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1
책, 시계, 타자기, 전기, 기차 등 현대문명을 바꾸어온 발명품들. 작가 이진용은 이처럼 낡고 오래된 소품들을 수집하고 작품 소재로 삼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내 서랍 속의 자연’이라는 대형 작품을 선보인다.
‘내 서랍 속의 자연’은 너비 7미터, 높이 3.2미터로 기본 골격은 초대형 서랍장으로, 1000여 개의 다른 책 이미지가 서랍 칸칸마다 그려져 있다. 책 이미지들은 중생대, 백악기, 에디슨 등 자연과학사에서부터 로댕, 고흐, 피카소 등 작가의 책, 그리고 성경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300개에 달하는 서랍장은 실제 서랍처럼 여닫을 수 있게 제작되었고, 각 서랍 안에는 책 내용을 알 수 있는 소재들로 가득 차 있다. 중생대 백악기 책 속에는 공룡의 뼈나 화석 등이 놓여 있고 칸트의 책 서랍 속엔 칸트와 오래된 시계들이 구성력 있게 채워져 있는 식이다.
수집품들이 빼곡한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서랍 작품을 직접 열어볼 수도 있고 사다리를 이용해 높은 서랍장 윗칸까지 올라가볼 수도 있다.
이진용은 스스로 ‘작업 합리화’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는 작업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자신을 희생하고 합리화하며 살아왔다. 수십 년을 한결같이 손에서 붓을 놓지 않고 살아온 그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작품을 끊임없이 완성하면서도 한번도 자신이 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천재성을 겸비하면서도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평생 작가로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필수 요소임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결국 그에게 주어진 평생 직업인 예술가로서의 열정이 그로 하여금 오랜 시간과 노동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이진용은 오래되고 낡은 소품들을 세심하게 작품 속에 묘사하여 시간의 흐름 속에 천천히 변화되고 추억이 담긴 물건들의 소중함과 옛 것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로서 이진용의 지극히 주관적인 스토리를 또한 그가 스쳐 지난 역사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재현된 작가의 작업실 안 빼곡한 수집품들은 관람객들이 작가를 더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이진용이 4년 만에 갖는 개인전으로 그의 변화된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다. 그의 최신 작품들 속에 세심하게 묘사된 낡은 책과 시계, 골동 카메라, 가방 등의 오래된 추억의 물건들 속에서 과거의 향수를 찾고 시각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전시장소 _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전시기간 _2008년 3월 23일 ~ 5월 18일
문의 _041 551 5100 www.arariogalle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