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16
2월 11일, 영국이 낳은 천재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Lee Alexander Macqueen)이 자살로 마흔의 생을 마감했다.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불리던 패션계의 악동이자 천재는 런던에 위치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되었다. 영국 언론은 그의 죽음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디자인으로 주목 받아 온 알렉산더 맥퀸의 죽음에 전 세계 패션계는 충격과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에디터 │ 이지영(jylee@jungle.co.kr)
참고자료 │ 알렉산더 맥퀸 공식 홈페이지 www.alexandermcqueen.com
알렉산더 맥퀸은 1969년 3월 17일 런던에서 택시 운전사의 여섯 명의 자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불과 16세의 나이에 학교를 떠난 그는 런던의 고급 양복점이 몰려있는 거리, 새빌 로(Saville Row)의 앤더슨 앤 셰퍼드(Anderson and Shephard)에서 견습생으로서 패션계에 첫 발을 내딛고, 기브스 앤 호크스(Gieves and Hawkes) 등에서도 제의를 받았다. 그리고 극장의 무대복업자인 엔젤스 앤 버만스(Angels and Bermans)에서 일하면서 6가지 종류의 패턴 컷을 마스터했다. 여기서 습득한 16세기 멜로 드라마풍의 날렵하고 세련된 재단 방식은 후에 그의 상징이 된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그는 영국식 재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코지 테츠오(Koji Tatsuno) 밑에서 일을 시작했으며 일년 후 로메오 기즐리(Romeo Gigli)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고용되어 밀라노로 떠났다. 1994년에 런던으로 돌아온 그는 패션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쳤는데, 졸업 작품 전체가 이사벨라 블로우(Isabella Blow)에게 팔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영국 보그 편집장이었던 이사벨라 블로우는 이때부터 그가 영국 패션계의 거장이 될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과 조력을 아끼지 않았고, 평생 그의 좋은 친구로 남았다. 그녀는 2007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이는 어머니의 죽음과 더불어 알렉산더 맥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알렉산더 맥퀸이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하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패션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는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1996년 10월에는 프랑스 브랜드 지방시(Haute Couture House Givenchy)의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되었고, 2003년 6월에는 미국 패션디자인협회(CFDA)로부터 올해의 국제 디자이너로 뽑혔으며, 같은 달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최고영예지도자(CBE, A Most Excellent Commander of The British Empire) 훈장을 받았다. 그는 1996, 1997, 2001, 2003년 모두 네 번에 걸쳐 영국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뽑히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2004년에는 올해의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로, 2007년에는 패션지 GQ의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로 꼽히기도 했다.
알렉산더 맥퀸은 뛰어난 감수성과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에너지, 로맨틱한 요소들이 어우러진 독특한 디자인과 패션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도 놓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전통과 현대, 연약함과 굳건함, 유연함과 엄격함 등 대조적인 요소들을 이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맥퀸의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그는 열린 감성과 열정적인 관점으로 예술과 수공업 전통에 대한 깊은 존경과 영향을 발견하고 표현했다. 알렉산더 맥퀸의 작업은 영국식 테일러링 작업에 대한 깊은 이해 해박한 지식, 프랑스 오뜨 꾸튀르 공방의 장인 정신, 그리고 이탈리아 제조업의 나무랄 데 없는 마무리가 한데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아왔다.
2000년 12월, 구찌(Gucci) 그룹이 알렉산더 맥퀸의 회사 지분 51% 이상을 사들여 새로운 파트너가 되었고 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남았다. 그리고 뉴욕, 런던, 밀라노, 로스앤젤레스 등에 매장을 열고 여성 및 남성 기성복, 액세서리 콜렉션뿐 아니라 아이웨어와 향수(2003년 'Kingdom', 2005년 ‘Macqueen’) 등을 선보이며 꾸준히 영역을 넓혀왔다. 또한 샘소나이트, 퓨마, 시바스 리갈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한 바 있다. 탄탄한 기본기와 파격적인 연출, 천재적인 감각으로 독자적인 패션 ‘왕국’을 구축해 온 알렉산더 맥퀸. 그가 차곡차곡 쌓아 올린 하나의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계는 이제 전설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