해지며, 산정의 암봉을 그대로 만들어 불상과 좌대가 한 덩어리로 붙어 있다. 대개의 영험하다는 부처상과 마찬가지로 왼손 바닥에 작은 약호를 받쳐 든 약사여래불이다.
불상 앞에는 기도객들을 위해 가파른 절벽에 기둥을 세우고 슬래브를 쳐서 가로 세로 각각 50m쯤 되는 널찍한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이 기도터가 마련되기 전에는 바로 앞의 공간에서 서로 기도들을 올리느라고 자리 다툼이 심했다고 한다. 일출 전 새벽 산 정상은 차가운 산바람 대문에 몸이 움츠려지는데도 불구하고 불상 앞에는 열댓 명의 아낙이 경건히 않아 거듭 절을 하고 있다.

갓바위 부처는 음력 초에 가장 영험(靈驗)하다고 한다. 때문에 한 달 주기로 보면 음력 초하루부터 초 엿세 까지가, 일 년을 두고 보면 입시 때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다. 한국의 입시철인 11월에는 날을 가릴 것 없이 입시 당일까지 갓바위로 오르는 길이란 길은 완전히 인파로 뒤덮히고 만다. 매운 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사열 종대로 행군하듯 서로 어깨를 맞대고, 이 땅의 어머니들은 갓바위 부처로 이어진 가파른 돌 계단길을 오르는 걸음마다 ‘우리 아들 딸 시험에 붙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오르는 것이다. 앞지르기는 고사하고 그 자리에 꼼짝달싹 못 하고 서 있어야 하는 때가 태반, 평소 1시간이면 오르는 갓바위 길이 2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다. 그래도 이 땅의 어머니들은 부정 탈세라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찬 산 바람 기운을 견뎌낸다.
산 정상에 올라와 몇 시간 동안 기도객들의 유형을 관찰해 보니 능력껏 준비해 온 시줏돈을 불전함에 넣고 가는 이들과 차가운 돌바닥에 방석 조각 하나에 의지하여 정성스럽게 기도하는 이들은 대략 반반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불전함을 다녀간 기도객들의 수로만 어림잡아 보아도 갓바위 부처상에 바치는 불전의 액수는 적지 않을 듯 싶다. 명확한 액수야 알 길이 없지만 이들 갓바위 기도객이 놓고 가는 불전은 전국 불교 시설 중 가장 많다고 한다.

갓바위 불상 동쪽 옆에는 각종 ‘기도 주문’으로 적힌 팻말들이 자기들끼리 자리싸움을 하며 북세통이다. 삼칠일 기도, 칠성 기도, 승진 기도, 대입, 취업 기도, 병고액난 소멸 기도 등 기도의 내용도 가지가지다. 기도 접수처 안 보살님께 “팻말에 적힌 내용대로 모두들 정한 기간 동안 여기에 머물며 기도를 올리는 것이냐”고 묻자, “그게 아니라 시줏돈을 내고 가면 스님이 대신 기도를 해주는 것” 이라고 대답한다. 불자들이 힘들게 지고 올라와 갓바위 부처 앞에 정성스럽게 바치는 공양미는 선본사로 일일이 지어 내리기가 힘들어지자, 산 중턱 곳곳을 인위적으로 깎아 모노레일을 만들어 운반하고 있었다.
진정 갓바위 부처에 신령이 깃들어 있다면, 누구 딸을 붙여주고 누구 아들을 떨어뜨려야 할지 적잖이 고민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신령께서 선별하는 기준은 불전(佛錢)의 액수일까? 아니면 정성의 깊이일까? 그런 고민 때문이신지 갓바위 부처님의 용안(容顔)이 그리 편해 보이지 않는다.

갓바위 촬영 포인트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그것도 산 정상의 한 낮에는 드라마틱한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선 내 몸이 부지런해야 하는 법. 갓바위 부처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는 해를 받아 부처가 붉게 빛나는 오전 시간이 가장 좋다. 따라서 일출 전 새벽 일찍 산에 오르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오후에 올랐다면 해질 무렵을 기다리는 것도 현명하다. 기도객들이 정성 들여 기도하는 전체적인 모습을 담으려면 기도에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가간 후, 광각렌즈를 사용해 자세를 낮춰 로우 앵글로 촬영하면 기도하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더욱 역동적으로 표현된다. 또한 해를 등진 순광보다는 역광으로 기도객들의 모습을 실루엣으로 담으면 더욱 더 드라마틱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기도객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힘들다면 망원렌즈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망원렌즈로 담을 때는 전체 모습을 다 담으려고 하지 말고 염원을 상징하는 염주나 얼굴에 맺힌 땀, 기도하는 손과 같이 부분을 크로즈업 해서 프레이밍을 하는 것이 좋다.
그밖에 불전에 시주하는 모습이나, 초와 향을 피우는 모습, 불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그리고 갓바위 불상 옆 널직한 바위벽에 합격을 기원하며 100원짜리 동전을 붙이는 모습도 흥미롭고 개성있게 담아낼 수 있다. 새벽 일출 전에 산을 오른다면 대구 팔공산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에서 오르는 것 보다 하양~와촌으로 오르는 선본사 길을 추천한다. 선본사 길로 오르면 등산로 중턱즘에 용왕각과 마주하고 선 식당이 있는데 이곳을 베이스 캠프로 삼으면 된다. 식당에서 무료 공양도 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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