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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산영회(山影會)

2010-03-15

장엄하게 펼쳐진 산 능선을 따라 새하얀 구름이 깔린다. 금방이라도 새하얀 옷을 입은 신선들이 구름 위로 솟아오를 태세다. 서서히 눈앞에 펼쳐지는 혼자보기 아까운 산의 아름다움, '캬아~ 장관이다! 도저히 찍지 않고선 못 배기겠다!' 그래서인가, 이들의 사진 속에는 잠깐 동안 자연이 선물한 산의 웅대함과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산과 함께 하는 산악사진이 좋아 주말이면 평소보다 몸을 더 혹사(?)하는 사람들, 주말의 휴식을 반납하고 금요일 퇴근 무렵만 되면 등반 준비로 중무장하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 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휴식의 참맛을 아는 사람들, 산영회(山影會, www.sansajin.com). 산에 사진을 더했다. 그래서 더 즐겁다. 사시사철 쉼 없이 쏟아내는 폭발적인 산의 정기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이들의 에너지는 주말 방구들장을 전세 낸 직장인들을 흔들어 깨우기 충분하다.


산영회(山影會)는 한자의 뜻과 같이 산이 만들어낸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산악사진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지난 20여 년동안 산악사진만 고집해왔으며, 땀이 뻘뻘 나는 한여름의 불볕더위에도, 눈폭탄이 터지고 칼바람이 불어오는 혹한기에도 주말이면 망설임 없이 우리나라의 명산을 오르고 있다. 1989년 3월 동아문화센터 산악사진 강좌 회원 15명과 한낙영 명예회장이 '동아산악사진연구회'를 창립한 것이 모태가 되어, 1990년 6월 임시총회에서 그 명칭을 산영회로 개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랜 20여 년의 역사와 선배의 노력과 정성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산에 대한 정보와 촬영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는 점이 이 동호회의 강점이다. 드넓은 산하에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고 산행을 즐기며 산악사진을 담아오고 있는 이들은 500회가 넘는 공식 산행과 1990년부터 14회가 넘는 꾸준한 작품 전시회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산에 대한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현재 산영회 회원은 75세부터 30세 중반까지, 대학교수, 초·중·고등학교 선생, 공익재단 이사장, 공무원, 사업가, 자영업, 사진전문업 종사자, 직장인, 주부 등 나이와 직업이 매우 다양하며, 서로 이해하고 아끼면서 산행과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산행은 계절과 장소, 일기에 따라 적절한 대비 없이 자칫 잘못 하면 생명을 잃을 정도로 위태로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회원들의 단합과 친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중시하며 서로 따뜻하게 먼저 챙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 2010년 1월까지 산영회 홈페이지에 가입한 회원은 약 260명이며 이중 정회원은 68명인데, 회원가입은 산영회에서 주최하는 정기산행에 1년 동안 5회 이상 참석하여야 회칙과 이사회의 자격 심의를 거쳐서 진행된다. 일반적인 동호회처럼 몸집만 큰 동호회보다는 내실 있는 동호회를 만들자는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전통으로 산영회 활동과 산악사진 활동에 대한 공감대와 서로 간에 더욱 깊은 유대감과 신뢰감을 형성시키고 있다. 산영회는 매월 둘째주 토요일 무박 2일로 정기산행을 진행하고 비정기적으로 여건이 맞는 회원들이 모여 번개산행과 매년 여름에 5박6일로 시행하는 장기산행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산행과 정기산행, 번개산행 일정은 항상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지하므로 누구나 산행에 참석할 수 있으며, 매월 셋째주 목요일에는 정기산행에서 회원들이 촬영한 필름사진과 디지털 사진 품평회를 열어 참석한 회원들의 평가에 의하여 우수작품을 선정하고 그에 대해 시상을 하고 있다. 전문가를 초빙하여 사진과 산행에 관한 특강을 실시하여 회원들의 정보공유를 도모하기도 한다.



산영회는 봄철에는 우리나라 남쪽에 있는 산부터 시작하여 중부지방의 산까지 신록과 운해, 꽃을 겸비한 산의 풍광을 촬영하고, 가을철에는 설악산부터 시작하여 남부지방의 산까지 단풍과 운해를 포함한 풍광, 겨울철에는 상고대를 포함한 설경과 운해를 주로 촬영한다. 통상 당일 산악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세트와 렌즈, 등산용 의류, 식사 등을 포함하여 배낭의 무게는 약 15~20kg이 되며, 2박3일이나 4박5일 등의 산행을 위해서는 그동안의 식품과 식수, 의류 등을 포함하여 약 30~40kg이 되기에, 전문적인 등반수준과 사진기술을 갖춰야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장비들을 메고 다닐 수 있는 체력 또한 필수다. 산악사진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지만, 마음처럼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산영회 신현수 회장은 설명한다. "이른 새벽의 여명부터 일출, 일출 후에 이르기까지 자연이 제공하는 변화무쌍한 조화, 같은 장소라도 계절과 일기에 따라 매번 변하는 풍경을 기록하다 보면 아침 식사를 거르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예요. 30~40kg를 들고 3~4시간을 산행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면서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자연의 오묘한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산영회가 추구하는 산악사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원 중 60세 이상인 분이 25명 정도 되는데, 산행을 하다보면 다른 산악인들이 우리 회원들과 대화하다 배낭의 크기와 무게에 한번 놀라고, 환갑을 넘긴 회원들이 큰 배낭을 메고 산을 날라 다니는 것에 다시 놀라고, 환갑을 넘긴 회원들이 40대 중반 정도의 동안으로 보인다며 또 놀라는 경우를 왕왕 봐왔습니다. 주민등록증을 보여줘도 회원들의 나이를 믿으려고 하지 않더라고요."



"산악사진을 촬영하면서 제일 힘든 계절은 뭐니뭐니해도 겨울이죠. 영하 20도 이상 기온에서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면서 여명부터 일출을 기다리다 보면 체감온도는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져 버립니다. 방한복과 장비를 착용하였다 하더라도 2~3시간을 한자리에 서서 촬영한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래서 산악사진을 즐기는 동호인들은 일반인보다 체력이 강해야하고 더불어 어려운 기상조건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기기 위해 의지 또한 일반인보다 더 강해야합니다. 겨울 새벽에 기계식 카메라의 셔터가 얼어서 사진을 찍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기상조건이 나쁜 경우도 많아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죠. 산은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쉽게 기록하는 것을 잘 허락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신현수 회장의 말처럼, 이러한 고생이 있기에 자연이 허락한 아름다운 산의 풍경을 우리가 쉽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건지 모른다.


산영회의 홈페이지에서 회원들이 촬영한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치솟은 바위조차 풍광 속에 녹아들어 조화를 이루는 산, 끝없이 중첩된 야트막한 산, 고사목과 운무 저편에 꿈결처럼 펼쳐지는 산, 바로 우리에게 정서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익숙하고도 아름다운 우리의 산들이다. 이렇게 산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것 이외에도 산영회는 회칙과 같이 철저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다. 끊임없이 산에 오르고 남다른 애정으로 접근하지만, 바로 '떠날 때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이 연출하는 변화를 사진으로 표현하다보니, 매년 같은 장소를 산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촬영한 원고를 정리하면서 많이 느끼는 것인데, 몇 년 안 되는 기간에 같은 장소임에도 몰라보게 자연이 훼손되어 있음을 사진을 통해 금방 알아차리게 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훼손되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예요. 그래서 회원들은 산행하면서 항상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사람들에 의하여 자연이 훼손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산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없다.'는 말처럼 사진을 찍으며 작은 것 하나부터 실천하는 모습은 많은 사진애호가에게 본보기가 되는 부분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산악의 아름다움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선택한 산영회 회원들의 사진 속에는 산을 오를 때의 가쁜 숨만큼이나 벅찬 감동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러한 감동을 전하기 위해, 앞으로도 산영회는 혼자보기 아까운 우리 산의 비경을 끊임없이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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