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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시시한 사냥은 끝! 살아 있는 감각을 사냥한다! 트랜드 사냥꾼!

2004-01-14



새로운 종류의 직업이 유럽에서 전문화되고 있다. 일명 '트렌드 사냥꾼' 리는 그들은 예술과 과학, 패션, 사회학, 마케팅 등으로 중무장하고 산업 전반에 걸쳐 중요한 전술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의 일은 정교한 더듬이와 고도로 발달한 후각으로 주변 분위기를 더듬고 추세의 냄새를 맡아 내일의 경향을 정확히 점치는데 있다. 더 이상 의류나 직물업만이 그들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유일한 업종이 아니다. 화장품, 장식품, 자동차, 영화 그리고 인테리어나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이제 모든 종류의 제품 생산자들은 이들 작은 공상가들 가까이에서 그들과 친분을 쌓고 그들의 가공 된 상상력을 동원한 제품으로 한몫 챙기는 일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 그들의 사냥이 더욱 전문적이고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생산자들은 다른 제품보다 앞서기 위해 그리고 변화되고 차별화 되기 위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미리 예상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유행경향은 초단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주요 고객들은 가장 변덕이 심한 골치 아픈 고객들로 돌변한다. 그들의 취향에 맞추려면 '번갯불에 콩'을 볶을 수 있는 번쩍이는 직관력으로 자신만의 문화적 자기장을 갖추고 있는 존재들이 필요하다.

이 공상가들은 정밀한 센서와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 것도 발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망루에 서서 내일의 추세가 될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검출하는 일을 한다. 이 탐험가들에게 지구는 관찰 대상이기도 하며 미래는 현재의 작은 씨앗이어서 모든 미래적 요소들로 그들의 사무실에 경작을 한다. 카페에서 지나가는 사람과 여자친구를 번갈아 관찰하고 영화관에서 영화와 잡지를 번갈아 보며 패션쇼장, 화랑, 상점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하나라도 놓칠까봐 노심초사, 동분서주하며 모든 문화를 섭렵하려고 달려든다.


때론 엉뚱한 전위 예술가에게도 예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열성적인 신호의 검출만으로는 제품화 과정에 도움이 안된다. 사무실의 원탁에 둘러앉아 이들 더듬이들이 서로의 더듬이를 비벼가며 화학적이고 환상적인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한다. 나름대로의 거시적인 노선이 성립되면 이들은 또다시 사회학, 현상학, 심리학, 통계, 분석 등을 통한 작업을 하는데, 이는 비단 그들의 정교함에 정확성을 더하기 위함만은 아닌 듯 하다. 의기투합 된 상상력에 과학적 근거를 첨부하여 고부가가치를 더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관찰과 분석을 거쳐 매 시즌별로 2년 후의 추세가 되어질 칼라와 볼륨과 스타일이 '트렌드북'이란 이름으로 저장되는 것이다.

미학을 양념 삼아 음식 문화의 경향에 대해 분석하여 좀더 아름답고 먹음직스럽고 섹시하게 식품을 포장하여 상품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요즘 우리 나라 방송을 통해 유행하고 있는 말처럼 '맛을 그리는' 작업을 하여 맛에 대한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일이다.

반면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 이러한 트랜드 작업이 전문화되는 과정에서 예술적 요소들이 획일화 되어지는 현상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이들이 맹신하는 산업과 경제적 동기로서만 제시되어지는 자료들이 오히려 우리의 상상력에 한계를 만들고 창작의 모순을 만들지는 않을까...

트랜드라는 덩치 큰 무형의 거대한 공룡을 산채로 잡는 그들. 올 한해도 그 공룡으로 치뤄지는 거대한 파티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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