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브이를 소재로 작업하는 팝아티스트 성태진이 갤러리 도스에서 10월 17일부터 30일까지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큰 제목 아래 총 9부작을 계획하고 있는 태권브이 시리즈 중 첫 번째 에피소드인 ‘새로운 희망’에 이은 두 번째 에피소드, ‘마징가의 역습’을 선보인다.

자료제공 / 갤러리 도스 02-730-4678

‘마징가의 역습’은 태권브이의 라이벌격인 마징가를 상징적으로 내세우면서 태권브이가 더 이상 지구를 지킬 수 없게 되는 상황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하지 못한 채 점점 소외되고 혼자 떠돌아다니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현재 홍대 대학원 판화과에 재학 중인 작가는 기존에 동판화나 목판화작업을 하였지만 이번 에피소드-마징가의 역습부터는 판화의 재료로만 썼던 목판 그대로를 작업에 이입시켰다. 목판에 음각을 하고 이를 종이에 찍어내는 대신 목판 위에 화려한 채색을 올린 채 작업을 완성시킨다. 장면마다 어울리는 유머러스한 말들과 거의 형광에 가까운 키치적인 색들은 실제 만화에 상영되는 한 장면을 보는 듯 생생한 기운과 함께 태권브이의 전달력을 높여준다.

일반인에게 태권브이의 의미는 세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게 우리의 친구 혹은 우직한 영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탐욕과 사회적 무관심 속에 버려진 한 현대인의 심리적 죽음을 느낀다. 작가에게 어린시절 태권브이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의 차원을 넘어서 실존하고 있는 인물처럼 막연한 신비감을 지니고 있던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이 퇴색해 가면서 그 존재마저도 희미해져갔다. 이는 비단 작가 개인뿐만이 아닌 성인이 된 사람들의 공통점이 될 수도 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떠나 현실과 만화세계사이의 간극을 정확히 경계 짓고 있는 이들에게 작가는 태권브이의 소외감을 생각해보고 냉정해지는 현대인에게 감성을 되짚어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현대인의 심리를 대변하고자 한다. 이번전시에서는 대한민국 만화역사의 초석이자 한때 영웅으로 추앙받던 태권브이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서 소외됨을 보여주면서 현대인의 냉소적인 모습을 비판하려 한다.

작가는 태권V를 소재로 작업한다. 만화영화의 고전이 된 태권V는 최근 재조명을 통해 다시 부활되고 있다. 태권V를 소재로 한 작업의 큰 타이틀은 ‘나의 일그러진 영웅’이며, 이어 연작으로 작업된다. 에피소드1은 ‘새로운 희망’, 에피소드2는 ‘마징가의 역습’, 에피소드3은 ‘태권V의 귀환’으로 이루어진다. 이 작업은 총 9부작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