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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즐거웠던 브라질 생활, 사랑하는 과정의 일부인 ‘음악'

2011-08-24


그녀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달콤하고 향긋한 차 한 잔을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매력적인 목소리가 빛난 그 앨범은 작년에 공개된 보싸다방의 첫 EP ‘찾아가기’였다. 4곡을 수록한 앨범은 꽤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그녀는 홀연히 브라질로 떠났다. 아쉽게도 보싸다방은 휴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머나먼 브라질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녀는 보사노바 1세대 뮤지션들을 만났는데, 특히 호베르토 메네스칼(Roberto Menescal)은 보사노바의 대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과 함께 보사노바 전성기를 주도한 거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는 ‘보싸다방’ 활동에 마침표를 찍고 곧 공개될 정규 앨범과 함께 우리를 놀라게 할 그녀, ‘나희경의 이야기’다. 일본이나 미국도 아닌, 브라질에서 활동하는 국내 뮤지션의 선례를 찾아볼 수 없었기에 그녀에게서 들은 브라질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웠다.

글, 인터뷰 | 윤태호

브라질에서 경험한 작은 기적 같은 만남들

Q.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반갑습니다. 날씨가 굉장히 더워졌는데,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A. 저도 반갑습니다. 뜨거운 햇살을 좋아하는지라, 점점 더워지는 요즘 더 건강해진 기분이 드네요. 해변이 가깝게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Q. 보싸다방의 싱글 앨범 ‘여행의 시작’이 얼마 전에 발매됐습니다. 'Um Amor'는 참 근사한 노래였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한국어 가사가 더해져 깜짝 놀랐습니다. 약간의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것은 한국 팬들을 위한 선물인가요?
A. 감사합니다. 보사노바와 한국어 가사의 조합은 보싸다방을 만들면서부터 꿈꿔왔던 일입니다. 그 초기의 목적을 ‘Um Amor’를 통해 한 발짝 이루었다고 생각해서, 보싸다방을 들어오셨던 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본명으로의 활동을 앞두고서도 보싸다방의 이름으로 이번 싱글을 발매하게 된 이유입니다.

Q. 함께 수록된 ‘Aqua de Beber’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 노래들에 비해 더 화려하고 재지한 느낌이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곡들을 많이 들려주실 생각인가요?
A. 정규 앨범에는 ‘Um Amor’부터 ‘Aqua de Beber’ 사이를 오가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가장 트레디셔널한 스타일의 보사노바부터 현시대의 브라질리언 재즈까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앨범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싸다방으로 저를 접한 분들께 조금 생소하게 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만, 음악적 경험을 넓히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Q. 이번 앨범에는 호베르토 메네스칼을 비롯한 보사노바 1세대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거장들과의 작업은 어떤 인연으로 시작되었나요? 어떤 음악적 교감이 있었는지, 재밌는 일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평소와 어김없이 밤을 지새우고 한낮까지 잠을 자고 있었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제 CD를 들은 메네스칼이 수소문 끝에 연락을 해 온 것입니다. 그로부터 우리는 만남을 갖고, 녹음을 해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도 현실감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 Vinicius Bar에서 노래를 시작하며 많은 연주자들과 만나게 되었는데, 제가 아무 연고 없이 혼자 브라질에 갔었기 때문에, 모든 만남이 기대치 않은 작은 기적들과 같았습니다. 시시각각 가슴이 뛰었습니다. 연애할 때처럼.


마음가짐을 반영한 타이틀 ‘찾아가기’와 ‘여행의 시작’

Q. ‘찾아가기’와 ‘여행의 시작’이란 타이틀은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것 같은데요.
A. 제 타이틀들은 마음가짐의 반영입니다. ‘찾아가기’를 발매했을 당시, 저는 한 문장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활동 없이 떠난다는 것을 염려해주셨지만, 스스로 내건 다짐 ‘찾아가기’를 실현하고 싶었습니다. 후련한 마음으로 출국길에 올랐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그 다음 마음가짐입니다. 보싸다방 활동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저로서는 새로운 문장을 쓰게 하는 시작점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늘 그렇듯, 끝과 시작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지요.

Q. 나희경이 아닌 보싸다방으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보싸다방 활동에 마침표를 찍는다고 들었습니다. 이후 나희경으로 활동하는 것은 보싸다방의 연장선인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건지 알려주세요.
A. 연장선상이기도 하고, 새로운 시작이기도 합니다. 다만 본명 활동으로 인해 앞으로는 보사노바를 넘어선 다양한 시도에 있어 더 자유로워질 것 같습니다.

Q. 올 여름 장마는 유독 길고 거칠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비오는 날에 듣는 나희경의 음악은 평소보다 더 아름답고 운치 있었습니다. 비오는 날을 좋아하시나요? 음악을 만들고 또 음악을 감상할 때, 날씨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요?
A. 덥지 않은 여름밤, 심장 뛰는 봄, 새벽녘을 좋아합니다. 비가 오는 날 기차를 타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러나 작업에 있어선 날씨와 계절의 영향은 덜한 듯 합니다. 아침인지 새벽인지 알 수 없는 고립된 곳에서 주로 작업하거든요.

Q. 국내에서 한창 바쁘게 활동할 시기에 브라질로 떠난 것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마치 긴 여행을 떠난 느낌이었죠. 여행을 결심했던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첫 음반을 제작하면서 계속되는 갈증을 느꼈습니다. 올리브오일 파스타를 만들어야 하는데 식용유를 붓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안되겠다, 최소한 올리브 오일을 먹어는 봐야겠다 싶었죠. 어서 음반을 만들어서 이걸 들고 날아가야지 하는 상상을 계속했습니다. 음반이 나오고선 바로 티켓을 끊었습니다.

Q. 브라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축구’와 ‘삼바 리듬’입니다. 굉장히 정열적인 나라로 알려진 그곳에서 어떻게 지내셨나요? 음식과 문화, 여러모로 낯선 환경들에 쉽게 적응이 되던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구름이 예쁠 때마다 이파네마 해안가에서 뒹굴 거리며 책을 봤습니다. 느긋하게 낮 시간을 보내다 밤이 되면 삼바 파티에 갔죠. 음식도 너무 잘 맞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별명은 코리오까였구요. 까리오까(히우 주민들)와 코리언의 합성어죠. 베스트 프렌드도 생겨서 인생 상담, 연애 상담을 많이 나누었는데, 삶을 고찰하는 이야기들은 세계 어디나 다 마찬가지라 느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집이었습니다. 까바끼뇨 연주자와 화가인 노부부가 사는 아파트에서 하숙을 했는데, 주말 밤마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모여 노래하고 연주하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Q. 개인적으로 브라질하면 최근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거장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와 굉장히 거칠었던 메탈 밴드 세풀투라(Sepultura)의 이름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브라질의 대중음악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다양하다고 들었는데, 그곳에서 주로 어떤 음악들을 접하셨나요?
A. 그 곳의 음악은 무척 다양하고, 현재 진행형입니다. 젊은이들은 록음악과 삼바를 좋아하고, 보사노바나 쇼류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남녀노소 좋아하는 브라질의 대중음악 MPB는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무드가 정말로 잘 어우러져 있어 매력적입니다. 저의 경우 보사노바와 쇼링요, 브라질리언 재즈에 호기심이 더 쏠렸었지만 MPB 공연도 곧잘 갔었습니다. 카니발 시즌 때에는 오직 삼바에만 빠져있었고요.

트위터 질문 (DM 주신 분들의 ID는 비공개)

Q. 프로필을 보니 심리학을 전공하셨다고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럼 음악공부는 언제 하신건가요?
A. 딱히 이론 공부를 제대로 하진 못했지만, 초등학생 시절부터 작곡을 해 왔습니다. 당시 작은 서점에서 ‘컴뮤지션’이라는 잡지 인터뷰를 읽은 이후 미디에 빠져들었는데, 초등학교 졸업앨범에 장래희망을 ‘컴뮤지션’이라고 적는 민망한 짓을 하기도 했습니다. 중학생 때 퓨전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고, 대학 입학 전까지 5년 동안 밴드활동을 했습니다. 그땐 드러머였고 기타는 서브로 연주했어요. 심리학은 음악지각인지심리학을 공부하려고 시작했습니다. 국내 유일한 관련 학회 KSMPC 회장님이 제 모교에 계셨거든요. 재학 중에도 밴드는 계속했습니다. 음악전공을 하지 않아서 조금 돌아온 감은 있지만, 심리학을 공부하는 내내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더 값진 걸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아,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Q. 트위터를 보니 거주지가 Korea, Brasil로 되어 있으신데, 브라질은 얼마나 자주 가시나요? (@haegeun96)
A. 제 희망사항을 적어두었는데 거기에 주목하시다니. (웃음) 앞으로 자주 오갈 계획입니다. 추운 걸 싫어해서, 한국이 따뜻할 때 한국에 머물고 브라질이 따뜻할 때 브라질에 머물고 싶어요. 두 나라가 지구 정 반대편에 위치한다는 건 제겐 참 행운이에요.

Q. 보싸다방의 음악은 평범한 가요 같지 않아서 좋았어요. 좋아하시는 한국 뮤지션은 누구인지 궁금해요.
A. 한국가요 많이 좋아해요. 끝이 없을까봐 나열은 않을게요. 좀 오랜 기간 좋아했던 분은 윤상 선배님이세요. 초등학생 때 봤던 잡지에 선배님 인터뷰가 있었는데, 월드뮤직과 전자음악에 대해 역설하셨던 인터뷰에 반했었어요. 또 힙합도 좋아해요.

나희경 트위터 @naheekyung

최고의 세션들이 참여한 새 앨범과 해외 투어, 비밀 프로젝트를 준비 중

Q. 올 가을에 정규 앨범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앨범이 궁금한 것은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앞서 비슷한 질문을 드렸지만, 어떤 앨범이며 누가 참여했는지 살짝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오리지널 보사노바의 송북 형태입니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바덴 포웰(Baden Powell), 비니키우스 데 모라에스(Vinicius de Moraes) 등 거장들의 곡들이 리메이크되어 있습니다. ‘Um Amor’를 선물해준 호베르토 메네스칼을 비롯해 아드리아누 지포니(Adriano Giffoni), 세자르 마차도(Cesar Machado), 미자엘 다 호라(Misael da Hora), 마르셀로 나미(Marcelo Nami) 등 브라질 최고의 세션 분들이 직접 음반에 참여해 주셨지요. 편곡부터 마스터링까지의 모든 작업이 브라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특이점은 제가 지금 열중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성패에 달려 있습니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기존의 송북들보다 특별한 점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직 비밀.

Q. 해외활동을 비롯한 앞으로의 계획들이 궁금합니다.
A. 우선 12월부터 Vinicius Bar에서 정기 공연을 갖고, 브라질의 리오, 상파울로 등 여러 도시에서 공연을 갖습니다. 일종의 투어 형식으로요. 그러나 모든 계획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변동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라질 활동이 본격화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었지만, 구체적인 것은 미지수입니다. 개척자 또한 없기에 선례를 찾아 예견을 해 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여행 같은 것이지요. 모르는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가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희경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랑’입니다. 가족간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신과의 사랑 등... 진부하게 들릴까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제게 행복감을 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음악 작업 또한 제게는 사랑하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혼자 한 작업은 사랑에의 갈구이고, 같이 한 작업은 함께하는 이와 미래의 청자를 사랑함으로써 완성되었습니다. 왠지 고백해야 할 것 같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매우 섬세합니다. 저는 그녀가 가진 목소리를 무척 좋아합니다. ‘삶’이 우리를 함께하게 만들었습니다. - 호베르토 메네스칼 (작곡가, 기타리스트)

그녀는 굉장히 특별한 그녀만의 방식으로 노래를 합니다. 저는 제 평생을 이 뮤지션과 함께 작업하고 싶습니다. '희경'에게, 그리고 이런 훌륭한 뮤지션을 보내준 한국에 큰 인사를 전합니다. - 세자르 마차도 (프로듀서, 드러머)

나희경 팬클럽 http://club.cyworld.com/bossada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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