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31
아니 이런 병맛(병신 같은 맛)나는 티셔츠가 있나! 반8의 티셔츠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모 방송에 나와 짐승돌이 ‘왠지 등신같지만 멋있어’ 티셔츠를 자랑할 때부터 진작 이 브랜드를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그 넘치는 장난끼와 등신 같지만 간지나는 아이템들을 말이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정신 없이 낄낄거리며 뒤지기 된다는 마법과도 같은 반8의 웹사이트를 보면서 ‘이 사람들, 반드시 파헤치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 미치게 특이할 것이라는 기대를 잔뜩 하고 찾아간 반8의 사무실에서 진행한 에디터와 반8 디자인팀 심성진 팀장의 일문 일답.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Jungle : 의외로 평범하시다
흔히들 그런다. 외모만 그렇지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Jungle :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한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회사다. 처음에 반팔 티셔츠만 팔기 시작해서 반8이라고 했다. ‘앞뒤 티셔츠’라고 하면 웬만한 분들은 다 알고 계신다.
Jungle : 그렇다면 왜 한글인가?
처음에 대표님이 ‘왜 한글로 된 티셔츠는 없을까?’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한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아이템을 생각하다가 ‘입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걸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나는 2006년에 입사를 했는데 당시에는 내부에서 디자인 컨셉이 명확하게 잡혀있지 않았다. 웃긴 티셔츠를 만들자고 해서 마구잡이로 재미있기만 하면 일단 내보고 하는 상황이었지. 내가 광고를 전공했기 때문에 반8에 들어오고 나서 이 제품을 출시했을 때 고객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지 명확하게 하고 난 후에 진행하니 더 체계화가 되었고 제품 메시지도 더 잘 전달될 수 있었다.
Jungle : 그럼 전하고자 하는 제품메시지는 뭔가?
제품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자꾸 그런걸 누가 사냐고 해서 보란 듯이 ‘이런 옷을 누가 입어’ 티셔츠를 만들었다. 그런 식이다.
Jungle : 실제로 입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긴 했다
물론 많이 입지는 않는다. 일하면서 보니 우리 옷을 입는 사람들이 두 가지 부류더라. 특별한 시점, 예를 들어 행사나 이벤트를 하거나 MT를 갈 때 입는 사람들, 아니면 완전 매니아들. 어떤 분은 우리 티셔츠를 입고 갓을 쓰고 검은 고무신을 신고 대구에서부터 올라오기도 했다. 근데 매니아들이 정말 많아서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연예인들도 우리가 협찬해 준 적은 없었는데 팬이 선물해서 TV에 입고 나온 적도 있고, 본인들이 직접 구매하기도 한다. DJ DOC의 이하늘씨는 홍대에서 촬영하다 우리 모자를 발견해서 방송마다 쓰고 나오기도 했다.
Jungle : 그렇다면 반팔의 컨셉은 패션인가 재미인가 한글인가?
재미 + 패션인데 재미가 무조건 1순위다. 그렇지만 패션 쪽으로도 업그레이드 시키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기본 티셔츠에 프린트만 찍어 팔았는데 요즘엔 퀄리티에 신경을 쓴다. 핏 자체도 그렇고 부자재나 원단 선택에서도 퀄리티를 높여가고 있다. 재미가 우선이다 보니 무조건 디자인에 한글이 들어가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픽적인 요소로 재미를 줄 수 있다면 영어를 넣을 수도 있고. 한글은 사람들에게 바로 읽힐 수 있고 재미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Jungle : 보통 한글 티셔츠라고 하면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한다던가 하는데 그렇게 보면 반8은 희소성이 있는 브랜드다
그렇다고 우리가 무조건 망가지는 걸 티셔츠를 만드는 건 아니다. 그 안에 의미가 담겨있어야 하되 재미도 있어야 하는 거지. 반8을 좋아하는 고객들은 한글의 미 보다는 재미를 더 원한다. 우리도 한글의 아름다움 보다는 한글의 재미, 한글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다. 안 그러면 인사동에서 판매하는 문화상품과 다른 게 뭐가 있겠나.
Jungle : 사이트를 보니 메인 모델이 외국인이다. 한글 티셔츠 업체에서 왜 외국모델을 쓰는지?
외국인이 옷을 입었을 때와 한국인이 입었을 때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더 스타일리쉬 해 보인다고 할까. 같은 한글 티셔츠라도 한국인이 입으면 인사동 느낌이 난다거나 그냥 평범한 한글티셔츠 같아 보이는데 외국인이 입으면 이국적인 느낌과 한글이 의외로 잘 어우러지더라. 외국에서도 반응이 좋다. 우리 옷을 수출하기도 했는데 현지인이 직접 자기 매장에서 우리 제품을 팔아보고 싶다고 연락을 주기도 한다. 물론 유학생들이나 교포들도 많이 좋아하고.
Jungle : 주 고객층은 어떻게 되나?
원래 10대가 주였다. 반T 같이 단체티로 많이 나갔는데 ‘직장인’, ‘사장님’ 등 직급 티셔츠 시리즈가 나오면서 2, 30대로 확대됐다. 직급 티셔츠는 보통 세트로 팔려서 쏠쏠하다. 원래는 단체티를 많이 판매했었는데 이 시장이 경쟁이 심화되고 우리 디자인이 카피되어 팔리기 시작하면서 이 분야를 포기했다. 불법복제 같은 디자인 침해 사례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지금은 우리 제품을 카피하는 곳은 거의 없다.
Jungle :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특별히 하는 일들이 있나? 개그콘서트를 본다던가
일 때문에 보지는 않고 개인적으론 본다. 인터넷에 달린 댓글이나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정보, 광고나 신문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나 같은 경우에는 말장난을 워낙 좋아해서 사람들과 만나서 말장난 한다. 생활자체가 일과 하나가 된 것 같다. 이야기 하다가 친구들을 웃겼으면 그게 다른 사람들도 웃길 수 있는 확률이 높질 않나. 그걸 가지고 카피를 써보고 지워보고 한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바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고.
Jungle : 재미있는 디자인이 일이라면 다른 디자이너들 보다는 일상이 좀 더 재미있겠다.
원체 성격이 장난끼가 많다. 하지만 평소에는 얌전하다. 일할 때나 가발 쓰지 그러고 평소에 돌아다니거나 하진 않는다. 그런 건 일할 때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하는 거지. 사람들은 내가 특이하게 꾸미고 옷도 웃기게 입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건 외적인 부분에서보다는 일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과물은 외모가 아니라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거니까. 사실 엄격하신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속으로만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웃음)
Jungle : 카피라이터랑 비슷하기도 한 것 같다
그렇다. 디자이너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도 그거다. 나는 광고학과를 졸업해서 기획부터 광고사진까지 광고에 대해 배웠다. 카피도 유명한 분에게 직접 배웠는데 일하다 보니 그렇게 배웠던 것들이 다 적용이 된다. 라임을 맞추는 것 있지 않나. 디자이너들은 비주얼로 표현하는 부분에만 익숙해서 문구를 만드는 건 어려워하는 것 같다.
Jungle : 사장님이 디자인을 소위 ‘빠꾸’시키는 경우는 없나?
별로 컨셉에 제한은 없는 편이다. 웃기면 되는데 안 웃길 때도 있다. 그런 건 디자인팀에서 먼저 판단해서 일단 출시해본다. 근데 그런 게 의외로 다 잘 팔린다. ‘괜찮은 스타일’ 티셔츠나 ‘이런 옷을 누가 입어’도 사장님이 보시고 전혀 안 웃으셨는데 지금 우리 판매순위 3위 안에 든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사장님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딱 잘라 말하셨을 텐데 이제는 안 그러신다. 그리고 다른 업체들 같은 경우 일단 출시하면 수 백장을 찍어야 하는데 우리는 소량으로 낼 수 있어서 테스트가 가능하다. 그것도 부담이 된다면 합성을 해서 올린다. 그래서 반응이 오면 정식으로 출시하는 거다. 이런 시스템들이 반8을 더 키워준 것 같다.
Jungle : 새로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있나?
아직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아이템을 좀 더 확장할 예정이다. 후드티도 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제작했더니 잘 나가더라. 반팔은 여름에만 판매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간절기를 공략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해서 준비하고 있다. 마스크나 타월, 모자 같은 것도 진행 중에 있다.
>>반8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