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화 | 2013-08-20
파블로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안토니 가우디. 예술 혹은 건축분야에 나름의 일가견을 갖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이들의 이름은 항상 익숙하다. 이들의 공통점을 찾자면? 바로 ‘스페인’이다. 거장 예술가들의 숨결이 담겨있는 보물창고 같은 스페인의 미술관들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스페인 미술관 산책>
은 스페인에 대한 환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저자의 소소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자료제공 ㅣ 시공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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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무수한 예술품이 자리한 유럽. 특히 여행을 위해 유럽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빼놓지 않고 미술관을 찾는다. 우리는 흔히 유럽 3대 미술관 정도는 가봐야 유럽의 예술품을 몸소 느껴봤다고 자부한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스페인 마드리드에 자리한 ‘프라도 미술관’이다. 스페인에 관한 일반적인 시선은 언제나 투우나 플라멩코로 향하지만 이에 못지 않은 문화유산이 바로 스페인 각 지역의 미술관이다. 프라도 미술관,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등지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문 가이드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학창시절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직접 각종 수공예, 춤 등을 배우며 몸으로 스페인 문화를 받아들였다. 이 책이 스페인의 크고 작은 주옥 같은 미술관에 직접 방문한 듯 생생한 전달력을 가진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스페인 여행의 필수 코스, 프라도 미술관은 방대한 컬렉션의 양이나 규모에 버금가는 만큼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미술관 건축의 역사와 더불어 거대한 미술관 안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일정한 리듬에 맞춰 전시된 작품처럼 안내 팸플릿의 도움을 받아 ‘리듬을 찾아내 몸을 맡기라’는 저자의 깨알 같은 관람에 관한 조언도 참고해 두면 좋을 듯 하다.
이 책은 각 미술관 섹션 별로 간략한 방문 정보와 소장하고 있는 작품에 얽힌 스토리 텔링으로 더욱 흥미를 돋운다. 특히 원작을 책 속에서 미리 접할 수 있는 도판과 더불어 미술사학을 공부한 저자의 꼼꼼한 작품 해설이 곁들여져 그림에 대한 사전 정보나 깊은 이해 없이도 작품 한 점 한 점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프라도, 티센보르네미사, 레이나 소피아, 국립 카탈루냐, 바르셀로나 피카소, 구겐하임 빌바오와 더불어 저자가 추천하는 작지만 알찬 미술관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책 속에는 19세기 산업화에 반하는 카탈루냐 지방의 뉴 웨이브 ‘모데르니스모’를 소개하는 모데르니스모 루트가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자연의 모티프를 사용하고 수공예를 지향하는 복고의 움직임인 모데르니스모에 영향을 받은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바르셀로나 관광청의 이 프로그램은 스페인 건축 거장 가우디와 동시대 건축가들의 흔적을 차근차근 둘러 볼 수 있어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는 이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듯하다.
책 한 권에 한 나라의 예술과 역사를 논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이처럼 가벼운 산책길에 오르듯 유럽을 방문하기 전에 미리 스페인 미술관과 예술품들의 속살을 부담 없이 들여다 보는 것도 흥미로운 여행의 기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