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4
지난 2005년 2월 개관하여 역량 있는 작가를 소개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갤러리 도스가 ‘만달레이로 가는 길’전을 통해 이상(理想)의 나라로 가는 여정을 선보였다. 만달레이는 오늘날 불교 성지로서 이상적인 상징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만달레이’는 하나의 이상적인 공간으로써 서지영, 안수나, 이철진 등 세 명의 작가가 자신만의 ‘만달레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화폭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자료제공 | 갤러리 도스
만달레이는 미얀마의 도시다. 이곳은 정글북을 지은 영국작가인 루드야드 키플링의 시를 인용한 노래나 영화, 지명 등이 생겨나면서 보다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만달레이는 하나의 역사공원으로 보일 만큼 개발이 되지 않은 문화 유적지와 더불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도시이다. 약 70만 명의 인구가 있는 미얀마 제2의 도시로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 이전 버마(미얀마의 옛 국명)의 마지막 왕조의 수도였던 곳이라 많은 역사적 유물들이 잔존해 있다.
오늘날에는 불교의 성지로 알려져 불교 신자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고 그곳에서 해탈을 시도하며 마음을 순화시킨다. 불교가 세상의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오르는 것을 궁극적인 이상으로 삼는 종교인만큼 수행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전시는 불교의 성지인 만달레이가 그러한 이상적인 상징을 갖고 있는 장소이고 그러한 어딘가를 찾아가는 삶과 여정에 대한 작가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지영은 그가 살고 있는 문래동을 그린다. 문래동은 일제강점기에 방직공장이 들어서면서 마을이 형성되었고 문익점의 목화 전래지라는 뜻에서 유래되어 ‘문래’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문래동의 낮은 복잡하고 밤은 조용하여 그 차이가 극명하다. 그러한 혼돈 속에서 작가는 그 곳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낯설음을 느끼고 있고 동네에서의 현실적인 복잡함을 대신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만달레이를 동경한다.
작가는 현실 속의 가끔씩 낯선 문래동과 친해지는 것을 만달레이로 가는 여정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방직공장이 있었던 문래동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이 등장하여 사람과 사람을, 또한 문래동의 환경을 엮고 있는데 이 실은 가늘고 아슬아슬하게 사람들과 문래동의 환경을 엮고 있으며 이는 관계의 이어짐을 상징한다. 그림 안에서 사람뿐 아니라 장소 또한 이어나가며 그 동네에 대한 애정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화를 혼합하여 가는 붓으로 정교하게 채색해 나간다. 작가에게 있어서 문래동을 그리는 것은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깨달아가는 조용한 여정인 것이다.
이철진은 작가의 작업 속에 풍경을 옮겨 그림으로써 이상(理想)의 장소로 가는 길에 대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 여정은 추상적이고 절제되어 있다. 흐름에 맡긴 듯한 붓의 터치와 유화를 재료로 하지만 수묵의 느낌이 나는 그림은 나무가 무성한 숲의 이미지 같기도 하다. 이는 작가의 집 주변의 자연하천 풍경에서 가져온 이미지 혹은 상상으로 그리는 것들이다.
작가는 만달레이라는 목적지보다는 그 곳을 가는 과정에서 겪고 느끼는 풍경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여정을 추상적으로, 또 묘사를 절제해 표현함으로써 방향설정에 대한 여지를 두고 있다. 자유로우면서도 질서가 담긴 터치와 절제된 구체적인 설명이 작업의 주제인 여정에 관한 표현을 돕고 있다.
안수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모두 움직이는 것들이다. 팝콘을 만들어내는 팝콘 수레나 열기구, 비행기, 낙하산등이 어디론가 떠나는 여정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색감의 선택이 몽환적이어서 마치 꿈에서 본 곳을 그린 듯 하다. 그 역시 만달레이로 가는 길이라는 작업의 주제를 담고 있는데 만달레이로 가는 길에서 느끼는 기대감과 그 속에서 주어진 사명을 헤쳐 나가는 자신과의 마주침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안수나의 그림에서 어딘가에 대한 아련한 갈망과 그곳으로 가는 과정에 대한 설렘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