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28
여성들의 구두는 신발의 기능을 갖지만 때론 그 보다 더 중요한 패션의 기능을 지닌다. 구두를 신발이라고 부르는 것이 왠지 미안한 것은 그것이 단연 패션과 직결되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신발이 중요한 패션요소지만 구두만큼 무궁무진하게 변신하는 신발을 찾긴 드물다. 구두, 특히 ‘여성의 구두’가 패션에 대한 막중한 임무를 띄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여성의 구두는 과연 얼마나 변신이 가능할까. 굽의 높이로 형태를 변형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고 앞코와 뒷굽의 모양, 발을 감싸는 주요 부분의 형태, 여러 재질과 색의 재료 등이 어우러져 서로 다른 디자인의, 수많은 구두를 만들어낸다.
국내에도 뛰어난 구두디자이너들이 있지만 우리의 전통은 고무신이니 과거부터 구두를 신었던 해외로 눈을 돌려본다. 여러 디자이너들의 작품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말로스 텐 뵈머(MARLOES TEN BHÖMER)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을 ‘구두’라 표현하기엔 그 디자인이 너무나 과감하다. 일반 구두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각이나 한 덩어리로 이어진 그의 디자인은 하나의 건축물을 연상시킨다. 그가 선보이는 작업들에서는 일정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지만 모든 작품들은 제각각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이것이 과연 구두일까’하는 의문점을 자극시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선택되어지는 구두의 디자인과 너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 셈이다. 실제로 그가 디자인한 구두를 일상에서 신는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가격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다소 불편해 보이는 독특한 디자인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을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특한 디자인이 그의 디자인의 특징이자 장점이지만 여기에는 과연 일상에서 신을 수 없는 구두가 어떠한 의미를 지닐까 하는 의문이 따르기도 한다. 그에 대한 답을 굳이 찾자면 구두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를 들 수 있겠다. 그의 작품은 구두의 기능을 지니면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디자인으로 슈즈디자인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다. 최근 유행하는 구두의 디자인들에서 그의 디자인 요소가 부분적으로 발견되는 것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여성들의 구두에 대한 욕망을 이야기할 차례다. 비슷한 형태의, 비슷한 굽 높이의 구두를 여러 켤레 갖고도 새로운 신상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쏟는 것은 단순한 기능이나 패션을 넘어 본능에 가까운 욕망이라 할 수 있다. 워낙 다양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유행이라는 흐름을 따르기 위한 소비가 아닌 스스로 수집을 원하는 본능 말이다. 말로스 텐 뵈머의 작품은 구두에 대한 여성의 욕망,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욕구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자 뛰어난 디자인을 원하는 사람들을 향한 제안이라 할 수 있다.
marloestenbhomer.squaresp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