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5
비욕(Bjork)이 온다. 아티스트들의 친구, 아티스트들의 영감, 아티스트들의 미래,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 비욕이 내달 한국을 찾아온다. 그녀의 파란만장하고 판타스틱한 스토리로 워밍업을 해보자.
글 | 이상현 기자 (shlee@jungle.co.kr)
순간, 귀를 의심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나, 패리스 힐튼, 비욘세에 이어 내한 소식을 알린 여가수가 비욕(bjork)이라니! 아이슬란드의 국보, 천재 싱어송라이터로 추앙 받는 세계적인 뮤지션 비욕의 내한 공연 소식은 한국과 아이슬란드의 거리만큼이나 아득하게 들렸다. ‘설마’와 ‘혹시’, ‘에이 설마’와 ‘그래도 혹시’를 오갔던 소문은 결국 사실로 판명 났고, 공연 날짜까지 내달 16일로 확정된 상황이다.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난 비욕은 불과 11살의 어린 나이로 데뷔, 자그마치 불혹을 넘긴 중견 뮤지션이다. 통상 2천 만장의 기록적인 앨범 판매고를 올렸고, 그래미와 브릿, MTV 비디오 어워드 등에서 굵직굵직한 음악상을 수 차례 석권하며 그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영화 '어둠 속의 댄서'의 셀마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비욕은 이 영화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렉트로니카, 팝, 록,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장르의 사운드가 접목되는 비욕의 실험성 강한 음악은, 그녀의 아이처럼 무구한 얼굴과 얼음조각처럼 ‘찌를 듯이 아름다운’ 목소리, 그리고 거침없이 자유로운 몸짓을 통했을 때 울림이 증폭된다. 비욕의 음악은 비욕의 영육을 빌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서 장장 900평방미터에 이르는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전 세계 40억 인구의 혼을 뺐던 그녀를 기억하는가! 오리를 휘감은 ‘뜨악’한 드레스 차림으로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에 등장, 실소와 함께 묘한 통쾌함을 자아냈던 그녀를 기억하는가! 96년 태국 방문 시 아들에게 접근하는 스토커 기자에게 달려가 강 펀치를 날리던 순간조차, 비욕은 비욕다웠다. ‘동화적 카리스마’로 수식되는 비욕의 아우라는, 그녀의 예측할 수 없는 기행(?), 그리고 전위적인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쌓아갔다.
시각적 충격으로 가득 찼던 뮤직 비디오에서 그로테스크하고 몽환적인 그녀의 독보적인 이미지는 공고해졌다. '존 말코비치 되기','어댑테이션'의 스파이크 존스 감독과 '이터널 선샤인', '수면의 과학'의 미셸 공드리 감독은 사실 비욕의 뮤직비디오 제작을 통해 먼저 그 이름을 알렸다. 비욕은 이들의 예술적 역량을 직관했고, 팝 스타라면 손사래를 칠 법한 파격적인 실험에 흔쾌히 동참했다.
1997년 미셸 공드리가 감독한 뮤직비디오 'Bachelorett'과 크리스 커닝햄이 감독한 'All Is Full Of Love'는 세계 음악 씬은 물론 당대의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사진작가, 그래픽 아티스트, 패션디자이너 등과 함께 만들어낸 그녀의 앨범 커버 역시 지금 당장 갤러리 벽에 걸어둬도 될 만큼 진보적이며 ‘컨템포러리’하다.
또한 뉴욕 출신의 전위예술가 매튜 바니(Matthew Barney)는 그녀의 오랜 연인 사이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5년 삼성 리움 미술관에서의 전시로 국내에 소개됐던 매튜 바니는 예술의 영역과 한계를 자신만의 문법으로 돌파한 세계 스타 작가로서, 논란을 낳은 여러 기행과 퍼포먼스를 일삼으며 비욕과 예술적 교감을 나눴다. 이 ‘기행 커플’은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작가는 작가로 말한다”는 이 시대의 새로운 아티스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비욕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람들이 내 음악을 이해하게 만들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통해 나의 감성을 내 음악과 동일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내 사진을 보고 어떤 감성을 느낀다면 내 음악을 듣고도 같은 것을 느낄 것이다.”
음악, 무용, 디자인, 사진, 패션 등이 결국 한 통속이라는 사실은 이렇게 작디 작은 여자를 통해 신열하듯 밝혀지고 있다.
자료제공 | 옐로우나인 02 3444 9969
공연 | 2008. 2. 16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