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21
마약에 중독된 젊은이들의 고뇌와 방황, 폭주를 다룬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drugstore cowboy>
, 그 당시 한참 금기시되던 동성애를 테마로 한
<아이다호 my private idaho>
, 미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컬럼바인 고등학교의 총기난사 사건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엘리펀트 elephant>
등 언제나 시대의 문제와 아픔을 이야기하는 감독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가 ‘얼터너티브/그런지’라는 거대한 시금석을 세우고 불꽃처럼 타버린, 너바나(Nirvana)의 리더 커트 코베인(Kurt Cobain)에게 바치는 영화
<라스트 데이즈 last days>
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취재 ㅣ 월간 맥마당 이정민 기자
라스트>
엘리펀트>
아이다호>
드럭스토어>
<라스트데이>
는 커트 코베인에게 바치는 영화다. 커트가 살아있을 때 그와 만난 적이 있나?
라스트데이>
언젠가 한번, 너바나 매니저의 집에서 만난 적이 있다. 때마침 우리 둘은 서로 안티게이(Anti-Gay)운동에 관한, 같은 고민을 하던 중이어서 금방 말이 통했다. 그는 오리건의 포틀랜드에서 공연 중이었고, 나는 그 콘서트를 보러 가기도 했다.
커트가 죽은 날은 1994년 4월 5일이다. 언제부터
<라스트 데이즈>
를 준비해 왔나?
라스트>
각본을 쓰기 시작한 게 95년 ~ 96년경이니 거의 10년 동안 준비한 셈이다. 커트가 죽기 몇 달 전인 1993년 10월에 리버 피닉스(River Pheonix)를 잃었기 때문에, 그 당시는 엄청난 상실감과 혼란 속에서 살고 있었다. 자신이 원해서 죽음을 선택한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와는 달리, 리버 피닉스는 자살한 게 아니라서 그 충격은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커트의 사망소식까지 접하게 됐다.
그 당시 난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로 주목을 받고 있었는데, 동향출신인 커트도 그 1년 반 동안 나와 비슷한 길을 걸으며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동병상련을 느껴서일까.... 왠지 그의 죽음을 필름에 담아야 할 것 같아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많이 힘들었겠다. 하지만, 무려 10년이나 지난 일인데, 아직도 그 감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인가?
당시엔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의 작업에 전념할 때였다. 그 후에도 여러 가지 작업이 줄줄이 있어서
<라스트 데이즈>
는 뒤로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우선순위는 항상 바뀌지만, 난 영화로 만들고 싶은 작품의 리스트를 늘 생각하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오리건은 ‘부랑자의 고장’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라스트 데이즈>
에서도 주인공인 블레이크가 숲 속을 헤메는 장면이 나온다. 생각해보면 당신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항상 방황을 하는데, 오리건이라는 지역의 영향인가?
라스트>
오리건은 벤쿠버나 시애틀, 샌프란시스코에 모두 맞닿아 있는 고장으로, 말한 대로 여행자나 부랑자가 굉장히 많다. 오리건에서 작업을 하게 되면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영화의 각본을 쓸 때도 결과물에 확연한 영향이 간다. 확실히 내 영화의 인물은 어디에선가 불현듯 와서 어디론가 사라진다. 정말 땅의 영향인지,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야기가 모두 이런 식이다.
록 뮤지션의 카리스마는 콘서트장에서 보여지는 경우가 많다. 커트 코베인이라는 얼터너티브 최고의 거물이 주인공이니 만큼,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의 인생을 그린 배트 미들러(Bette Midler) 주연의
<로즈 rose>
처럼 콘서트 씬을 넣을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
로즈>
그런 방식의 접근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커트 코베인의 인생을 날것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인물의 전기영화를 만들 때처럼 면밀한 리서치는 하지 않았다. 단지 내 상상력을 바탕으로 커트 코베인이라는 록 스타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서사적인 방법보다는 시(詩)적인 접근을 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그가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했을지 누구도 모르지 않는가? 작품에 표현된 시간의 범위를 딱 이틀로 한정한 것도 그런 이유다. 커트가 3일 전에 섹스를 하고 있었는지 마약을 하고 있었는지, 길거리에서 피자를 먹었는지는 내 관심 밖이다. 같은 이유로 죽기 직전의 순간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그리는 방법도 택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관객의 상상력에 맡기고 싶었다.
<아이다호>
의 에디 아놀드(Eddy Arnold)나 KD 랭(KD Lang) 등 당신의 작품에는 유명 뮤지션의 노래가 많이 나오는데...
아이다호>
유명 뮤지션의 노래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보통, 편집 중에 들은 음악이나 촬영 중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사용하는 일이 많다.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에서 사용된 음악은 아침에 현장에 갈 때 주로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이었다.
<굿 윌 헌팅>
의 경우는 똑같은 경우로 엘리엇 스미스가 선택됐고.
<라스트 데이즈>
에서는 촬영 후에 킹스 싱어즈(King’s Singers)의 ‘La Guerre’가 흘러 나왔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Velvet Underground & Nico)의 ‘Venus in Furs’는 거실에서 듣던 노래들이다. 어쨌건 음악은 창작을 할 때 상상력을 자극해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항상 그랬지만, CG를 비롯한 여러가지 요인으로 영화 제작비는 차츰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당신의 최근 세 작품은 모두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작방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당신 같은 거물 감독이 투자를 받지 못하기 때문도 아닐 텐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최근 헐리우드의 영화들은 무지막지한 자본이 필요한 영화뿐이다. 내가 독립영화로 돌아온 이유는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하기 위해서다.
<라스트 데이즈>
에서도 우리 스텝들은 보통 영화 제작비용의 10%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 자신도 메이저급 영화처럼 물쓰듯 돈을 쓰는 게 심적으로 그다지 편하지는 않다.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을 매킨토시로 해결한다고 하는데?
각본을 쓸 때부터 영화를 편집할 때까지 PowerBook G4로 모든 작업을 해결한다. Adobe Photoshop과 Final Cut Studio를 주로 사용한다.
<라스트 데이즈>
에서도 음악 편집까지 Final Cut Studio로 끝마쳤다.
마지막으로, 리버 피닉스에게 바치는
<라스트 데이즈>
를 제작할 의향은 있나?
라스트>
죽은 친구이기에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재다. 언제가 됐건 한 번 정도는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라스트>
라스트>
라스트>
굿>
드럭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