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9
개인적으로 영국 그룹 오아시스(Oasis)를 굉장히 좋아한다.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를 제외한 오아시스 멤버들로 구성된 비디 아이(Beady Eye)의 9월 3일 내한공연도 갈 예정이다. 갤러거 형제가 사랑하는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의 팬이고, 심지어 로베르토 만치니(Roberto Mancini) 감독의 머플러를 영국에서 구입한 기억도 있다. 어느덧 오아시스와 15년을 함께했지만, 그들이 지겨웠던 적은 없었다.
보컬 음색이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와 닮았고, 음악 스타일도 오아시스를 연상케 한다는 바이 바이 배드맨(Bye Bye Badman)이란 밴드가 한국에 있다. 이미 홍대 라이브 클럽과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그리고 지난 6월의 EBS 공감 ‘헬로루키’를 통해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 사실 개인적으로 제2의 존재 혹은 누구를 연상케 한다는 수식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오아시스를 언급하긴 했지만, 그와 무관하게 바이 바이 배드맨의 사운드는 매력적이다. 아직 그들의 공연을 보지 못했다면, 나처럼 음악을 들어보면 된다. 아쉽게도 앨범은 올해 1월에 공개된 EP가 전부다. 올해 상반기에 인터뷰를 했던 게이트 플라워즈(Gate Flowers)와 더불어 1집이 가장 기다려지는 밴드, 바이 바이 배드맨과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인터뷰 | 윤태호, 빅브라더, 이해근
글 | 윤태호 VMSPACE 에디터
Q.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밴드 바이 바이 배드맨입니다. 저희는 주로 홍대 라이브클럽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하며 활동하고 있고요, 드럼 정한솔, 베이스 이루리, 건반 고형석, 기타 곽민혁, 보컬 정봉길입니다. 반갑습니다!!!
Q. 올해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출연하셨는데, 공연은 즐거웠나요?
정한솔. 네. 정말로 다섯 명 모두가 신나있었고,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신없이 몰아쳤어요.
곽민혁. 손에 꼽을 만큼 신났던 공연이었던 것 같아요
Q.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의 곡에서 밴드명을 가져왔는데, 모든 멤버가 ‘Bye Bye Badman’이란 노래를 좋아했는지 궁금합니다.
고형석. 전 별로 안 좋아해요.
정봉길. 제가 처음에 좋아해서 바이 바이 배드맨으로 하자고 했어요. 당시 다른 멤버들은 스톤 로지스의 곡 제목이라는데 의의를 두기 보단 그냥 밴드이름으로 적격이라 생각했어요.
Q. 덕분에 저도 인터뷰에 앞서 오랜만에 스톤 로지스 앨범을 들었습니다. 재작년에 20주년 기념 에디션 CD를 산 기억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멤버 여러분 나이와 비슷하네요. 바이 바이 배드맨은 주로 어느 시대의 음악을 들으며 10대를 보내셨나요?
다같이. 각자 듣는 음악이 조금씩 달라서 모두 말씀 드리기는 힘드네요.
이루리. 공통적으로 들어왔던 음악은 역시 로큰롤!!!
곽민혁. 보통 영국음악이나 록의 교과서 같은 밴드들은 모두 좋아하는 편이에요.
바이 바이 배드맨 팬의 이야기 + 질문
"폰부스(Phonebooth)의 어쿠스틱 단독 공연 때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를 찾는데 없어서 앞에 계신 분에게 빌렸는데, 그 분이 바이 바이 배드맨 멤버였다. (웃음)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고 가끔 홍대에서 공연도 보며 본격적으로 바이 바이 배드맨을 알게 되었다. 바이 바이 배드맨에게는 단어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으니 직접 보고 들으며 느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만화를 그리는 청년, 빅브라더 @Brushtouch
빅브라더의 질문
Q. 제가 알기로는 작곡을 정봉길님과 고형석님 두 분이 주축을 이뤄 하신다고 들었어요. 곡의 뼈대를 봉길님이 만들면 형석님이 다듬어서 완성한다고 들었는데, 서로 자기가 작곡한다고 하셔서요. (웃음) 작곡자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듣고 싶네요. (웃음)
정봉길. 제가 코드와 멜로디, 송 폼을 대략적으로 들고 오면 다 같이 다듬는 편이에요. 제가 가지고 온 게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아예 손도 안대요. 곡을 쓰는 건 제가 하지만, 완성은 다 같이 해요.
고형석. 봉길이가 맛있는 고기를 들고 오면 저희가 같이 맛있게 요리하는 식이죠.
곽민혁. 각자 파트는 자기들이 알아서 만드는 편이에요.
이루리. 전 그냥 후추정도인가 봐요.
"벨벳스톤즈라는 밴드에서 노래하시던 형이 추천과 함께 바이 바이 배드맨 동영상 링크를 올려주셨는데, 그걸 보고 반했다. 그 뒤로 공연을 보러 다니고 팬클럽에도 가입했는데, 200번째 회원이라며 특별히 반겨주셨다. 에어컨을 사주시겠다며 장난치시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밴드가 되었다. 얼마 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스웨이드(Suede) 공연이 끝나고 오픈 스테이지에서 비틀즈(The Beatles) 트리뷰트 밴드 타틀즈가 공연하길래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바이 바이 배드맨이 옆에 있었다. 안경을 쓰고 있는데 비는 엄청나게 내려서 하나도 안보였는데, 기타리스트 곽민혁님 하고 어깨동무 하며 ‘Hey Jude’의 뒷부분을 같이 부른 게 기억에 남는다." – 밴드 초기부터 열렬한 팬인, 기타치는 10대 이해근 @haegeun96
이해근의 질문
Q. 처음 음악에 빠졌을 때 듣던 음악이랑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음악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정봉길. 너무 많아요. 정말로. 하고 싶은 건 아직도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신스팝, 블루스, 슈게이징, 정통 로큰롤 등등... 각자 취향이 다른 다섯 명이서 음악을 하다보니깐 특정 장르의 음악이기보다는 그냥 저희가 공통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곡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특정한 장르구분은 아직 못하겠어요.
Q.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2년 연속 출연하셨는데, 어쩌다 보니 지산에서 공연을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저를 위해 매년 페스티벌에 출연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건 농담입니다. (웃음) 클럽 공연과 록 페스티벌의 차이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정봉길. 클럽공연은 정말 즐기자는 마인드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요. 그리고 록페스티벌이나 큰 무대에선 즐기기 보단 뭔가를 보여주자는 마인드로 하는 것 같아요.
고형석. 지하에서의 공연과 지상에서의 공연정도일까요, 저는 언제나 한결 같은 마인드랍니다.
이루리. 저도 그런데 봉길이만 다른 마인드네요.
정한솔. 덥고 시원한 차이 정도일까요.
Q. 다들 고등학생 때 만나셨다고 들었는데, 서로 처음 만났을 때 각각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정봉길. 다들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었어요. 변한 사람이 한명 있는데 곽씨에요.
이루리. 저도 첫인상은 비슷했는데, 변한 사람은 아무래도 처음 봤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의 곽씨는 아마도 예전 곽씨의 도플갱어인 것 같아요.
고형석. 멤버 중에 곽씨가 하나있는데, 처음 봤을 때는 조금 재수 없었는데, 지금은 왠지 재수 없어요.
곽민혁. 응
Q. 곽민혁님께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도플갱어를 믿으시나요?
곽민혁. 저랑 닮은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정봉길. 닮기보단 그냥 흔한 얼굴이 아닐까요? 학교 다닐 때 한반에 한명씩 꼭 있는.
고형석. 있으면 기분 나쁠 것 같아요.
곽민혁. 결론은 안 믿어요.
Q. 정규앨범에는 지금까지 공연에서 한 번도 연주하지 않은 곡도 많이 수록되나요? 그리고 정규앨범은 도대체 언제 나올까요?
A. 비밀인데... 많다고 할 수 없지만 있습니다. 비밀병기라서 아직 공개하지 않았어요. 앨범은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곧?
앨범 작업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을 예정
Q. 저도 오아시스의 굉장한 팬입니다. 모든 정규 앨범과 싱글, DVD를 샀고 팬클럽에도 가입했어요. 바이 바이 배드맨이 좋아하는 오아시스 앨범, 그리고 좋아하는 곡은 무엇인지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봉길. 정말 다 좋아해요. 저 또한 집에 전집, 싱글이 다 있답니다. 전 아무래도 1집이 패기가 느껴져서 제일 좋아요. 한 곡 정하는 건 정말 고문이네요.
정한솔. 교주죠.
Q. 2011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공식 컴필레이션에 신곡 ‘Low’로 참여했습니다. 7분에 가까운 대곡이었고, 특히 키보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유롭고 폭발적인 이 멋진 곡은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루리. 처음엔 그냥 봉길이가 이런 거 하고 싶다면서 들고 왔는데, 몰매 맞고 버려진 곡이었어요. 나중에 합주하다보니 어두운 곡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우리도 신나는 것 좀 해보자며 기억을 더듬다 다시 발견됐죠.
고형석. 이곡은 건반이 없으면 망해요.
Q. 셀프 타이틀의 EP 앨범도 참 좋았습니다. ‘Between The Black & White’를 듣는 순간 밴드의 나이를 의심하고 말았죠. 개인적으로 오아시스의 ‘The Hindu Times’ 같은 로큰롤도 좋아하는데, 이 곡에서 그와 같은 노련함과 짜릿함이 느껴졌어요.
정봉길. 그 노래는 코드가 2개에요. 정말 처음에는 별 거 없어서 버려질 뻔 했던 곡이었는데, 모든 멤버들과 같이 노력해서 일궈낸 곡인 것 같아요.
이루리. 이 곡은 건반이 없으면 망해요.
고형석. 재료보단 양념이 맛있는 케이스죠.
Q. EP 앨범에서 가장 길고 서정적인 ‘Fixable’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바이 바이 배드맨은 굉장히 조용한 곡도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정봉길. 전 개인적으로 저희 곡들 중에서 신나는 곡보단 조용한 곡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가 쓰긴 하지만 저는 그냥 조용한 곡들이 더 좋아요.
곽민혁. 공연을 처음 시작할 때는 조용한 곡들이 더 많았어요. 근데 클럽에서 공연하다보니 조용한 노래보다 신나는 노래가 반응이 더 좋아서 점점 신나는 쪽으로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Q. 공연장에서 연주하면 특히 즐거운 곡은 무엇인가요?
다같이. She Don’t know!!!
이루리. 전 'Bee'요.
Q. 멤버들이 분당에 거주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저도 최근까지 10년 넘게 살았는데, 멤버들이 자주 찾는 곳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전 동네 친구가 많지 않아서 주로 서울로 나가는 편이었어요. (웃음)
A. 분당, 수지, 죽전. 이 환상비율이 삼각형을 이루면서 살고 있습니다. 다 같이 모이는 건 주로 분당 쪽이죠. 자주 찾는 곳은 없답니다.
Q. 이루리님께 물어볼게요. 밴드의 비주얼은 누가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루리. 저요.
정한솔. 저요.
고형석. 저요.
곽민혁. 저요.
정봉길. 저요.
Q. 2020년의 바이 바이 배드맨은 어떤 모습일까요?
A. 2020년이면… 군대 다녀오고 난 이후겠네요. 글쎄요. 장담 못 드리겠어요. (웃음) 아마 지금보다 더 멋진 음악 하고 있지 않을까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바이 바이 배드맨의 남은 2011년 계획을 듣고 싶어요.
A. 앨범 작업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을 예정입니다!!!
Q.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A. 사랑합니다.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요!!!
바이 바이 배드맨 팬클럽 club.cyworld.com/byebyeba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