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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뉴미디어 아트와 편안하게 마주보다

2006-12-26


프로세싱 시리즈로 언어란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감성과 기계의 이성을 관통하는 작업을 보여주는 C.E.B Reas와 그의 프로그래밍을 사용해 섬세한 드로잉을 보여주는 김수정이 함께하는 전시가 뉴미디어 아트 전용 갤러리 ‘빗트폼(bitforms)’에서 진행 중이다.
비디오 아트부터 머리 싸매고 있었던 당신에게 뉴미디어 아트는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장르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약간의 개념적 이해 과정을 통한다면 뉴미디어 아트와 편안하게 마주볼 수 있다. 전시 취재에 앞서 겁을 먹었더랬다. 뉴미디어 아트 전시라는 주제 앞에 아직은 생소한 작가의 이름과 브로슈어의 단어들은 감상이 아닌 분석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물론 작품을 바라보기에 앞서 소프트웨어 속에 담긴 개념의 이해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나서 약간의 갸우뚱거림은 있어도 의심은 버린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내 곧 편안한 작품 속으로 감정이 쏟아져 들어갈 수 있었다.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오픈형이라고 말할 수 없는 빗트폼 갤러리의 두터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두운 조명 속에 영상들이 꾸물대고 있었다. C.E.B Reas의 작품들은 크거나 작은 영상으로 그저 쉼 없이 그들의 작업을 행하고 있었고 난 그것들이 도대체 무엇을 만들어 내려고 그러나 한참을 째려보았다.


C.E.B Reas의 프로세스 시리즈는 레아스가 쓴 짧은 영어 인스트럭션(Instruction)으로부터 기인한다. 이 영어 인스트럭션은 프로그래밍 언어, 그리고 프로그래밍 언어가 만들어 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그리고 이 시뮬레이션의 정지된 이미지인 프린트와 같은 각기 다른 미디어를 통해 표현된다. 이렇게 다른 미디어를 통하여 표현된 인스트럭션은 문자가 기계의 언어로 인해 해석되는 과정 즉 인간의 인식 과정을 기계의 언어가 인식해 가는 과정의 여러 가지 다른 관점들을 보여준다.

아래의 그림은 프로세스 시리즈 8, 9로 그가 던져준 프로그래밍 언어가 컴퓨터를 통해 (전시장에서) 시뮬레이션된 것을 정지된 이미지인 프린트로, 또 다른 미디어로 표현된 것이다.


C.E.B Reas 전시장 옆 유리천장으로 햇빛이 충만한 전시공간에서 김수정의 섬세한 드로잉을 만났다. 섬세한 선들이 만든 뭉근한 느낌의 드로잉들과 불안정한 선들이 만든 아날로그적인 드로잉들은 레아스의 프로그래밍을 활용한 작업으로 아티스트의 손 맛을 구현했다.


이번 2인 전에서 김수정은 비트맵이 아닌 벡터를 사용한 알고리드믹 드로잉을 전시한다. 선 긋기는 시각예술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단계이며 드로잉은 아티스트로서의 성향이 가장 솔직하게 나타날 수 있는 매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묘법은 아티스트 김수정이 주된 창작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를 이용한 선 긋기 작업이다. 컴퓨터의 수학적 논리가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현되며 제작되는 이 선 긋기 이미지들은 작가가 얘기하듯 ‘수적 논리의 이미지적 발현’인 셈이다. 김수정은 컴퓨터의 논리를 사용하여 마치 미술가가 데생을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한 선 한 선을 그어 나가듯 자신만의 선 찾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표현의 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까지 하는 컴퓨터란 툴을 사용하여 가장 기본적인 드로잉으로 예술의 기본 감성을 끌어냈다. 수학적 프로그래밍이란 툴과 아날로그 감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기는 신선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컴퓨터 속에 작가는 자신의 감성을 표출해 줄 언어 또는 기호를 담는다. 이윽고 컴퓨터는 이성적 작업을 통해 감성적 답변을 도출해낸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아직은 이성적이다. 하지만 철저히 이성적일 수 없는 인간의 눈에 비친 기계의 답변이 이해될 리 없고 그것을 도출해 내려 했던 작가의 감성 또한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뉴미디어 아트라는 아직은 생소한 장르에 대해 의심의 눈을 걷고 분석하지 말고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다. 절대적 연산을 통해 만들어진 생소한 광경 속에서 인간의 감성이 동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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