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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유리 조형의 거장, 데일 치훌리 展

2009-08-18


‘살 빠지는 그림’을 알고 있는가. 한때 국내 네티즌 사이에 회자됐던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 로비의 스테인드글라스 장식물 '피오리 디 꼬모.' 이 작품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유리조형가 ‘데일 치훌리’다. 그의 작품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을 찾아온다. 설치 및 유리공예, 그리고 회화 등 90여 점의 작품이 9월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소공동 롯데 본점 에비뉴엘 전관과 9층 롯데갤러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자료제공 | 에비뉴엘 성윤진 큐레이터



버락 오바마도 소장하는 화제작
데일 치훌리는 미국 태생의 유리 조형가로, 유리공예를 예술로 격상시킨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전세계 수많은 대형전시와 유력인사 및 대중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독보적인 예술가라는 수식에 어울리게, 그의 작품은 현재 백악관, 라스베거스 벨라지오 호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루브르 장식 미술관 등 전세계 200여 개의 미술관 및 주요 시설에 소장되어있다. 또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 엘튼 존 등 유명인사와 세계지도자들도 그의 팬을 자처하고 있다. 이번 에비뉴엘 전시를 위해 공수되는 작품들은 500만원 대부터 수억 대에 이르기까지 이른다.


대규모 전시로 기록 행진
데일 치훌리는 실린더(Cylinders), 바스켓(Beskets), 시폼(Sea Forms) 등 유리 조형 시리즈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설치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5년 착수했던 국제적인 프로젝트 치훌리 오버 베니스(Cihuly over Venice)는 핀란드, 아일랜드, 멕시코의 유리공장에서 작업하여 베니스의 여러 운하와 광장에서 설치되었으며, 2002년에는 워싱턴주 타코마에 치훌리의 유리 다리가 건립되기도 했다. 1999년 그의 가장 기념비적인 전시로 기록될 ‘Chihuly in the Light of Jerusalem(예루살렘)’에는 작품을 보기 위해 예루살렘 역사박물관 다윗탑에 백만 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또한 온실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그는, 2001년 시카고 가필드공원과 2005년 런던 큐왕립식물원, 플로리다 페어칠드 열대식물원에서의 전시 등을 통해 유리조형물과 식물의 생경하면서도 장엄한 어울림의 광경을 연출했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데일 치훌리는 미국 최초로 1991년 국가로부터 ‘인간문화재(National Living Tresure)’ 칭호를 받기도 했다.

불운 속에 피어난 유리 꽃
하지만 데일 치훌리의 화려한 삶 뒤에는 짙은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도 하다. 한참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하던 1972년, 그는 스튜디오가 불에 전소되는 사고를 겪는다. 또한 1976년에는 영국여행 중 자동차 사고로 얼굴을 256바늘이나 꿰매는 악재가 연거푸 이어진다. 이때 왼쪽 눈을 실명하고 평생을 검은 안대와 함께하게 된 그는, 1979년에는 서핑을 하던 중 그만 어깨가 탈골 되어 유리 직공 일마저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잔인하리 만치 많은 사건 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 역경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대가로 선 사람이 바로 데일 치훌리다. 어쩌면 그의 환상적이고 열정적인 작품들은 이러한 그의 삶의 경험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최초, 최대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전시 기대돼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되는 작품으로는 실린더(Cylinders), 바스켓(Beskets), 시폼(Sea Forms) 등 그의 대표작 50여 점뿐 아니라, 설치작품인 창 시리즈 등 30여 점이 포함되어있으며, 회화작품 20여 점도 선보인다. 이번 내한 작품 중 최고 화제작은 커다란 통나무 5개에 구멍을 뚫어 형형색색의 유리 창(갈대를 의미) 수십 여 개를 수직으로 설치한 작품으로, 두 달 동안 에비뉴엘 정문에 설치될 예정이다. 9층 갤러리에서는 페르시안 십여 장과 3 미터에 이르는 이케바나, 시폼 시리즈, 마키아 수 십여 점이 거대한 유리의 숲을 이룰 예정이다. 이 작품들의 설치를 위해 미국 치훌리 스튜디오에서는 치훌리 작품설치만 전담하는 기술자 2명이 직접 내한한다. 여느 국내 공예비엔날레나 전시에서도 초청하지 못했던 치훌리의 최대, 최고의 작품을 바로 에비뉴엘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데 뜻 깊은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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