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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알아갈수록 점점 즐거워지는 노래

2011-08-05


인터뷰를 준비하다보니, 그가 야브야지드라는 이름으로 앨범 ‘Salon De Piano'를 공개했던 작년 봄이 생각났다. 따스하고 여유롭던 일요일 오후, 그러나 화사한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고독’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했던 날이다. 이런저런 CD를 듣다 그의 앨범을 꺼내들었다. 고독을 머금은 피아노가 흐르고 심장박동 같은 리듬이 더해진다. ‘꽃이 떨어진 오후’라는 곡이 흐르는 순간, 이유모를 짜릿함이 전달된다. 감성충전에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내 감성을 적중시킨 음악이었다.

글, 인터뷰 | VMSPACE 윤태호 에디터
사진제공 | 제이콥 뮤직


그에겐 참으로 많은 경력과 이름이 있다. 프로듀서와 DJ, 피아니스트, 싱어송라이터, 사업가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으며 배철호, DJ Bay, 야브야지드란 이름을 알렸고, 이제 Cheoro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번 인터뷰 역시 싱어송라이터 Cheoro와의 만남이다. 굉장히 바쁜 1년을 보낸 그에게서 꾸밈없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적어도 ‘됐다’라는 느낌을 스스로에게 주는 작품은 기본

Q. 작년에 이어 올해도 봄과 함께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지난 1년간 어떻게 지냈는가?
A.
지난 1년간은 개인적으로는 정말 격동의 시기였고, 스스로 변화와 발전을 따라가기 힘들 만큼 변화가 있었다. 학원을 운영하고 파티도 진행했으며 제이콥 뮤직에서 나온 피노다인 앨범과 관련된 일들까지, 굉장히 짧은 시간에 앨범도 작업해야 했고 곡 쓰는 패턴에도 변화가 많았다. 보통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뭔가를 빨리 습득하는 편인데도 변화를 따라가기 아슬아슬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또한 모든 면에서 과거의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Q. 개인적으로는 CD를 많이 들었지만, 야브야지드의 앨범은 유독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였다. Cheoro의 ‘One Of A Kind'는 미니 앨범이다. 계속해서 미니 앨범과 디지털 싱글을 발표할 예정인가? 정규 1집은 언제쯤 공개할 예정인지도 궁금하다.
A.
사실 마음만 먹으면 한 달에 싱글 두 개를 발표할 수도 있다. 작업시스템 상으로는 이미 속도에 관한 문제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좋다’라는 느낌은 아니더라도, ‘됐다’라는 느낌을 스스로에게 주는 작품을 만들려면 1년에 1~2개가 될까 말까다. 프로 음악인이라는 자각이 들면 들수록 작업의 완성도를 그만큼 신경 쓰게 되는 것이다. 싱글이든 미니앨범이든 하나의 타이틀을 가지고 나오는 곡은 적어도 ‘됐다’라는 마음이 드는 경우에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략 1년에 한 개 혹은 두 개의 타이틀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규 1집은 아마 2년은 걸릴 것 같다.

Q. 감수성이 예민하면서도 촉촉하다고 느꼈다. 특정 장르로 정의하기 힘든 음악들의 영감은 어디서 떠오르는가?
A.
나는 기본적으로 어떤 장르의 ‘적자’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의 성격도 딱 한 가지에 얽매여서 무엇을 하자라는 타입도 아니고, 자라오면서 정말로 수많은 뮤지션들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 스펙트럼도 장르는 물론이고 인종을 가리지 않았다. 훌륭한 음악인들이 모두 스승이고 친구였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작업들은 특정 의도를 가지고 있기보다는 나에게서 흘러나오는 그대로를 표현해보자며 만든 곡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의 혼종이라 표현해주시는 분도 있었고 때로는 어설픈 면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복잡하거나 하나로 잡히지 않는 특성을 보이는 것이다. 모던 록일 때는 런더너(Londoner)였다가 하우스일 때는 다이칸야마(Daikanyama) 한복판에 있는 기분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경험, 신분잡기, 그리고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의 특별한 일부분을 약간은 과장해서 표현하는 게 일반적인 음악쓰기의 정서적 소재다. 다만 실제로 작업을 하면서는 그 소재가 일정정도이상의 감정 과잉으로 치닫지 않게 하려고 조심한다.

Q. 작년 5월, 야브야지드의 첫 공연이 있었다. 서정과 열정이 공존했고, 조금은 떨려 보이기도 했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팬들이 함께했는데, 올해도 특별한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올해는 가을까지 활동하고는 오랜 공백을 가질 예정이기 때문에, 그전까지 한 번의 콘서트를 더 하지 않을까 하는 중이다. 다만 지난 첫 콘서트가 다소 문화적인 행사로서의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로(Raw)한, 날것의 느낌으로 가고 싶어서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밴드와 함께 연습하고 있고, 지난 밴드가 전부 재즈뮤지션으로 이루어졌던 반면 이번에는 좀 더 젊고 활력 있는 친구들과 준비하고 있다.


알아갈수록 점점 즐거워지는 ‘노래’

Q. 새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야브야지드가 아닌 Cheoro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야브야지드라는 이름은 며칠을 고생하면서 확정지은 이름이었지만, 결국은 DJ BAY라는 이름의 경계에 있었다. 또한 ‘피아노’라는 소재에 다소 집착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름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웃음) 앞서 얘기했듯이, 나는 어떤 장르에 집착하는 사람도 아니고 작사, 작곡도 하지만 디제이이면서 기획자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동안 이 모든 게 나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결국 이를 아우를 이름은 야브야지드가 아니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다만 적당한 대체 네이밍이 없었을 뿐이다. 이번 미니앨범을 준비하면서 사무실 식구들과 회의를 하던 중에, 본명을 사용해보면 어떨까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모든 고민은 사르르 녹게 되었다.

Q. 타이틀곡 ‘자격이 없어’는 애틋하면서도 편안한 발라드다. '당신‘이라는 곡도 좋은 반응이 예상된다. 예전에 비해 훨씬 편안하게 노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앞으로 보컬에 더 중점을 둘 계획인가?
A.
어렸을 때 나는, 내가 노래를 굉장히 잘하는 줄 알았다.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밴드를 하게 됐고, 록 보컬리스트로 상당한 노력을 해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의 보컬을 막상 직접 녹음하려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준비가 부족했는지를 깨닫고는 좌절했다. 다만, 약점으로 인해 내 음악에 부끄러운 부분이 생기느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훌륭하지는 않지만,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또한 노래를 하면서 점점 더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배우면서 알게 되는 조금의 지식이 너무 뿌듯한 꼬마들처럼, 나는 노래할 때가 즐거운 것 같다.

Q. ‘보증금’이라는 노래는 굉장히 독특하고 완성도도 높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노랫말인데, 어떻게 완성된 곡인지 궁금하다.
A.
애초에 그 곡을 만들 때는, 미디(Midi)를 이용해 재즈나 라틴의 드럼을 얼마만큼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콘셉트로 작업을 했다. 곡도 마이너로 진지하고 스페인 민요 같은 느낌도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우리가 아는 수많은 ‘우울한’ 명곡들이 얼마나 황당하고 때로는 웃긴 내용의 가사였는지 알아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그러한 가사들은 해학적이나마 생활의 무게를 지고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구리다’는 평가를 듣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흥얼거리게 하는 힘을 유지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가사라고 생각하고 썼지만, 막상 쓰고 나니 현실로 겪게 되면 끔찍할 것 같아 연주를 하면서는 진지해지는 그런 노래다.

Q. 15살부터 밴드를 시작한 Rock Kid였다는 기사를 봤다. 여름은 록페스티벌의 계절인데, 뜨거운 야외무대에서 공연한다면 특별히 연주하고 싶은 곡이 있는가? 다시 밴드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도 궁금하다.
A.
아, 밴드와 록은 꼭 다시 해보고 싶다. 특히 LA메탈은 한곡이라도 만들어보고 싶다. 만약에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스키드 로우(Skid Row)나 미스터 빅(Mr. Big) 혹은 테슬라(Tesla)의 곡을 연주하고 싶다! 숨겨둔 1980년대 록 보컬리스트들에 대한 오마주를 마음껏 보여주고 싶다.


공간은 끊임없이 인간과 소통

Q. VMSPACE는 주로 건축과 문화를 다룬다. 건축을 전공한 뮤지션들도 제법 많고, 음악을 좋아하는 건축가들도 많다. Cheoro도 건축과 도시에 관심이 많은지 궁금하다.
A.
건축은 문외한이지만, 도시에 대해서는 종종 생각한다. 특히 아시아의 여러 도시들을 가볼 때마다, 길 하나하나와 행정구획들이 적어도 수백년의 역사를 가지고 고고히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특히 일본의 도시들이 그러한데,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경제적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이 정작 도시의 건물들은 화려한데 비해 18~9세기에 조성되었을 법한 좁은 길들과, 지하철도 아닌 ‘전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동한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사람들이 당장이라도 도시를 새로 만들어낼 기술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에는 역사적인 무게와 경제적 한계를 거스르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우리가 얼마나 ‘스스로 잘났다는 착각’속에 사는지 새로운 도시에 갈 때마다 자문하게 한다.

Q. 뮤지션들은 음악 작업과 공연을 통해 공간(SPACE)의 중요성을 많이들 인식하는 것 같다. Cheoro가 생각하는 공간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
A.
음악인에게, 나아가서 예술가에게 ‘공간’이란 자신이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혹은 증명해주는) 척도인 것 같다. 공간은 단순히 벽으로 가려진 모양과 크기로도 그렇지만, 어떠한 물건들이 어디에 놓여있는지도 중요하고, 조명은 어떤지, 어떠한 색조를 가지고 있는지도 공간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들인 것 같다. 이것은 패션과도 다른데, 패션이 다소 순간적이고 그를 보는 다수에 대해 말을 거는 방식으로 어필한다면, 공간은 단 한사람을 위해서도, 혹은 대중을 위해서도 패션보다 훨씬 오랫동안, 때로는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끊임없이 인간과 소통한다. 따라서 훨씬 더 간단하고, 보다 더 실용적인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대상이다. 음악인으로서 나의 공간은 실용적이면서도 편안하게, 휴식과 창의성을 동시에 제공해 주어야 한다. 내가 어떤 음악을 하던 간에 나를 지지해주고 가장 편안하면서도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도록. 덧붙여, 내가 주로 사용하는 공간은 그런 의미에서, 내가 얼마나 게으름이 많은 인간인지를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하하.


제대로 된 ‘미디엄’을 찾을 계획

Q. 25살에 'When I'm Sixty Four'를 노래했던 비틀즈(The Beatles)의 폴 맥카트니(Paul McCartney)도 어느덧 69세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20대 청년 같은 음악을 만들어낸다. Cheoro는 약 30년 후에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까?
A.
음악적으로는 꼭 해보고 싶은 롤 모델이 다양한데, 대표적인 사람들이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그리고 존 레전드(John Legend)이다. 30년 후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까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롤 모델들의 스타일에 내가 가진 것을 더한 많은 작업들을 하고 나면, 아마 30년쯤 지나가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 나이에 나는 청년 같은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어쩌면 ‘청년들이 되고 싶어 하는 아저씨’나 혹은 ‘청년들이 믿을 수 있는 아저씨’가 되어있고 싶다. 물론 음악을 통해서 말이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A.
최근에 사실 음악에 대한 많은 회의를 가진 시간이 있었다.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부터, 과연 계속 음악을 해야 되는가에 대한 고민까지 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올 가을부터 꽤 긴 공백을 가질 예정이고, 그 동안 내가 가진 음악을 더 다듬고 가공해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면서도 흔히 말하는 ‘음악성’이라는 부분을 함께 가지고 가는 음악을 하고 싶다. 사실 음악성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는 아직 모르겠다. 실재(實在)하고 있는 개념인지도 모르겠고.

여전히 이 세계는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의 이야기처럼 ‘미디엄(medium, 매체)이 곧 메시지’인 시대를 보내고 있으며, 이는 좀 더 공고화 되어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약 2년간의 시간 동안 얻어온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다만 기술적으로 더 잘하기 위한 노력에만 치중해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미디엄’을 찾아내기까지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물론 그 이후에는 계속해서 음악에 매진할 생각이다. 이 소통방식은 공연이 될 수도 음반이 될 수도 있다. 수준 높은 질문을 해준 VMSPACE에게 감사하고, 인터뷰를 통해 나도 좀 더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어 즐거웠다.


Cheoro 블로그 http://blog.naver.com/djbay
트위터 @yabyaj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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