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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역사를 만들어낸 궁극의 패션 판타지

조 엘리슨 | 2014-11-07


패션화보를 완성한다는 것은 누군가 디자인한 결과물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일이기에 그 어떤 작업보다 굉장한 직관과 연구가 필요하다.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화보들을 지난 100년간 선보인 보그의 특별판 화보집. 눈 깜짝할 사이 변하는 트렌드와 디자인이 일상을 이루는 지금, 이와 반대로 디자이너의 창조 철학을 한 화면 안에 구성하는 특별한 컷들이 마치 진정한 신의 한 수처럼 오롯이 담겨있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우리는 화보하면 비주얼적 자극을 한껏 내뿜는 이미지의 한 장면을 연상한다. 하지만 치밀한 기획과 여과 없이 숨막히는 연출력만이 화보를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패션의 역사 속 장면들을 기록한 흔적들. 이를 비주얼로 선도했던 작가들과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잊을 수 없는 완벽한 미쟝센을 완성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한 장의 은유로, 누군가에게는 드라마틱한 특별한 자극으로 남는 화보는 일종의 동화 같은 판타지를 완성하기도, 양산하기도 한다.

이러한 화보의 역사들. 오랜 역사를 가진 패션지 보그의 100주년 특별판이 국내에 1500부 한정판으로 소개된다. ‘보그: 더 가운’은 패션지 <보그> 가 2015년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올해부터 4년간 매년 1권씩 포트폴리오 화보집의 첫 시리즈다. 이 책은 100년의 역사 동안 <보그> 가 다뤄온 가운(모든 타입의 여성용 드레스)을 중심으로 패션사에서의 가운의 역사와 컬렉션을 다섯 테마로 구성한다. 그 속에서 오랜 기간 동안 매거진의 화보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만들어 낸 역사 속 아름답고 세련된 다양한 가운의 양상들을 감상할 수 있다.

책의 저자 조 엘리슨은 영국 <보그> 의 피처 디렉터로 매거진의 주요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녀는 100여 년에 이르는 <보그> 의 역사적 관점에서 이 책을 구성한다. 책에서는 300장 이상의 역사적 화보들을 그 가운이 지니는 특성과 감정을 고려해 각자가 나타내는 분위기에 따라 각각 ‘클래식’, ‘판타지’, ‘드라마’, ‘섬세한 장식’, 그리고 ‘모던’의 다섯 테마로 분류되며, 책에는 패션사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온 가운들뿐 아니라 패션사에 길이 남을 포토그래퍼들, 팀 워커, 마리오 테스티노, 닉 나이트, 데이비드 베일리, 허브 릿츠, 노먼 파킨슨, 코린 데이, 세실 비튼과 호스트 등 영국판 <보그> 를 완성해온 작품 사진을 보여준다. 또한 여기에는 케이트 모스, 나오미 캠벨 등 슈퍼모델을 비롯해 샤를리즈 테론, 제니퍼 로렌스, 스칼렛 요한슨과 같은 지금까지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여배우들이 작가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이 바뀌고, 시절도 바뀌며 유행은 왔다가도 사라진다. 그러나 가운(gown)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가운은 살아남는다. 심지어 데님의 시대이자 이브닝웨어가 거의 필요하지 않은 지금도, 가운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뛰게 한다. 가운의 복잡한 구조와 대담한 화려함, 그리고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낭만은 동화 속 모험이나 지상 최고의 화려함에 관한 우리의 상상력에 불을 지핀다"

책의 제목처럼 책 속에는 상상력을 키우고 영혼을 치유하는 환상적인 이미지의 가운들이 담겨있다. 산 역사를 디자인으로 보여주는 가운, 산업화 과정에서 모습이 바뀐 가운, 순간을 담아내고 대중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은 가운, 머나먼 장소와 모험을 약속하는 가운, 그리고 일반적인 유한성을 뛰어넘어 전설이 된 가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속에서 우리는 삶 속의 가운과 영민하게 작업된 가운들의 병치들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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