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키드 (Chip Kidd) | 2015-03-30
현대인이 하루에 접하는 광고와 안내판은 수천 개에 달하고, 이미지는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칩 키드는 ‘그래픽은 어떠한 물리적 경험의 통로 없이도 온전히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여행’이라며, 그 어떤 디자인 분야보다도 직관적이며, 경계 턱이 비교적 낮다고 말한다. 본 책은 바로 이 점을 강조하며, 당신을 디자이너의 길로 안내한다.
에디터 ㅣ 장문선 (msjang@jungle.co.kr)
자료제공 ㅣ 도서출판 이종
책등을 제외한 앞과 뒤표지를 두꺼운 하드보드로 덧댄 이 독특한 커버의 책은, 그 외형에서부터 디자이너의 독특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이 책은 25년 동안 수많은 책 표지를 디자인한 출판사 크노프(Knopf)의 아트 디렉터, 칩 키드(Chip Kidd)의 노하우가 집대성된 그래픽디자인 가이드북이다. 저자인 칩 키드는 <쥬라기 공원>, <1Q84>,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등의 책 표지를 디자인하였으며, 130만 명이 본 TED 강연 영상 'Chip Kidd: Designing books is no laughing matter. OK, it is(책을 디자인하는 일은 쉽지가 않아요. 사실, 쉬워요)'의 연사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그래픽디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형태, 타이포그래피, 내용, 콘셉트, 그리고 10가지 디자인 프로젝트를 콘텐츠로 구성한다.
칩 키드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모든 것은 누군가가 디자인한 결과물’이라며 디자인의 영역을 확장한 바 있다. 그래픽디자인이라는 용어는 1922년이 되어서야 등장(W.A. Dwiggins)했지만, 그 시작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스코 동물 벽화부터 상형문자, 성경, 코카콜라 로고, 지하철 노선도, 어도비 포토샵 버전 1 출시 등 사실에 기반한 그래픽디자인의 역사를 다룬다. 또한, 책자의 스프레드(양쪽 펼침면) 공간을 적극 활용해 그래픽의 다양한 요소를 예시와 함께 비교·대조법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면, 파랑은 차갑고, 빨강은 따뜻한 색이 아니라, 파랑 계열의 색상은 하늘, 땅, 식물, 저온과 같이 자연의 시원한 느낌을 전해주며, 빨강 계열의 색상은 혈기왕성하고 뜨거운 감정으로, 분노와 기쁨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경이로운 색상이라고 묘사한다. 이어서 글자의 형태인 타이포그래피, 내적 의미인 내용, 그리고 내용과 형태를 연결하는 시각적 분위기 연출의 핵심인 콘셉트 또한 비중 있게 다룬다. 최종 부분에서는 수집하기와 자신만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만들기, 신념을 담은 로고 디자인 등 영감을 자극할 만한 주제를 제시한다.
이 책은 칩 키드 특유의 유머로 나열식이 아닌, 지은이의 동화 구연을 듣는 듯 그래픽디자인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강조하는 것은, 그래픽디자인이 디자이너 고유의 영역이라기 보다, 늘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친밀한 존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디자인의 문턱을 높이기보다 대중의 이해를 끌어들이는 것, 그것이 칩 키드의 디자인 철학이다.
"디자인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당신은 이미 디자이너입니다." (칩 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