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버클리 엮음 | 2012-11-02
책은 기획단계에서부터 디자인까지 매 순간 결정해야 할 것들로 넘쳐난다. 저자, 편집자, 아트디렉터, 디자이너는 이러한 책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과연 이들은 모든 결정에 만족하고 있을까? 세계적인 출판사 펭귄북스의 75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좌충우돌 펭귄의 북 디자인 이야기’는 표지 디자인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 제공│미메시스
북 디자인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도 평가 받는 펭귄북스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표지 이미지는 펭귄북스의 통일성을 살리면서도 각각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완벽해 보이는 책 표지에 대한 저자와 디자이너의 생각은 가끔 너무 다르기도 하며, 완벽하게 들어맞을 때도 있다.
우리는 말했다. 그래도 이 커버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이다. 출판사에서 말했다. 자기네 영업부 직원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이거야말로 대단한 커버라고 입을 모았다는 것이었다.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펭귄에서도 가장 놀라운 커버의 책으로 손꼽힐 것이라고 말이다. 멍청한 놈의 출판사 직원들 같으니.
-‘판다에 관한 100가지 사실’, 저자의 이야기 중에서
이 책은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사람들의 솔직한 속마음을 통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출판사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각각의 개성을 느낄 수 있도록 조율하는 아트 디렉터와 편집자, 작품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라는 저자, 존중받길 바라는 디자이너의 마음이 모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냥 책 만들기의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불평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디자인이라는 것도, 이것이 바로 펭귄북스의 디자인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디자이너들의 감각과 열정이 어떻게 책을 만들어가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하나의 표지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책의 내용, 시대 상황을 고려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이들의 태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늘 책의 뒤편에 서 있던 편집자와 아트 디렉터의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표지 디자인은 책의 내용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표현해낼 줄 알아야 한다. 이곳에 엄선된 75편의 표지 이미지는 그 자체로 펭귄북스의 역사이자, 이들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더하는 디자이너와 저자, 편집자, 아트 디렉터와 이 모두의 이해와 소통이 모여 만들어진 펭귄북스의 디자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